
공공기관 109개 감축,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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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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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와자유 제30호, 공공기관 109개 감축,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다.pdf
1. 서론: 109개 감축의 의미와 개혁의 기준
정부는 2026년 9월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이른바 '공공기관 DIET 2026’을 발표했다. 전략적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83개 등 총 109개 감축을 추진한다. 그러나 모든 통폐합을 같은 방향으로 볼 수는 없다. 발전 5사, 4개 항만공사, 석유·가스공사, 코레일·SR의 통합은 경쟁과 전문성 약화 우려가 커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면 기능이 실효성을 다한 대한석탄공사 청산, LH의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 분리, 유사·중복 기능 및 자회사 정비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지방공항 역시 통합보다 분리·경쟁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의 외연 팽창과 중복기능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정부 방안은 AI 대전환과 복합위기, 재정여력 축소, 국민·기업의 서비스 기대수준 상승을 주요 환경변화로 제시한다. 그동안 기관 수와 조직·인력이 늘고 유사기능이 기관별로 분산되면서 고정비용과 관리비용도 커졌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개혁의 성패를 '몇 개 기관을 합쳤는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통폐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어떤 기능은 통합이 효율적이지만, 어떤 기능은 경쟁을 유지해야 하고, 어떤 기능은 폐지·민간이양이 더 적절하며,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분리가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 정부안도 LH는 기능 분리를, 공항공사는 즉시 통합보다 협업을, K-마루는 법인 통합이 아닌 해외거점 공동화를 택하고 있다. 이번 개혁이 성공하려면 '기관 숫자’보다 '기능의 필요성과 수행주체’를 먼저 묻는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표 1>. 「공공기관 DIET 2026」의 3대 개혁 유형
개혁 유형 | 감축 규모 | 정부가 제시한 핵심 방향 |
전략적 구조개혁 | 15개 | 발전·항만·에너지·석탄·공항·LH·철도 등 국가 인프라 관리체계 재편 |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 11개 | 중·대규모 유사기관 통합, 해외사무소 K-마루 일원화 |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 83개 | 모-자회사 수직통합, 유사 자회사 수평통합, 100명 미만 기관 정비 |
자료: 관계부처 합동(2026),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그림 1>.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내용 한눈에 보기

자료: 관계부처 합동(2026),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 109개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줄이는가’다
기관 수 감축은 개혁 성과를 설명하기 쉬운 지표다. 그러나 A기관과 B기관을 C기관으로 합쳐도 기존 사업·인력·예산·조직이 그대로 유지되면 명목상 기관 수만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기관 수가 크게 줄지 않더라도 불필요한 사업을 폐지하고 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시장으로 넘기면 정부의 역할과 국민 부담은 실질적으로 축소된다.
따라서 '109개 감축’은 개혁의 출발점으로 평가하되 최종 성과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통합 이후 중복부서와 사업이 실제로 정리되는지, 관리비용과 부채가 줄어드는지, 민간 시장을 침해하던 기능이 축소되는지, 이용자의 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되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핵심 판단
◆ 공공기관 개혁의 1차 질문은 “어느 기관과 합칠것인가”가 아니라 “이 기능이 지금도 필요한가”여야 한다.
