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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방산의 비상: 쌍방독점의 우물을 넘어 자유 경쟁의 바다로

글쓴이
강동진 2026-05-27

지난 2025년 가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ADEX 2025현장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굉음을 내며 창공을 가르는 KF 21 보라매의 비행과 전 세계 바이어들과 국민이 몰려든 전시장 안의 풍경은 더는 방위산업이 우리만의 안보 산업에 머물지 않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날 느꼈던 압도적인 기술의 위용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불고 있는 방산주 열풍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주요 기업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방산이 이제 안보 테마를 넘어 실질적인 실적을 내는 신성장동력으로 진화했음을 상징한다. 2025년 수출액 150억 달러 돌파라는 성과는 단순히 지정학적 수혜를 넘어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인 경쟁과 인센티브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의 성과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일시적 공백 덕분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서방 국가들이 생산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틈을 타 얻은 운 좋은 결과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시장은 결코 요행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회는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찾아왔으나 그 기회를 천문학적인 수주로 연결한 곳은 오직 한국이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독특한 구조 속에서도 끊임없이 효율성을 갈고 닦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동안 국내 방산 시장은 경제학적으로 쌍방독점이란 한계를 지녀왔다. 국가라는 유일한 구매자가 존재하는 수요독점과 특정 업체가 생산을 전담하는 공급독점이 맞물린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정부가 정해준 비용에 이윤을 더하는 원가보상제에 안주하기 쉬웠다.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도 다음 계약 금액만 낮아지는 구조는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를 낳았고, 기업의 혁신 동기를 억누르는 족쇄가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원가보상제도 하의 엄격한 비용 검증 시스템은 기업에 극한의 운영 효율성을 강요하였고 이렇게 축적된 원가 관리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선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내공은 CVP분석 관점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했다. 방위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대규모 수출 계약들이 보장하는 조업도는 단위당 고정비를 급격히 하락시키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서방 국가들이 규제와 노후화된 설비로 소량 생산에 머물며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을 때 한국 기업들은 적기 납품과 가성비라는 시장의 요구에 응답했다. 결국 K 방산의 성공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장의 신호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효율성을 미리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준비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일시적 성공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방산 선진국인 미국은 시장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위적인 경쟁을 극대화하는 영리한 시장 설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무기 체계 도입 시 복수 업체를 경쟁시켜 효율성을 끌어내는 듀얼 소싱 체계나 기업이 예산보다 원가를 절감했을 때 그 이득의 일정 부분을 수익으로 직접 보장해주는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들은 기업이 규제 준수라는 수동적 목표를 넘어 스스로 혁신을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이다. 우리 정부 역시 원가 하나하나를 감시하며 비용을 통제하는 관리자에서 벗어나 기업이 혁신을 통해 창출한 가치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조력자로 거듭나야 한다.

안보라는 공공재의 영역조차 시장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장 효율적인 국방력을 담보할 수 있다. ADEX 현장에서 목격한 화려한 기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민간의 창의와 이윤 동기가 산업 전반에 흐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혁신을 보상하는 시스템의 확립함으로써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