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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3배· 전세대출 축소··· 더 강한 규제가 부동산 해법이...

글쓴이
고광용 2026-07-24 , 그린포스트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구상과 방향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냈다.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전세대출을 축소하되, 주택 가격과 보유 주택 수, 실거주 여부, 지역에 따라 세금과 금융 규제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감면 횟수 제한과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확대까지 더하면 세제·금융·공급정책을 결합해 부동산 투자수익과 가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는 일리가 있다. 보유세 부담이 낮고 거래 단계의 세금이 과도하면 집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려는 동기가 커져 주택 거래와 이동이 위축될 수 있다. 서민 주거 지원을 목적으로 확대된 전세대출도 임차인의 지불 능력을 높여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함께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다른 지역에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까지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하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 진단의 일부가 타당하다고 해서 정부가 제시한 처방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지금보다 세 배가량 인상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급격한 보유세 인상이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국가별 보유세 부담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보유세가 높은 국가는 대체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부담을 낮춰 주택 이동과 거래를 원활하게 한다. 한국처럼 취득과 보유, 양도 단계에 각종 세금과 중과 제도가 중첩된 상황에서 보유세만 대폭 올린다면 세제 정상화가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총세 부담의 증가가 된다. 보유세 강화는 거래세 인하와 복잡한 중과제도 정비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


주택 가격과 주택 수, 실거주 여부, 수도권과 지방을 기준으로 세율을 세분화하겠다는 구상도 신중해야 한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돌봄 때문에 자기 집을 두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가구가 있고, 상속으로 주택 지분을 일시적으로 보유한 사람도 있다. 지방에는 팔고 싶어도 거래가 되지 않는 주택이 적지 않다. 차등과 예외가 늘어날수록 제도는 복잡해지고 행정기관의 판단과 재량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이 복잡해지면 국민은 주거 필요보다 세제상 유불리에 따라 주택을 선택하게 된다. 과거 다주택자 중과가 '똘똘한 한 채’ 수요를 강화했듯이 새로운 차등 과세도 또 다른 절세 행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세제의 기본 원칙은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주거 형태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과세 기반과 낮고 예측 가능한 세율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전세대출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향도 임차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야 한다. 전세대출이 전세가격을 떠받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줄이면 집값보다 먼저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다. 전세에서 밀려난 가구가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면 청년과 신혼부부의 월세 부담과 주거비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대출 개편은 대출 총량을 줄이는 방식보다 공적 보증의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가 전세나 상환 능력이 충분한 가구에 대한 보증비율을 낮추고, 위험에 비례해 보증료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신혼부부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소득과 자산,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지원을 집중하되, 예외가 필요한 계층은 금융규제가 아니라 투명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을 보유세와 전세대출이 만들어낸 수요 문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인허가 지연, 공사비·금융비용 상승, 교통·교육·일자리 집중으로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과 대출로 수요만 누르면 거래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의 양질의 주택 부족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부동산 개혁에 나서겠다면 보유세를 세 배 올리거나 대출 대상을 세밀하게 통제하는 것보다 먼저 거래세와 공급규제, 복잡한 중과제도를 걷어내야 한다. 보유세는 장기적인 일정에 따라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늘어난 세수는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 공공서비스와 연계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정부가 적정 집값과 적정 대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고 국민이 자신의 형편에 따라 자유롭게 사고팔고 임차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