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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은 성과의 과실을 노동자와 나누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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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초과이익 처분은 기업 고유 경영판단 영역, 노사자율 해결이 원칙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쟁이 뜨겁다.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를 통해 초과이익분배금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성과급 배분에 관한 원칙을 가지고 극심한 이견을 보이다 최근 21일, 총파업 직전 임금·성과급 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극단적 충돌은 피하게 되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성과 납득 가능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그동안 성과의 과실을 노동자와 나누는 데 인색했다는 주장으로 흐르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한국 대기업의 역사는 단순한 이윤 축적의 역사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들인 성과를 국내 고용, 임금, 성과급, 복지, 근무환경 개선으로 환류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기업 노동자들이 누리는 높은 임금, 안정적 고용, 두터운 복지, 성과급 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기업의 성장과 노사협상의 축적 속에서 형성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대표적 사례다. OPI와 TAI는 국내 기업 성과보상 체계의 상징적 제도이며, OPI는 사업부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삼성전자는 성과급뿐 아니라 사내 어린이집, 육아지원, 의료·생활복지 등 임직원 삶의 질 개선 제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는 대기업의 보상이 단순히 임금에 머물지 않고 가족과 생활안정까지 포괄해 왔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역시 성과 공유의 대표적 사례다. 반도체 업황 호조 속에서 노사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합의했고, 기존 PS 상한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이는 기업이 성과를 독점한 것이 아니라, 초과성과를 구성원과 나누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상 역사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사관계는 오랫동안 갈등적 노사관계의 상징처럼 다뤄져 왔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 처우개선의 축적된 역사도 있다. 현대차는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 인상, 성과금, 격려금, 주식 지급 등 다양한 보상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또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과 근무환경 개선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포스코와 LG전자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는 4조2교대제 확대 시행을 통해 휴무일 증가, 야간근무 부담 완화, 휴게여건 개선을 추진했다. LG전자는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며 숙련 인력이 계속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노동자 처우개선은 임금표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 쉬는 시간, 고용안정까지 포함한다.

물론 모든 대기업의 노사관계가 완벽했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강성 노조의 내부자 보호 중심 행태,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1차·2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대기업이 노동자 보상과 처우개선을 외면해 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벌어들인 성과를 국내 노동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배분해 온 주체였다.

문제는 성과급 논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전자 산업은 모두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글로벌 경기 변동, 기술 패권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당장의 영업이익을 고정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미래 투자의 여력은 약화될 수 있다. 성과급은 성과의 공유여야 하지만, 미래 경쟁력의 선취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더 근본적으로 초과이익의 처분은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판단의 영역이다. 기업의 영업이익은 노동의 기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위험 부담,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 대규모 설비투자, 기술개발, 시장 개척이 결합된 결과다. 따라서 초과이익을 어느 정도 임직원 보상으로 배분하고, 어느 정도를 연구개발·설비투자·재무건전성·주주환원·미래위험 대비에 사용할지는 기본적으로 경영진과 이사회가 책임지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삼성전자 잠정합의는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충돌을 피하고 노사 자율교섭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공식화하는 흐름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의 이익 처분권과 장기 투자 판단이 노사교섭의 압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은 높여야 하지만, 기업의 초과이익 처분권 자체가 노조 요구나 정부 중재에 의해 제약되는 선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개입도 최소화해야 한다. 대기업의 성과 공유 역사도 결국 노사자율 원칙 위에서 형성되어 왔다. 노사갈등 해결의 1차 주체는 어디까지나 노사 당사자다. 정부의 조정은 대화를 촉진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긴급조정권과 같은 강한 개입은 국민경제에 중대한 위해가 명백한 경우의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기업 정서에 기대어 기업과 노동자를 대립시키는 일이 아니다. 성과는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기업의 존립과 경쟁력도 함께 지켜야 한다. 노동자 보상은 기업 성장의 결과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조건이다. 다만 보상의 원칙은 기업의 재산권, 경영판단, 미래투자 여력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