◆ 필요한 공공기능이라도 정부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지, 경쟁시장·민간위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 통합 여부는 경쟁효과·지역성·전문성·전환비용까지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
2. 대형 인프라 통합: 규모의 경제와 경쟁의 긴장을 함께 봐야 한다
◩ 발전 5사·항만 4사·석유·가스공사 통합은 부정적이다: 분리·경쟁 유지가 바람직하다
정부는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가칭)한국발전으로 단일법인화하고,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가칭)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발전 분야는 분산된 연구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결집하고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와 중복 인력 효율화를 기대하고, 항만 분야는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역시 통합을 통해 국가 에너지 수급전략을 한 조직에서 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이들 분야는 단일법인화보다 분리와 경쟁 유지의 편익이 더 크다. 발전 5사는 2001년 경쟁 도입을 위해 분할한 조직인 만큼 비교·경쟁의 장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항만공사도 항만별 화물구조와 지역전략이 달라 중앙집중형 통합이 오히려 현장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석유와 가스 역시 조달시장·가격구조·인프라·사업위험이 서로 달라 통합보다 전문성과 책임성을 분리 유지하는 편이 타당하다. 반면 모든 광업소가 폐광된 대한석탄공사는 기능이 사실상 종료된 만큼 부채 처리와 법 개정을 거쳐 청산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표 2> 주요 대형 공공기관 개편안과 문제·비판 지점
분야 | 정부 개편안 | 문제·비판 및 평가 |
발전 5사 | 5개 발전회사를 (가칭)한국발전으로 단일법인화 | 평가: 부정적. 2001년 분할 이후 형성된 기관 간 비교·경쟁이 사라지고, 단일 거대공기업의 조직비대화·의사결정 지연·책임소재 약화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 공동투자·연료 공동구매는 법인 통합 없이도 공동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다. 통합보다 발전 5사의 분리·경쟁체제를 유지하되 공동조달·공동 R&D 등 선택적 협업을 강화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
항만공사 4개 |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가칭)한국항만공사로 통합 | 평가: 부정적. 항만별 배후산업·화물구조·지역전략이 다른데 정책·기획을 중앙집중화하면 지역 특화와 현장 대응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 물동량 유치와 서비스 개선을 둘러싼 항만 간 경쟁도 줄어든다. 해외거점 공동조성이나 구매·정보 공동화는 법인 통합 없이 가능하다. 4개 항만공사는 분리·경쟁을 유지하고 필요한 공동사업만 협업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 |
석유·가스공사 |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해 에너지안보·수급전략을 일원화 | 평가: 부정적. 석유와 천연가스는 조달시장·가격구조·인프라·사업위험이 서로 달라 단일 조직으로 묶을 경우 전문성이 희석되고 재무위험과 부채가 한 조직에 결합될 우려가 있다. 해외자원 협상과 에너지안보 전략은 범정부 협의체나 공동프로젝트로도 조정할 수 있다. 기관은 분리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유지하고, 국가 에너지전략 차원의 협업을 강화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
대한석탄공사 | 모든 광업소 폐광에 따라 부채 처리 후 청산 | 평가: 긍정적. 기능이 사실상 종료된 기관을 계속 존치하면 관리비와 이자비용이 누적된다. 따라서 기능 종료에 따른 청산은 기관 존치보다 실질적 기능감축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 다만 누적부채의 재원 조달, 잔여자산 처리, 인력전환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분야 | 정부 개편안 | 문제·비판 및 평가 |
한국토지주택공사(LH) |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2개 공사로 분리 | 평가: 긍정적. 개발사업의 수익성·속도와 주거복지의 공공성은 성격과 성과기준이 다르므로 한 조직 안에서 충돌하기 쉽다. 기능·회계·책임을 분리해 각각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분리 이후 개발이익의 주거복지 환류 방식과 각 공사의 재무책임을 분명히 설계하는 것이 과제다. |
