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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과제

글쓴이
시장경제콜로키움 2026-04-17
  • [발제] 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과제.pdf

제14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일시: 2026년 4월 17일 오전 11시
장소: 푸른홀
주제: 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과제
발제: 왕호준 자유기업원 연구원
토론: 김기만 좋은규제시민포럼 사무처장, 안재욱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정윤석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 외 8인


등록금 규제 완화 필요성과 정책과제

왕호준 자유기업원 연구원


등록금 규제 논의의 배경과 문제의식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 기조는 '등록금 동결’과 '인상 억제’였다.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 교육 인프라 확충 등 대학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은 법적·행정적 규제를 통해 사실상 장기간 통제되어 왔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학생 부담 완화라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 재정 구조 전반에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학생 개인의 비용 부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등록금은 대학 재정의 핵심 축이자 교육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이에 더해 등록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설계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개선할 수 있는 기반과 직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제도는 등록금 인상 억제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고등교육 체계 전반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이 정책적으로 관리되는 '정책 가격’으로 고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비용 구조와 물가 상승률 등 여러 요인을 반영해 형성되어야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대학 재정의 문제를 넘어 고등교육 전반의 구조적 비효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등록금 규제 문제는 고등교육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행 등록금 규제 구조와 작동 방식

우리나라의 등록금 규제는 법적 규제와 재정지원 조건이 결합된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이 구조는 겉으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등록금 결정 과정 전반을 강하게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먼저 법적 규제로서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등록금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상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상한선으로 기능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교육부의 행정적·재정적 제재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국가장학금과 각종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사실상 참여 조건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이러한 지원에서 제외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법적 규제보다 더 강한 유인으로 작용하여 대학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

이로 인해 대학은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등록금은 대학의 비용 구조나 교육 서비스 수요를 반영하는 가격이 아니라, 정부 정책 방향에 의해 관리되는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대학이 스스로 재정 전략을 설계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등록금 제도는 자율적 가격 결정 구조라기보다 정책적 통제 구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장기 규제가 초래한 구조적 문제

이와 같은 등록금 규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에는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재정상의 어려움을 넘어 교육의 질과 대학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을 갖는다.

첫째, 대학 재정의 자율성이 약화되고 정부 의존성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등록금 수입은 장기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고보조금은 크게 증가하면서 대학 재정 구조는 자체 수입 중심에서 정부 보조금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원의 비중이 줄어들고 정책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재정 압박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등록금이 물가 상승률과 비용 증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은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용 절감 중심의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연구비 축소, 교육 투자 감소, 시설 개선 지연 등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이 누적될 수 있다.

셋째, 학생 복지 역시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등록금 규제는 명목상 학생 부담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지만, 대학의 재정 여력이 감소하면서 장학금, 교육 서비스,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복지 수준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등록금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부담 완화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질과 대학 경쟁력, 학생 복지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정책 접근의 한계와 문제 인식

현행 등록금 정책은 '등록금 억제 = 학생 지원’ 이라는 단순한 정책 프레임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고등교육의 재정 구조와 운영 메커니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단기적인 정치적 목표에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

등록금은 단순한 비용 요소를 넘어 대학의 재정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 변수이며,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요소다. 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할 경우 대학은 재정 운영의 유연성을 상실하게 되고,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이 어려워진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통제될 경우 대학의 재정 기반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등록금 조정이 제한된다면 대학은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교육의 질 저하와 대학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등록금 정책에는 고등교육 체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 자율성과 책임 기반의 제도 재설계

등록금 규제 완화는 단순히 등록금을 인상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성과로 평가받는 구조를 회복하자는 제도적 개혁의 문제다.

우선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규제를 연계하는 구조를 폐지하고, 장학제도를 대학 통제 수단이 아니라 학생 지원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대학이 비용 구조와 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등록금이 교육 서비스의 질과 비용 구조를 반영하는 가격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등록금 자율화는 단일 정책이 아니라 고등교육 전반의 자율화와 결합되어야 한다. 학사 운영, 인사 제도, 재정 운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율성을 확대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등록금 수준 자체가 아니라, 대학이 자율성과 책임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를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 향후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