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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경제학’? 그런 것은 없다

권혁철 / 2025-05-29 / 조회: 92

최근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의 이른바 '호텔경제학(론)’이 회자되고 있다. 애초 수년 전 이재명 후보가 지역화폐의 효용성을 거론하면서 등장했던 호텔경제론이 이번 대선 유세 현장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괴짜 경제학’이니, '무책임한 먹튀 경제론’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옹호하는 측에서는 '돈을 돌게 하면 경제가 더 나아진다는 예시’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들이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위 '호텔경제학’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한 사람이 호텔에 예약을 하고 예약금으로 10만 원을 냈다.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점에서 가구를 사고, 가구점은 그 돈으로 치킨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고, 치킨집은 그 돈으로 문구점에서 문구류를 구입하고, 문구점은 전에 호텔로부터 빌렸었던 10만 원을 그 돈으로 갚는다. 그런데, 처음에 호텔 예약을 했던 사람이 예약을 취소하자, 호텔은 문구점에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은 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준다.


결과를 보면, 마을에 실제로 들어온 돈은 한푼도 없지만, 가구도 만들어 팔았고, 치킨도 만들어 팔았고, 문구점도 장사를 하여 빚도 갚았다. 마을 외부에 있는 한 사람의 호텔 예약금이 비록 나중에 취소되긴 하지만, 그 사이 그 돈이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나가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해 보이는 것도 분명하다. 이상하면서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은 위의 이야기에 그럴듯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트릭과 '사실 은폐하기’ 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위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일어나는 사건 중 일부를 잘라내고 감춤으로써 논리가 완벽하게 성립되는 것처럼 만들었다. 이런 통계 조작 및 왜곡 등은 국가 개입주의자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위의 이야기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외부 사람이 호텔 예약을 하기 이전에 이미 문구점이 호텔로부터 10만 원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호텔경제학’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등장한다.


그런데 만일, 문구점이 호텔로부터 미리 10만 원을 빌리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호텔 예약금은 호텔→가구점→문구점까지만 흐르다 거기서 멈출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호텔 예약이 취소되면 호텔은 이제 가구 구입비로 써버린 고객의 예약금을 돌려줄 수가 없다. 호텔은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된다. 경기가 붐이 일다가 갑자기 거품이 꺼지고 파산이 속출하는 붐-버스트의 원인인 '과오투자’(malinvestment) 상황과 같다. 이 경우, '호텔경제론’은 아름다운 결말의 이야기가 아니고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호텔경제론’이 '아름답게’ 끝나려면, 일단은 문구점의 사전(事前) 부채 10만 원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텔경제론’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전제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이야기가 '아름답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호텔 예약이 있기 전 문구점이 호텔로부터 빌린 10만 원을 추적해 보자. 문구점은 이 10만 원을 불쏘시개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딘가에 지출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외부에서 문구류를 10만 원어치 들여와 그것을 치킨점에 판다고 가정해 보자. 그 대금으로 받은 돈으로 호텔에서 빌린 돈 10만 원을 갚는다. 10만 원을 돌려받은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를 사고, 가구점은 그 돈으로 치킨을 산다. 이제 결과를 보면, 문구점은 장사를 해서 부채를 청산했고, 가구점은 가구를 만들어 팔았고, 치킨집은 치킨을 만들어 팔았다.


순서는 조금 다르지만, 앞의 '호텔경제론’에서 말한 결과와 동일하다. 이 말은 '호텔경제학’에서 말하는 동네 외부의 '호텔예약자’는 없어도 그만이라는 의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호텔경제학’에서 말하는 호텔예약자는 없어도 그만이 아니고, 반드시 없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가 등장하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다음과 같이 발생한다. 호텔로부터 10만 원을 빌린 문구점이 문구류를 외부로부터 들여와 치킨집에 판매하고 받은 대금을 호텔에 줌으로써 부채를 청산한다. 이때, 호텔예약자가 등장하고 호텔예약금 10만 원이 들어온다. 이제 호텔은 20만 원을 들고 가구를 구매하려 한다. 생산이 하루아침에 증가하는 것이 아니기에,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만 두 배가 된다. 그 결과는 가구 가격의 폭등이고, 이어서 치킨 가격도 폭등한다.


정부가 통화 공급을 팽창시켜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과 똑같다. 여기서도 '호텔경제론’은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 폭등이라는 비극으로 끝난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호텔경제학(론)’은 여러 가지 트릭과 진실 은폐하기 등으로 꾸며진 눈속임이자 궤변이다. 그것은 경제 활성화 효과를 가져오기는커녕 '과오투자’를 유발해 경제 침체와 기업 파산으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통화팽창의 경우처럼 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호텔경제학’ 같은 것은 없다. 그것은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주의자들의 또 하나의 눈속임이자 궤변일 뿐이다.


권혁철(자유시장연구소장, korealibertyforum 대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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