코레일·SR | 고속철도 운영체계를 일원화 | 평가: 부정적. 운영기관 간 비교경쟁이 사라지면 서비스 품질·가격·운영혁신 압력이 약해지고 철도운영의 독점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좌석 연계, 환승, 운임·마일리지 호환은 시스템 연동과 협약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 코레일과 SR의 분리·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이용자 편의를 위한 연계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인천·한국공항공사 / 지방공항 | 인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는 즉시 통합하지 않고 지방공항 활성화 후 재검토 | 평가: 대체로 긍정적. 공항은 허브공항과 지방공항의 역할·수요·지역성이 달라 단일기관 통합의 효율성이 명확하지 않다. 양 공사의 분리체제는 운영성과를 비교하고 공항별 특화전략을 추진할 여지를 남긴다. 공항 통합보다 분리·경쟁을 유지하고, 공항전략협의회 등으로 필요한 협업을 강화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항공보안처럼 표준화·전문화의 편익이 큰 기능만 별도 통합을 검토할 수 있다. |
자료: 관계부처 합동(2026),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 통합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만큼 '규모의 비경제’도 점검해야 한다
여러 기관이 같은 원료를 구매하고 같은 유형의 설비·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면 공동조달과 전략통합의 편익은 분명하다. 그러나 거대공기업 하나가 다수 공기업보다 자동적으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의사결정 단계가 늘고 내부 조정비용이 커질 수 있으며, 외부 경쟁이 약한 공공부문에서는 비효율이 장기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발전과 철도처럼 정부가 과거 경쟁 또는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분리했던 분야는 통합 편익뿐 아니라 경쟁상실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발전원별·지역별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내부 책임회계, 민간사업자 진입, 조달·건설·서비스 부문의 경쟁을 유지하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3.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안 자체가 보여주는 세 가지 다른 해법
◩ LH 기능 분리와 지방공항 분리 유지, K-마루·유사중복 기능 정비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이번 정부안은 역설적으로 '통합만이 개혁은 아니다’라는 점을 스스로 보여준다. LH의 경우 정부는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이 한 기관 안에서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해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보고, (가칭)주택도시개발공사와 (가칭)주택도시자산공사로 기능을 분리하려 한다. 이는 사업성·속도 중심 기능과 공공성·복지 중심 기능의 성격이 다른 만큼, 별도 공사로 나누어 책임과 재무구조를 명확히 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공항 정책도 통합보다 분리·경쟁 유지가 바람직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하나로 묶는 것보다, 각 공항의 역할과 지역성을 살린 분리체제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노선·환승·산업연계 협업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 정부가 즉시 통합 대신 지방공항 활성화와 역할분담을 먼저 제시한 점은 이런 방향과 부합한다. 항공보안처럼 표준화·전문화의 편익이 큰 영역만 별도 전문기관으로 통합 검토하는 접근은 수용 가능하다.
해외사무소 'K-마루’도 법인 통폐합이 아니라 물리적·기능적 공동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러 기관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용자 접점은 통합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사·중복 기능 정비와 자회사 통합 역시 중복 지원조직을 줄이고 관리비용을 절감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표 3> 기능개혁 수단은 '통합’ 하나가 아니다
개혁 수단 | 적합한 상황 | 정부안의 사례 | 평가 |
청산·폐지 | 핵심 기능이 종료되었거나 공공 필요성이 사라짐 | 대한석탄공사 청산 | 가장 직접적인 기능감축. 잔여부채·법적 책임 정리 필요 |
기관 통합 | 기능중복이 크고 경쟁·지역성 편익이 작음 | 일부 자회사·유사기관 | 중복지원조직 정리에 효과적. 통합 후 사업·인력 감축이 핵심 |
기능 분리 | 한 기관 안의 목표·재무·성과기준이 충돌 | LH 기능 분리 | 공공성·사업성을 분리해 책임성 강화 가능. 이번 정부안의 긍정적 사례 |
협업·공동화 | 전문성은 유지하되 이용자 접점·지원조직이 중복 | K-마루, 공항전략협의회, 일부 해외거점 | 통합비용 없이 조정효과를 얻는 중간대안. 지방공항처럼 분리 유지가 필요한 분야에 적합 |
민간이양· 시장개방 | 민간이 경쟁적으로 공급 가능한 기능 | 정부안에서 상대적으로 약함 | 후속 개혁에서 가장 보강해야 할 영역 |
자료: 관계부처 합동(2026) 기반 저자 작성.
