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간제법 개편, `정규직 강제`가 아닌 `고용 자율성 확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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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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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와 고용노동부가 기간제법의 문제점을 공식 인정하고 제도 개편에 본격 착수한 것은 뒤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번 개편이 단순한 사용기간 연장이나 정규직 전환 강제의 반복에 그친다면 또다시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기간제법은 보호법이 아닌 퇴출법이 되었다. 2007년 시행된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하여 정규직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기업들은 전환 부담을 피해 2년이 되기 전 계약을 종료하는 이른바 '1년 11개월 계약'을 관행화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2년 후 전환율)은 2009년 27.9%에서 2020년 19.4%로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2025년 8월 기준)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중은 2016년 8월, 648.1만명(32.8%), 2025년 8월, 856.8만명(38.2%)로 207.9만명(5.4%p) 증가했으며, 그 중 한시직 584.8만명, 시간제 422.9만명 이었다. 선의의 규제가 시장의 현실을 무시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그러나 사용기간 연장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수차례 시도했으나 노동계 반발로 번번이 무산된 방안이다. 설령 연장이 이루어지더라도 기업들은 새로운 시한 직전에 계약을 종료하는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칸막이의 높이만 바꾸는 것으로는 칸막이 자체가 만드는 왜곡을 없앨 수 없다. 노동계 일각의 '사용 사유 제한' 주장 역시 고용 총량 축소와 외주·도급 등 새로운 우회로만 양산할 뿐이다.
현행 노동시장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 규제가 만들어낸 이중 구조라는 점에 있다. 정규직은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이 경직성이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 채용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성이 높은 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해법은 노사 간 고용계약의 자율성 확대에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여 기업과 근로자가 업무 특성에 따라 계약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해고 보호 규제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여 고용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 고용유연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채용할 수 있고, 이는 역설적으로 고용의 총량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질적으로 적용하여 고용 형태가 아닌 역량과 성과, 직무 중심의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한다고 비정규직이 줄지 않았다. 규제가 강할수록 편법만 늘었고, 피해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돌아갔다. 기간제법 개편이 또 하나의 규제 미봉책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고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인위적 장벽을 허물 때, 비로소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이 실현될 것이다.
2026. 4. 15.
자 유 기 업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