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정상화의 이면, 공급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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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민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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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금융당국은 부실 PF 정리 현황을 공개했다. 전체 부실 PF의 72%에 해당하는 13조 3천억 원이 경·공매를 통해 시장 가격에 매각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수치만 보면 성공적이다. 거품이 낀 자산 가격을 시장 원리에 따라 정상화했고, 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했다. 금융위도 이를 '질서 있는 연착륙'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뒤에 숨은 통계가 있다. 올해 2월 기준 수도권의 주택 인허가 실적이 전기 대비 42.9% 급감했다. 전국 준공 물량 또한 46.5% 급감했다. 절반에 가까운 주택이 사라진 셈이다. 오늘의 위기를 정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비용을 미래의 주거 공급 대란으로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허가 감소의 긴 그림자
주택 인허가는 공급의 선행지표다. 인허가를 받은 후 실제 입주까지는 통상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즉, 올해 인허가 급감은 2027년에서 2029년 사이 주택 시장에서 공급 부족으로 현실화되며, 이는 시장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공급의 비탄력성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이런 대가를 겪었다. 2020년 임대차법 개정 당시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신규 인허가와 정비사업이 위축되었고, 여기에 가격 상승 기대로 인해 공급자들이 매물을 풀지 않는 '매물 잠김' 현상이 맞물렸다. 결과적으로 2021년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은 9.38%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남 4구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단 1년만에 4~5억원 급등했다. 당시가 심리적 공포였다면, 현재의 물리적 물량 공백이 시장에 투하될 때 충격파는 훨씬 클 것이다.
땅은 있는데 왜 집이 안지어지나
일각에서는 인허가 급감을 PF 브리지론의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탓으로 본다. PPI와 건설공사비지수의 상승이 계속 이어져 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23년부터 저금리 정책이 시행되어 브리지론 금리는 3년 전 대비 약 4~7% 감소했고, 건설공사비지수도 지난 1년간 1.5% 상승에 그쳤다. 비용 문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진짜 요인은 따로 있다. 금융당국의 PF 정리 기조가 강화되자 금융권은 사업성과 무관하게 신규 PF 대출 문을 걸어 잠갔다. 부실 낙인을 피하려는 금융사의 자기 검열이 정상 사업장의 자금줄까지 끊어버린 것이다. 한국은행의 대출행태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 태도는 역대 최저인 –40선을 밑돈다. 금융당국 스스로도 'PF 부실 정리가 정상 사업장의 자금공급까지 위축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현재 13.3조 원의 부실 정리 땅이 경공매로 쏟아지고 있어, 조금만 기다리면 부실 정리된 땅이 반값에 나올텐데 굳이 지금 비싸게 사서 공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급 감소는 신용 경색과 공급자의 전략적 대기, 두 실패가 맞물린 결과다.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실패다.
PF 정상화의 기회비용을 직시해야
부실 자산을 시장 가격으로 정리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부실 사업장을 포함한 금융수요를 모두 받아주는 것은 큰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완충장치의 부재에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 부지 활용 공급 대책도 민간 공급 생태계의 신용 경색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리를 공공이 대신 채우겠다는 처방에 가깝다. 민간 PF 시장이 재활성화되지 않는 한, 공공 공급만으로 목표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며, 가능하더라도 지속가능성과 자유시장체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부실 정리와 동시에 공급의 공백을 최소화할 병행 대책이 필요했다. PF 외에도 '리츠(지분 투자)'나 임대 수익을 담보로 하는 'BTR' 모델 등 민간 자금 조달 모델을 활성화하고, 취득세 및 종부세 완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여 공급자로 하여금 사업 참여의 유인을 늘리고 예상되는 공급난을 최소화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허가 실적 급감이 확인된 지금, 구체적인 공급 회복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국의 다음 과제여야 한다. 오늘의 정상화가 내일의 주거난이 되지 않도록, 공급의 공백을 메울 후속 정책의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