◩ 개혁의 기준은 '조직형태’가 아니라 거래비용·경쟁·책임성이다
같은 기능을 여러 기관이 수행하는 경우라도 단순 중복인지, 서로 다른 지역·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인지에 따라 해법은 달라져야 한다. 통합으로 조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반면, 경쟁을 없애 서비스 개선 압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지역별 항만이나 공항처럼 지역경제와 현장정보가 중요한 분야는 중앙집중의 편익과 지역 자율성 상실을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개편안에는 통합 이전에 '대안 비교표’를 붙일 필요가 있다. 현상 유지, 기능공동화, 기관통합, 기능분리, 폐지·민간이양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고 비용·서비스·경쟁·책임성 측면에서 최적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4. 자회사·소규모기관 83개 정비: 가장 실질적인 개혁이 될 수 있다
◩ 유사·중복 기능 및 자회사 정비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회사·소규모기관 83개 정비다. 정부는 모회사와 유사·연관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를 모회사에 흡수하는 수직적 통합과,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끼리 합치는 수평적 통합을 제시했다. 금융공공기관의 시설관리·고객관리 자회사, 항만공사의 보안·시설관리 자회사, 일부 소규모 유사기관 정비 등은 중복 지원조직을 줄이고 책임소재를 단순화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이 영역은 대형 인프라 통합보다 개혁 편익과 위험의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다. 기관별로 별도 법인과 경영진·인사·회계·감사체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동일한 시설관리·고객관리 업무를 수행한다면 관리비용이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 기능별 공동조직을 만들거나 모회사로 흡수하면 지휘체계와 비용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민간이 더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인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 그러나 '공공기관끼리 합치기’ 전에 민간시장 대체 가능성을 물어야 한다
시설관리, 미화, 고객지원, 일부 교육·컨설팅·유통지원 기능은 민간기업도 광범위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또 다른 공공 자회사 하나로 모으는 방식만 택하면 공공부문 내부의 조직위치만 바뀔 수 있다. 기능별로 공공수행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경쟁조달·민간위탁이 더 효율적인 영역은 시장에 맡기는 선택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표 4> 자회사·소규모기관 정비의 우선순위
유형 | 우선 검토 방향 | 판단 기준 |
모회사와 사실상 동일 기능 | 흡수·통합 | 별도 법인의 실익, 중복 지원조직 규모, 책임소재 |
여러 기관의 동일 지원기능 | 기능별 공동화 또는 경쟁조달 | 규모의 경제, 표준화 가능성, 민간 공급시장 존재 여부 |
100명 미만 유사기관 | 통합 또는 기능이관 | 정책목적 중복, 독립기관 유지비용, 전문성 필요성 |
민간대체 가능한 사업 | 민간이양·위탁·시장개방 | 공공재성, 시장실패, 경쟁사업자 존재, 이용자 선택권 |
정책목적 종료 기능 | 폐지·청산 | 존치 필요성, 잔여자산·부채, 법적 의무 |
자료: 관계부처 합동(2026).
◩ 신설 억제 장치가 없으면 통폐합 뒤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과거 기관 신설과 자회사 확대가 비효율을 키웠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번 정비와 동시에 신설 단계의 규율도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수요가 발생했을 때 별도 기관 신설을 우선하지 않고 기존 기관의 기능 조정, 한시사업, 민간위탁을 먼저 비교하도록 해야 한다. 일정 기간마다 기관의 존치 필요성을 다시 심사하는 일몰형 관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회사·소규모기관 개혁의 원칙
◆ “합칠 수 있는가”보다 “공공부문이 계속 해야 하는가”를 먼저 심사한다.
◆ 통합을 선택할 경우 기관장·지원부서·중복사업까지 실제로 줄어드는지를 성과지표로 공개한다.
◆ 신규 자회사·소규모기관은 기존 기능조정과 민간대체 가능성을 검토한 뒤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5. 경쟁을 없애는 통합은 조심해야 한다
◩ 발전·철도 등은 '기관 간 중복’과 '경쟁의 편익’을 구분해야 한다
공공기관끼리 유사한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중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동일한 시장에서 서로 다른 기관이 성과를 비교하고 서비스 품질을 경쟁한다면 그 자체가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 5사는 2001년 전력사업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분할됐고, 정부안도 이 배경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에너지전환과 대형 프로젝트 대응을 이유로 다시 통합을 추진한다.
