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수록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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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예담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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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맞은편에 차단막으로 가려진 공터가 있다. 세운4구역이다. 바로 옆 세운상가 일대는 지어진 지 50년이 넘도록 재개발이 지연되며 건물 곳곳에 균열이 가고 외벽 누수가 이어지는 등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종묘 경관을 이유로 문화재 심의만 수년이 걸렸고, 이후에도 발굴 조사와 고도제한 논란이 겹치며 사업이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2023년 철거는 완료됐지만 공사는 여전히 시작되지 못했다.
문제는 지연 자체보다 그 비용이다. 매달 약 20억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누적 차입금은 약 7,250억 원에 달한다. 사업이 멈춰 있는 동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선택지는 줄어들고, 수익성을 맞추려면 더 높은 용적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용적률은 기존 660%에서 1,008%로 올라갔고, 종묘 바로 앞에 142미터 건물을 세우는 계획이 추진됐다. 지금도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충돌 중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까지 진행될 경우 2~3년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 종묘를 보호하겠다며 걸었던 규제가 사업을 지연시켜 오히려 더 높은 건물 논란을 종묘 앞에 세우는 상황을 만들었다. 규제가 막으려 했던 것을 규제 스스로가 불러들인 셈이다.
이와 유사한 구조는 아파트 시장에서도 반복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조합원 1인당 8천만 원을 초과하는 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 가격을 제한해 예상 수익을 줄이고, 안전진단·대출규제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투기 억제가 명분이지만 사업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6년부터 4년간 서울 아파트 연평균 입주 물량은 1만 4천 가구로, 직전 4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나쁜 규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규제다. 세운4구역은 문화재 심의만 5년이 걸렸고, 철거 후에도 3년째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며 7,250억 원의 차입금이 쌓였다. 전국 수만 가구의 정비사업은 층층이 쌓인 규제 앞에 지연되고있다. 문화재 보호와 투기 억제, 하나하나는 그럴듯한 명분이다. 그러나 종묘를 보호하겠다는 규제는 방치 끝에 오히려 더 높은 건물을 종묘 앞에 추진하게 만들었고,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는 공급을 막아 집값을 올렸다.
규제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 앞에서 반복적으로 무너진다. 개발을 막으면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누적된 압력은 결국 더 높은 용적률과 더 높은 건물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폭발한다. 거래와 공급을 옥죄는 규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누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줄이고 거래량을 낮춰 결국 가격을 더 끌어올린다. 정부 차원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결국 시장을 더욱 왜곡되게 만든다.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결국 현실의 역습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