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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짜리 유행이 우리에게 남기는 법

글쓴이
김채원 2026-05-27

스마트폰 화면을 밀어 올릴 때마다 세상은 참으로 분주하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던 사람들이, 오늘은 제철의 싱싱함을 담은 ‘봄동 비빔밥’ 레시피를 공유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피드는 다시 ‘창억떡’으로 도배된다. 이른바 ‘초단기 유행’의 시대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개 곱지 않다. 주체성 없이 남을 따라 하는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의 산물이라거나,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소모적인 쏠림 현상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이 초단기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무런 실체도 없는 허영에 불과한 것인지 묻고 싶다.

경제학적 시각으로 보면, 이 혼란스럽게 쏟아지는 유행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시장을 ‘발견 절차’라고 불렀다. 시장은 멈춰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무엇이 가치 있는지 끊임없이 찾아내고 검증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뜻이다. 과거의 시장이 거대 기업의 기획 아래 서서히 움직였다면, 지금의 플랫폼 사회는 그 발견의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두쫀쿠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간식을 사는 게 아니다. ‘식감의 변주’라는 새로운 효용에 대해 자신의 지갑을 여는 것이다. 창억떡의 품절 대란 역시 전통이라는 익숙한 가치가 현대적 감각과 만났을 때 얼마나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비판자들이 내세우는 ‘FOMO’라는 단어도 사실은 억울한 면이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개인이 모든 선택지의 기회비용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때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 즉 유행은 가장 효율적인 ‘정보의 지름길’이 된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본다”는 말 속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에 의해 1차적인 검증이 끝난 선택지에 올라탐으로써 자신의 실패 위험을 줄이려는 합리적인 경제적 유인이 숨어 있다. 우리는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라는 집단지성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탐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1주일이면 사그라드는 유행이 남기는 매몰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해한다. 하지만 시장의 자생적 질서는 그 숱한 시행착오를 먹고 자란다. 수백 개의 유행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시장은 소비자의 진짜 선호가 어디에 머무는지 학습한다. 이 치열한 유행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것들이 결국 새로운 산업의 표준이 되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은 낭비가 아니라, 진정한 보석을 건져 올리기 위해 시장이 치러야 하는 시행착오에 가깝다.

결국 두쫀쿠나 봄동비빔밥을 향한 우리의 유별난 애정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선호 발견 과정이다. 유행의 주기가 짧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소비자들의 아주 세밀한 욕구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 정해준 유행을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쉼 없이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이런 식감을 원해”, “우리는 이런 감성을 좋아해”라고 말이다. 그러니 초단기 유행을 보며 혀를 찰 필요는 없다. 그 소란스러운 열기야말로 우리 시대의 시장 경제가 얼마나 건강하고 치열하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뜨거운 증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