정책환경이 달라졌다면 거버넌스도 재검토할 수 있다. 다만 경쟁을 도입했던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통합으로 얻는 투자·협상력의 편익이 경쟁상실 비용보다 큰지를 검증해야 한다. 코레일·SR 일원화 역시 이용자 편의와 좌석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서비스·운임·운영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경쟁 압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 대공기업 통합 시 내부 분권과 외부 경쟁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통합이 불가피하더라도 하나의 중앙조직으로 모든 권한을 집중할 필요는 없다. 발전 분야는 발전원·지역·프로젝트 단위 책임회계를 두고 성과를 공개해 내부 비교경쟁을 유지할 수 있다. 항만은 정책기획과 해외거점은 통합하되 지역지사의 사업·요금·마케팅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철도도 시설·관제·운영 등 기능별로 경쟁가능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림 3> 통폐합보다 앞서야 할 '기능개혁 의사결정 순서’
① 공공기능 자체가 필요한가? | 불필요 → 폐지 |
↓
② 정부·공공기관이 직접 해야 하는가? | 아니오 → 민간이양·위탁·시장개방 |
↓
③ 유사·중복 기능인가? | 예 → 기능 일원화·공동플랫폼 |
↓
④ 경쟁·지역성·전문성의 편익이 큰가? | 예 → 독립 유지 + 협업 |
↓
⑤ 통합의 편익이 전환비용보다 큰가? | 예 → 기관 통합 검토 |
주: 통합은 기능 필요성·시장대체 가능성·경쟁효과를 검토한 뒤 선택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 통폐합 심사에서 '시장영향평가’를 별도 항목으로 두어야 한다
현재 정부 방안은 비용절감과 기능결집, 서비스 편의를 강조하고 있다. 후속 세부로드맵에서는 통합이 민간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거나 공공독점을 강화하지 않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커질수록 조달·유통·판매·컨설팅·연구지원 등 주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기 때문이다.
통합기관의 시장점유·거래조건·자회사 확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경쟁 가능한 사업은 회계적으로 분리해 민간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이 '큰 공공기관 만들기’로 귀결되지 않도록 시장경쟁의 관점이 필요하다.
6. 민간이 할 수 있는 기능은 시장으로: 기능감축의 빈칸을 채워야 한다
◩ 이번 방안은 기관 내부 통합에 비해 민간이양 논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정부안은 공공기관 간 통합, 기능 일원화, 자회사 정비를 폭넓게 담고 있지만 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시장으로 넘기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공공기관 내부에서 A기관의 사업을 B기관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정부의 역할 범위가 줄어들지 않는다. 진정한 기능개혁은 공공부문이 수행해야 할 기능의 경계 자체를 다시 긋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공공재·안전·보편서비스처럼 시장만으로 충분히 공급되기 어려운 영역은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제공, 교육·컨설팅, 일부 유통·마케팅, 시설관리, 단순 인증지원처럼 민간 공급자가 존재하는 분야는 직접 수행보다 경쟁조달이나 바우처·민간위탁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정부는 규칙을 설계하고 성과를 감독하되 서비스 생산자는 경쟁시키는 방식이다.
판단 질문 | 예(YES) | 아니오(NO) |
해당 기능이 지금도 공공목적으로 필요한가? | 다음 단계 검토 | 폐지·종료 |
정부가 직접 생산해야 하는가? | 공공수행 방식 비교 | 민간이양·위탁·시장개방 |
여러 기관에 동일 기능이 중복되는가? | 공동화·통합 검토 | 독립 유지 가능 |
경쟁·지역성·전문성 편익이 큰가? | 독립 유지+협업 우선 | 통합 편익 검토 |
통합 편익이 전환비용·경쟁상실보다 큰가? | 기관 통합 | 기능공동화·현상유지 |
◩ 공공기관은 '최후의 공급자’가 아니라 '필요한 경우의 공급자’여야 한다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먼저 사업을 확장하면 민간 사업자가 성장할 공간이 줄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공기관이 이미 하고 있으니 계속해야 한다”는 자기강화 구조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민간시장이 충분히 성숙한 분야에서 공공기관이 한발 물러나면 정부는 핵심 공공기능에 자원과 인력을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109개 정비 이후에는 전 공공기관의 사업을 대상으로 '시장대체 가능성’을 정기 점검하는 후속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기관 단위의 존폐심사뿐 아니라 개별 사업 단위로 폐지·민간이양·경쟁도입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후속 개혁의 시장원칙
◆ 민간시장이 존재하는 기능은 공공기관 직접수행을 예외로 하고 그 필요성을 입증하게 한다.
