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말해준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수요가 뚜렷하게 위축된 환경에서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점유율을 높였다.
삼성전자의 힘은 과감한 투자 결단에서 나왔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희비가 갈렸는데, 삼성은 남들이 투자를 줄일 때에도 수십조 원을 설비에 쏟아부은 기업이다.
HBM 경쟁력 회복과 차세대 공정 경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성과가 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판단과 자본 투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도약은 선제적 투자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핵심 부품인 HBM 공급망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행한 기업가적 결단의 산물이다. 고객 집중도나 사이클 변동성이라는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이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을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갖는 의미는 크다.
현대차의 성과는 제조업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역성장에 빠진 가운데 현대차는 오히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존재감을 키웠다.
전기차 정체기에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으로 유연하게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 관세 부담과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은 숙제이지만, 위기 속에서 입지를 넓힌 것은 기업가정신의 산물이다.
세 기업의 성과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투자하고, 스스로 책임졌다. 정부가 어디에 투자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어떤 기술을 개발하라고 명령한 적도 없다.
기업이 자유롭게 자본을 배분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성과가 가능했다. 결국 기업의 성과는 기업할 자유가 보장될 때 나온다.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무리 큰 성과도 미래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AI 반도체는 매 분기 기술 격차를 다투는 전장이고, 자동차 산업은 관세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격변기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시장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발목을 잡는 것은 기업 바깥에 있다.
투자는 머물러주지 않는다. 규제가 적고, 인허가가 빠르고, 세제가 예측 가능한 곳으로 기업의 투자는 움직인다.
세계 각국이 기업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에, 기업을 붙잡아두는 것은 말이 아니라 환경이다. 한국이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제도가 발목을 잡으면 성과도 멈춘다. 경직된 노동시장, 상법 개정 논란, 수도권·입지 규제, 부족한 전력 인프라, 느린 환경 인허가가 누적되면 체력이 좋은 기업도 투자를 늦출 수밖에 없다.
대기업을 향한 반기업 정서와 징벌적 규제는 한국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기업을 흔드는 것은 외국 경쟁사만이 아니다. 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국내의 시선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자유가 답이다. 기업은 성장과 일자리와 세수를 만드는 주체다. 삼성·SK·현대차가 보여준 것은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경쟁할 때 무엇이 가능한지다. 이 성과를 이어가려면 기업을 더 묶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자유, 고용할 자유, 세계 시장에서 싸울 자유를 넓혀줘야 한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간섭보다 자율, 경직보다 유연한 제도, 부담보다 경쟁력 있는 세제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산업정책이다. 한국 경제의 다음 도약은 규제가 아니라 자유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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