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기차 100만대 시대, 이제 보조금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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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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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6년 4월 중순 기준 전기차 연간 신규 등록이 10만 6939대에 이르렀고,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도 10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3월까지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도 20.1%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전기차 100만 대 시대’를 여는 역사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등록 대수 100만 대를 넘긴 시장이라면 이제는 보조금의 필요성을 줄이고 시장의 자생력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정부 스스로 밝힌 전기차 보급 확대의 원인은 시장의 자생력만이 아니다. 최근 중동 상황에 따른 고유가, 제조사의 신차 출시와 가격 할인 경쟁, 그리고 정부의 보조금 확대 및 보급 사업 조기 추진이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1차 보조금 공고 물량이 소진돼 신청·접수가 중단됐고, 정부는 2차 공고를 앞당기고 국비를 우선 활용해 보조금 지급이 끊기지 않도록 협의 중이다. 전기차가 충분히 보급됐다고 자평하면서도 동시에 더 많은 재정과 행정력으로 시장을 떠받치겠다는 것은, 정부가 이미 '보조금 딜레마’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딜레마는 간단하다. 전기차 시장이 이미 100만 대 규모로 성장했고 신차 시장에서 두 자릿수 비중을 확보했다면, 보조금은 본래의 시장 형성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다. 반대로 이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보조금 없이는 수요를 유지하기 어렵고, 접수 중단을 막기 위해 추경으로 승용 2만 대, 화물 9000대분을 더 얹어야 한다면 그것은 산업의 자생력이 아직 정책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을 선언하면서 지원을 더 늘리는 정책은 스스로의 논리를 허문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단순한 구매 보조금을 넘어 소비자의 선택 자체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2026년 보조금 개편에서 기존 내연차를 폐차하거나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기술 중립적 정책이 아니다. 어떤 차를 살지, 언제 바꿀지, 어떤 동력원을 선택할지는 원래 소비자가 가격·성능·편의·주거 환경을 종합해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 정부가 세금으로 특정 선택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순간, 시장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정책이 설계한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
자유기업원은 전기차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전기차가 정말 우수한 상품이라면 소비자는 보조금이 없어도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가격 경쟁력, 충전 편의성, 주행거리, 안전성, 유지비에서 경쟁 우위를 입증하면 된다. 시장에서 검증받아야 할 기술을 정부가 세금으로 밀어주고, 내연차 이용자에게 전환 압박까지 더하는 방식은 결코 건전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보호 속에서 커진 산업은 보호가 줄어들 때 더 크게 흔들린다.
이제 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특히 내연차 처분을 전제로 한 전환지원금과 같은 편향적 인센티브는 중단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기술의 승자를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 기준과 정보 제공, 기반 규범을 공정하게 설계해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의 미래는 정부의 보조금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이 결정해야 한다. 전기차 100만 대 시대라면 이제는 숫자의 축배가 아니라 보조금의 출구 전략을 논할 때다.
2026. 4. 22.
자 유 기 업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