◆ 공공기관이 민간과 경쟁하는 사업은 회계분리와 동일규칙 적용으로 암묵적 특혜를 줄인다.
◆ 기관 신설·사업확대 시 “민간대체 가능성 검토서”를 의무화한다.
7. 고용승계와 개혁성과: 전환기 보호가 조직보존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
◩ 정부는 통폐합 직원의 고용승계와 처우유지를 제시했다
정부는 기능개혁 과정에서 노정협의를 병행하고 통폐합 기관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며, 통폐합 전후 직원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기능개편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제도전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접근이다.(관계부처 합동, 2026)
다만 고용승계가 중복 조직·보직·사업까지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원칙으로 해석되면 개혁의 비용절감 효과는 제한된다. 기관을 합쳐도 본부와 부서, 관리자 직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조직도만 달라질 수 있다. 전환기의 고용안정과 장기적인 인력효율화는 구분해야 한다.
◩ 인위적 해고보다 자연감소·재배치·직무전환을 활용하되 정원은 줄여야 한다
통합 이후 중복 인력을 즉시 감축하는 방식은 노사갈등과 조직혼란을 키울 수 있다. 대신 신규채용 조정, 퇴직에 따른 자연감소, 핵심기능으로의 재배치, 직무전환 교육을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정원을 적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줄일 것인가”보다 “어떤 기능과 자리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표 6> 통폐합 이후 성과평가 지표 제안
평가 영역 | 핵심 지표 | 평가 질문 |
조직 | 본부·부서·관리직·정원 변화 | 통합 전 중복조직이 실제로 줄었는가? |
재정 | 관리비·인건비·부채·지원예산 | 국민부담과 잠재재정위험이 줄었는가? |
사업 | 중복사업 폐지·통합·민간이양 건수 | 기관이 아니라 기능이 실제로 정리됐는가? |
서비스 | 처리시간·접근성·만족도·가격 | 이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가 좋아졌는가? |
시장 | 민간진입·조달경쟁·시장점유 변화 | 공공독점이 강화되지는 않았는가? |
책임성 | 사업별 성과공개·책임회계·사후평가 | 성과와 책임주체가 더 명확해졌는가? |
◩ 경영평가 인센티브도 “통합 완료”가 아니라 “성과 실현”에 연동해야 한다
정부는 기능개혁 대상 기관에 경영평가 인센티브를 반영할 계획이다. 인센티브는 통합 절차를 완료했다는 사실보다 중복비용 절감, 서비스 개선, 기능폐지·민간이양, 재무건전성 개선 같은 결과에 연동돼야 한다. 형식적 통합을 서두르기보다 2~3년의 사후 성과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 대상 기관별로 통합 전 기준선과 연도별 목표를 공시하고, 목표 미달 시 추가 기능조정이나 구조개편을 자동 검토하는 환류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8. 공공기관 기능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6대 정책과제
◩ 첫째, 기관 수보다 기능감축을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 109개 감축 자체보다 폐지된 사업·축소된 정원·줄어든 관리비용·민간이양 규모를 함께 공개한다.
◆ 통합 전후의 기능목록을 공개해 명칭만 바뀐 '형식적 통합’을 걸러낸다.
◩ 둘째, 통폐합 전 '대안 비교’를 의무화해야 한다
◆ 현상유지·협업·기능공동화·기관통합·기능분리·폐지·민간이양을 동일 기준으로 비교한다.
◆ 경쟁효과, 지역성, 전문성, 전환비용을 계량·정성평가해 통합 편익을 입증하게 한다.
◩ 셋째,민간대체 가능성 심사를 기능개혁의 핵심 절차로 넣어야 한다
◆ 민간 공급자가 존재하는 서비스는 공공기관 직접수행의 필요성을 별도로 입증한다.
◆ 경쟁조달·민간위탁·바우처·시장개방을 통폐합과 동등한 개혁수단으로 검토한다.
