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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 가격을 바꾼다: 온라인 플랫폼 쿠키

글쓴이
김병건 2025-12-12

일본 여행을 준비하며 숙소를 검색하던 A씨는 다음날 같은 호텔의 가격이 15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놀랐다. 같이 가는 친구의 휴대폰으로 그 호텔을 검색하자 여전히 15만 원이었다. 이 상황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우리의 클릭과 검색이 곧 '가격 신호’로 작동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갈 때 쉽게 허용하는 쿠키가 시장가격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경제학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쿠키의 역할과 데이터 경제 구조


쿠키(Cookie)는 사용자의 인터넷 이용 정보를 기록하는 작은 데이터 파일이다. 여행, 쇼핑, 배달 등 다양한 플랫폼은 이 쿠키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개인 맞춤형 상품과 가격’을 제시한다. 겉보기에는 “편리한 맞춤 서비스” 같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고 가격을 조정하는 수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쿠키는 단순한 기술적 기능을 넘어, 플랫폼이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구매 가능성을 계산하는 '데이터 자산’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사용자가 특정 상품을 여러 번 조회하면 '구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가격을 올리거나, 반대로 장바구니에 오래 담아둔 상품에는 '즉시 구매 유도’를 위해 한시적 할인을 제공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가격 조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고, 이는 전통적인 시장에서의 '상품 가치’보다 '정보 가치’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만드는 데이터 경제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와의 충돌: 가격차별의 경제학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가 상점에 가서 가격이 얼마인지 몇 번 물어본다고 해서 가격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쿠키 기반 플랫폼은 소비자 개개인의 지불 의사를 예측해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한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1급 가격차별에 해당하며, 기업의 이윤은 극대화되지만 소비자 후생은 감소한다. 즉, 시장의 효율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공정성은 훼손된다.


소비자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쿠키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가격은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준다. 할인율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 뒤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마치 '특가 혜택’을 받는 듯한 착시를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 비대칭이 초래한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으로, 정보를 독점한 플랫폼만이 이익을 취하고 실질적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동일한 상품임에도 누군가는 더 비싸게, 누군가는 더 싸게 거래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러한 왜곡된 가격 구조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흐리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약화시키고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원리


시장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클릭, 검색 기록, 체류 시간 같은 데이터가 곧 '시장 신호’이자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 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 시장경제는 '데이터를 소유한 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의해 형성되던 시장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확장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역설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플랫폼만이 실질적인 힘과 이익을 독점하게 된 현실을 낳았다.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격 산출 알고리즘의 구조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의 신뢰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음으로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개인화 가격 정책이 소비자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공정성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 쿠키 동의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자신의 소비 행태가 데이터로 기록되고 활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데이터는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화폐이며, 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시장경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