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공공성: 실패 조건 없는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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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대연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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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모든 결과가 성공이 되는 정책 구조
공공성이 사회적 약자 보호, 자원과 기회의 공정한 분배, 이익집단 간의 조정과 중재,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균등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는 등 모든 가치를 한꺼번에 목표로 삼는 현재의 정책 결정 구조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중 하나를 내세워 정책을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공공성을 내세운 규제는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선의의 입법 의도가 실패한 결과를 덮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책임질 사람을 찾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짜 공공성"을 읽고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규제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실패한 규제는 어떻게 죽는가였다.
본론1. 규제는 왜 살아남는가
규제가 살아남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공성이라는 표현이 정책의 면책 과정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한다. 둘째, 규제 비용은 정부 예산처럼 한 장의 고지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 선택지 감소, 고용 위축, 규제 회피에 따른 비용으로 흩어진다. 정책이 행위자의 선택 조건을 바꾸면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서 최적의 선택을 다시 탐색하는데, 이는 정책의 예외적 반응이 아니라 정책 효과의 일부다. 이런 반응을 사전에 고민하지 않은 규제는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순진한 규제이자 사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무능한 규제다.
본론2. 단통법: 실패를 인정하고 퇴출된 사례
사례로 들고 싶은 실패한 규제 정책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다. 단통법 도입 전에는 정보 접근성이 높은 번호이동자, 고가 요금제 이동자, 젊은 세대에게 지원금이 집중되는 이용자 차별이 존재했다. 특히 노년층이 높은 요금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단통법은 차별 완화를 목적으로 입법화되었다. 차별 완화와 선택약정할인을 도입했지만, 지원금 경쟁을 위축시켜 휴대폰 구매자의 전체 후생을 감소시킨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시행 약 11년 만에 경쟁을 제한하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이 폐지되면서, 모두가 우려하던 단통법의 독소 조항이 사라졌다. 단통법이 이용자 차별을 완화하고 알뜰폰 성장에 기여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경쟁이 제한되면서 사회 후생은 오히려 무너졌다.
결국 단통법의 출발은 악의가 아니었다. 실제 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이용자 차별을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규제 정책이 타당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단통법의 폐지는 정부 개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성과는 남기고 실패한 규제는 퇴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본론3. 도서정가제: 성공의 기준조차 없는 규제
도서정가제도 단통법의 실패와 퇴출에 빗대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도서정가제는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지가 불분명한 규제 정책이다. 현행 제도는 가격 할인 10%와 적립 등 경제적 이익 5%를 합쳐 최대 15%까지 허용한다. 입법 목적은 저자, 출판사, 서점의 보호와 다양한 책의 공급이다. 하지만 2026년 영향분석에서는 대형 인터넷 서점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판사업체 수와 서점 수는 증가했지만, 현행 제도 유지에 대해 독자·구매자 중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중은 45.6%로, 긍정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 저자·출판사·서점 그룹에 비해 낮았다. 출판사와 발행 종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도서정가제를 성공한 정책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형 인터넷서점의 지배력이 오히려 커졌다면 지역서점 보호에는 실패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책값, 독서율, 신진 작가의 수입, 지역서점의 생존, 출판물의 다양성 가운데 무엇이 최우선인지 정해지지 않았기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성공이라 말할 수 있다. 도서정가제가 공공성을 주장하려면, 자신이 실패했다고 인정할 조건부터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본론 4. 규제에도 생애주기가 필요하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열린 사회에서 규제 원칙은 정책의 생애 주기에 따라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실제 문제를 확인하고, 둘째, 달성할 목표의 우선순위를 설정한 뒤 비용과 대안을 시장에 공개해야 한다. 셋째, 한시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며 정책 행위자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여 이 정책을 유지·폐지·보완할지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인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금지하기 전에 금지해야 할 이유와 대안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둘째, 정책 시행 전에 성공 지표와 실패 조건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셋째, 일정 기간 후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기본값을 '유지'가 아니라 '폐지'로 설정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이러한 원칙의 긍정적 사례다. 예금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는 관련법상 중개업 등록 요건이 없어 출시가 불가능했지만, 혁신금융서비스로 시험한 뒤 6만여 건의 가입을 중개하며 제도화 단계로 나아간 사업이다. 최근 AI가 발전하면서 이 원칙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AI는 개인에게 과거 대기업만 가능했던 통합적 업무 능력을 주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복잡한 규제로 인한 고정비용은 기존 대기업보다, 새롭게 도전하는 개인과 스타트업을 먼저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결론. 실패할 자유가 있는 열린 사회
열린 사회란 개인이 정부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개인에게 실패할 자유를 보장하려면,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에는 실패가 확인되었을 때 스스로 퇴출되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어야 한다.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효과와 비용을 증명할 의무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가짜 공공성"을 읽고 내가 찾아낸, '진짜 공공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