◩ 넷째, 대형 통합기관의 공공독점화를 막아야 한다
◆ 발전·철도·항만 등 경쟁가능 분야는 내부 책임회계와 성과비교, 민간진입을 유지한다.
◆ 통합기관의 자회사 확대와 주변 시장 진출에는 별도의 시장영향평가를 적용한다.
◩ 다섯째, 신설 억제와 일몰심사를 제도화해야 한다
◆ 새 기관·자회사 설립 전에 기존 기관 기능조정과 민간대체 가능성을 우선 검토한다.
◆ 정기적으로 기관·사업 존치 필요성을 재검증해 다시 팽창하는 구조를 차단한다.
◩ 여섯째, 개혁성과를 국민에게 숫자로 공개해야 한다
◆ 인력·예산·부채·서비스·시장영향을 통합 전 기준선과 비교해 2~3년간 공개한다.
◆ 경영평가 인센티브는 통합 자체가 아니라 비용절감·서비스 개선·기능감축 실적에 연동한다.
이번 개혁은 법률 개정과 지역 이해관계, 노정협의가 동시에 필요한 만큼 속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각 기관을 빨리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목적과 수단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이다. 통합이 적절한 곳은 과감히 통합하되, 분리·공동화·민간이양이 더 나은 곳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9. 결론: 통폐합보다 기능·경쟁·책임성이 개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DIET 2026」은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과 자회사·소규모기관을 대규모로 정비하고, 발전·항만·에너지·철도·주택 등 핵심 인프라의 조직체계까지 다시 설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분야별 평가는 분명히 갈라서 볼 필요가 있다. 발전 5사, 4개 항만공사, 석유·가스공사, 코레일·SR의 통합은 경쟁과 전문성 약화 우려가 크므로 부정적으로 본다. 반면 기능이 사실상 종료된 대한석탄공사 청산, LH의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두 개 공사로 분리하는 방안, 유사·중복 기능 및 자회사 정비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지방공항도 통합보다 분리·경쟁 유지를 전제로 필요한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 개혁은 통폐합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분야에 하나의 해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쟁의 편익이 큰 분야는 분리체제를 유지하고, 기능이 종료된 분야는 청산하며, 한 기관 안의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기능을 분리하고, 명백한 유사·중복 기능과 자회사 지원조직은 통합·정비하는 식의 선택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109개라는 숫자는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점검표의 첫 줄이어야 한다. 다음 줄에는 실제 폐지된 기능, 민간으로 넘어간 사업, 줄어든 관리비용과 부채, 개선된 서비스, 유지된 경쟁의 정도가 적혀야 한다. 발전 5사·항만공사·석유·가스공사·코레일·SR처럼 경쟁과 전문성의 편익이 큰 분야를 무리하게 통합하면 개혁이 아니라 공공독점의 확대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과 정부의 신용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꼭 필요한 공공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이 할 수 있는 일까지 공공기관이 떠안을수록 민간의 성장공간은 줄고 국민의 잠재 부담은 커진다. 공공기관 개혁의 최종 목표는 '덩치 큰 공기업 몇 개’가 아니라 필요한 기능은 남기고 불필요한 기능은 걷어내며, 경쟁과 책임을 동시에 살리는 공공부문 재설계여야 한다.
이번 개혁을 '기관 통합’에서 멈추지 않고 '기능과 시장의 재설계’로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발전 5사·항만공사·석유·가스공사·코레일·SR처럼 경쟁과 전문성의 편익이 큰 분야는 분리체제를 유지하면서 협업을 강화하고, 기능이 끝난 석탄공사는 청산하며, 목표가 충돌하는 LH는 기능을 분리하고, 유사·중복 기능과 자회사 정비는 적극 추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지방공항도 통합보다 분리·경쟁 유지와 선택적 협업이 더 적절하다.
◩ 참고자료
• 관계부처 합동(2026.9.3.),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 공공기관 DIET 2026」.
•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공공기관 경영공시 자료.
위키: https://www.cfe.org/w/bbsDetail.php?idx=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