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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줄수록 결정권 줄어든다"··· 보조금 중독`에 갇힌 지방자치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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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07-28 , 그린포스트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예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과 재정 자율성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정부가 예산 배분권과 세부 사업 가이드라인, 평가 등급을 거머쥔 채 보조금을 매개로 지방을 통제하는 '보조금 의존형 지방자치의 역설'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은 27일 고광용 정책실장의 보고서 「보조금 의존형 지방자치의 역설: 중앙정부 균형발전·지방소멸 정책, 재정의 문제와 미래 지방분권 과제」를 발표했다. 본지가 이 보고서와 국회예산정책처의 최신 재정평가 데이터를 입수해 정밀 분석한 결과, 지방소멸 대응 및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집행되는 핵심 재정 수단들이 심각한 예산 미집행과 사업 파편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목만 포괄보조' ··· 126개로 파편화된 균특회계의 눈속임


보고서는 지자무늬만 '자율'인 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의 포괄보조사업 구조를 대표적 왜곡 사례로 짚었다. 포괄보조제도는 원래 중앙정부가 큰 틀의 정책 목적과 총액 한도만 설정하고, 세부 사업 조합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도입된 장치다.


그러나 실상은 중앙부처의 세부 지침과 메뉴판에 갇힌 개별보조금의 집합체에 불과했다. 국회예산정책처 평가에 따르면, 균특회계 지역자율계정의 포괄보조사업 유형 수는 2022년 18개에서 2023년 28개, 2024년 42개, 2025년 52개로 늘어난 데 이어 2026년에는 126개로 급증했다. 사업 유형을 126개로 세분화해 놓다 보니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짜놓은 잘게 쪼개진 메뉴판 안에서 예산을 조정하는 집행 대행 기관으로 전락했다.


지자체의 자율적 편성권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세수 진동은 지방 사업의 멈춤 현상으로 직결됐다. 2024년 국세 수입 부족으로 중앙정부의 회계 간 전입이 미달되면서, 균특회계 관련 사업에서만 약 7,759억 원의 예산 미집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 묶인 지방소멸대응기금 ··· '공모전용 계획서'에 거품만


인구 감소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조 원 규모로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파행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기준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사업은 광역·기초 연계사업을 포함해 총 536개, 기금에 국비와 지방비를 더한 총사업비는 1조 8,652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지자체별 기금의 누적 미집행액은 약 0.95조 원(9,500억 원)으로, 전체 기금의 절반 가까이가 현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 준비와 인허가, 부지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부의 평가를 통한 예산 확보 경쟁이 앞섰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와 평가단이 지정하는 평가 등급에 따라 지자체별 기금 배분액은 최대 160억 원에서 72억 원까지 차등 적용된다. 기획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군 지역일수록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존해 중앙 평가관의 입맛에 맞춘 '공모전용 투자계획서'를 만드는 데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성과 지표의 왜곡이다. 현재 평가는 시설 조성률, 공정률, 단순 참여자 수 등 단기 산출 지표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지역 내 민간 투자나 인구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 유사·중복 공공건축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건립 이후 발생하는 막대한 운영비와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은 온전히 지자체 몫으로 남게 되어, 장기적으로 지방재정의 고사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정권 바뀌어도 유지된 '재정매개적 재집권'의 비극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한 행정 실무의 실수가 아니라, 관료 조직의 생리와 제도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고광용 정책실장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보수나 진보 등 정권의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보조금과 평가를 통한 중앙의 재정 관여 구조는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될수록 중앙정부는 '지원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투자계획 심사, 등급별 차등 배분, 다중 성과평가를 더욱 강화한다. 사무는 지방에 넘기면서도 세원과 규제권, 최종 평가권을 중앙이 움켜쥐는 '재정매개적 재집권(Fiscal Recentralization)'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자체는 국비 확보라는 단기 성과를 위해 자체 우선순위 사업을 포기하고 매칭 지방비를 집어넣는다. 결과적으로 주권자인 주민과 지방의회에 대한 책임성보다 중앙부처와 평가기관의 눈치를 보는 상향적 책임성만 비대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보조금 낚시' 끝내려면 "3대 분권 패키지 & 4단계 로드맵"


보고서는 보조금에 목을 매는 왜곡된 지방자치를 바로잡기 위해 사무·재원·규제권을 한꺼번에 넘기는 '행정·재정·경제 3대 분권 패키지' 전환을 제시했다.


행정분권은 단순 집행 사무 이양이 아닌 조직·인력·지방의회 사후 통제권의 결합 방식이다. 재정분권은 세분화된 보조금 지침을 철폐하고 인구·비용 조건 중심의 객관적 기본배분 확대하는 것이다. 경제분권은 전국 공통의 환경·안전 최저기준만 유지한 채 입지·인허가·지방세 인센티브 권한을 지자체에 완전 부여해 민간투자와 자체 세원 확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126개로 쪼개진 균특회계 포괄보조사업을 정주·이동, 보건·돌봄, 지역산업·고용 등 10~15개 기능블록(Functional Block)으로 대대적으로 통합할 것을 주문했다. 성과 평가 역시 단기 공정률 점검에서 벗어나 3~5년 단위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 민간투자 유치액, 자체세입 증가율 등 결과 지표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개혁 로드맵도 구체화됐다.


지방소멸 대응의 성패는 국고보조금을 얼마나 많이 받아왔느냐가 아니라, 보조금 없이도 스스로 유지되는 기업과 일자리,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얼마나 구축했느냐에 달려 있다.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고기로 던져주며 통제하는 수동적 지방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지방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구조로 조속히 체질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신경훈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