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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법 개정안, 소송 남발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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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집단소송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쿠팡의 3,00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계기가 됐다. 이번 법안의 쟁점은 적용 대상의 전면 확대와 소급 적용이다.


규제는 이미 충분하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으로 기업의 책임은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집단소송제까지 전면 확대되면 과도하게 많은 사전 규제와 사후 소송이 중첩된다. 부담은 누적되고 경영의 예측 가능성은 약화된다.


적용 분야의 확대는 소송 남발로 이어일 우려가 크다. 기존 증권 집단소송은 20년간 12건에 그쳤다. 요건이 엄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적용 대상을 개인정보·소비자 피해 등으로 넓히고, 일부는 옵트아웃까지 도입한다. 범위가 넓어지면 분쟁도 늘어날 것이다.


해외 주요국은 집단소송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일본·영국은 집단소송을 특정 분야에 제한하거나 단계적으로 운영한다. 남소를 막고 사법 자원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제한된 제도를 전 분야로 확대 적용하고 있어 소송 남발의 조건을 동시에 열어준다.


집단소송이 활성화된 미국도 다르지 않다. 소송은 늘었지만 피해 구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배상금의 상당 부분이 변호사 보수로 귀속되면서 제도가 산업화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옵트아웃 방식도 문제다. 동의하지 않은 개인을 소송에 포함시키는 방식은 재판청구권과 처분권 원칙에 충돌한다. 이는 권리 보호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권리 보호를 명분으로 권리 통제가 확대되는 구조다. 이러한 잘못된 방식은 변호사의 소송 기획력을 높이기는 하겠지만 그 피해는 기업 공동체 모두가 부담하게 되어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소급 적용은 더 본질적인 문제다. 법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사후 입법으로 과거 행위에 책임을 부과하는 순간 법적 안정성은 무너진다. 한국은 성문법 체계로, 법률에 근거해 책임이 확정되는 구조다.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것은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하는 입법이라는 오명을 쓰게 만든다.


사전규제로 이미 기업의 경영을 크게 침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소송 제도까지 추가되면 법적 기준은 불명확해지고 기업의 투자 판단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면 확대와 소급 적용이 결합되면 소송 리스크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과거의 사건까지 현재의 비용으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부담은 급격히 증가한다.


피해자 구제는 필요하지만 무리한 소송 확대가 답은 아니다. 과도한 사전 규제를 완화하고 분쟁조정과 행정적 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