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혁명 2026②] 시대 변했는데 제도 그대로...홈플러스 몰락이 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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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7-08 , EBN 산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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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산업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비자는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을 일상으로 받아들였고, AI와 새벽배송은 새로운 유통 표준이 됐다. 하지만 제도는 10여 년 전 대형마트 중심의 시장을 전제로 설계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사 30년 만에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이런 구조적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사모펀드(MBK파트너스)의 무리한 차입경영과 투자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한 시장 환경과 이를 따라가지 못한 제도 역시 대형마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멈춰 있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 온라인은 24시간...대형마트만 2012년에 묶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점포를 활용한 새벽배송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에는 의무휴업 완화와 새벽배송 허용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사실상 논의가 멈춰 있다. 전통시장과 노동계의 반발 속에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가 1% 늘어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규제의 목적이었던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규제 부담은 특정 업태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KDI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대형마트 중심 규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홈플러스는 한 기업의 실패였나
시장 침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2021년 15.1%에서 올해 5월 8.1%까지 반 토막이 났다.
올해 1~5월 대형마트 소매판매액도 지난해보다 6.3% 감소했고, 대한상공회의소의 대형마트 경기전망지수(RBSI)는 60대에 머물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업계는 홈플러스 사태를 개별 기업의 실패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홈플러스 퇴장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단기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온라인 침투 확대와 소비 패턴 변화, 규제 등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가 무너진 배경에는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가 있었다. 2015년 약 7조2000억원에 회사를 인수한 뒤 경쟁력 강화보다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에 집중했고, 10년 동안 점포와 물류시설 28곳을 처분해 4조원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컸다. 투자 여력이 줄어든 홈플러스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2021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결국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맞게 됐다.
◆ 규제를 풀 것인가...아니면 다시 설계할 것인가
홈플러스 사태 이후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몰락은 한 기업의 퇴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 유통의 표준이 된 시대에 제도는 어디까지 따라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유통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는 시장뿐 아니라 제도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야 할 시점이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예외적 규제"라고 평가했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졌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서는 새벽배송 허용에 65.1%, 의무휴업 완화 또는 폐지에 59.5%가 찬성했다.
반면 소상공인단체와 노동계는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 위축과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청산 국면에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정부가 그동안의 규제가 대형마트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이제 논의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를 규제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반대로 규제가 아무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규제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지금의 제도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도 정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자유기업원도 최근 낸 논평에서 "홈플러스의 위기는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경쟁력만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한다고 해서 온라인 중심의 유통시장 재편이 멈추는 것도 아니며, 경영이 어려워진 대형마트가 폐점하면 근로자와 입점업체, 납품업체와 지역 소비자도 함께 피해를 입는다"며 "홈플러스 사태의 교훈은 부실기업에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변화한 소비환경을 외면한 채 특정 유통업태를 차별해 온 규제체계를 이제는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