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꿈꿀 자유

황이진 / 2022-08-24 / 조회: 4,517

평등과 자유의 적절한 균형은 모든 국가의 정부가 달성해야 하는 과제이다. 자유주의가 가장 발달된 나라 미국은 1776년 독립을 선언하고 연방국가의 형태로서 나라를 건국하여 미국의 첫 번째 헌법인 연합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을 제정하였다.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였고 이후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였을 때도 권리장전을 통해 연방정부의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는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부터 탄생하였다. 하지만 요즘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등”을 명목으로 정작 개인의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권리인 “자유”가 점점 제한되고 있다.


책 <선택할 자유>에서 저자 밀튼 프리드만은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선택할 자유를 갖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존중하고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오늘날 커지는 정부의 역할에 따른 규제 중심의 국가 의존적 정책은 사회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리를 거슬러 자유 수호라는 국가의 설립 이념조차 잊게 한다. 평등이라는 명분 하에 이루어지는 정부의 개입은 진정 모두를 위한 접근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평등이란 무엇인가. 역사 교과서는 공동생산과 공동 분배를 하던 신석기시대는 평등한 사회였지만 잉여생산물이 발생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시작된 청동기시대부터 계급의 분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프랑스혁명 당시 핵심적인 가치로 작용했던 평등의 이념이다.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제3계급 평민들은 앙시앵 레짐의 신분제에서 벗어나 모든 개인이 자유롭다면 평등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그들이 말한 평등의 가치는 “자유를 차별 없이 누릴 권리”이다. 자유를 우선시할 것인가, 평등을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벌어졌지만 이 두 가치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선과 공동선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평등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자유롭게 평등해질 수 있다.


학교 교육에 관한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다. 현재 특목고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대한 논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몇 이들은 자사고·특목고가 차별적인 교육 기회 제공으로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며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모든 학생들이 같은 환경에서 같은 교육을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 평등이며 자사고·특목고는 이러한 평등의 실현을 방해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선택의 폭을 주지 않는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은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는 것도, 자유롭게 평등한 것도 아니다. 모든 학생은 각기 다른 적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맞지 않는 퍼즐을 하나의 판에 끼워 맞추다 보면 결국 전체적인 그림에 뒤틀림과 왜곡이 생기는 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하고 단일화한 교육체계는 그 학생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주지 못한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일까? 학교 교육에 있어 진정한 평등은 모든 학생이 각각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흥미와 열정을 추구할 기회를 주고 그들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지유를 주는 것이 평등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는 자신이 법무법인 한바다에 특채된 것에 대표 한선영과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좌절하고 싶습니다. 좌절해야 한다면 저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른이잖아요. 아버지가 매번 이렇게 제 삶에 끼어들어서 좌절까지도 대신 막아 주는 건 싫습니다. 하지 마세요.” 이 대사를 듣자마자 마음에 큰 울림이 전해졌다. '오롯이 좌절함’은 오영우라는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게 꼭 필요함을 느꼈다. 인생에서 안정만을 추구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억압하기 위한 필요 이상의 개입으로 스스로의 길을 선택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면 두려움과 불행을 발판으로 더 높이 도약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좌절할 자유가 필요하다. 불안정함과 실패의 가능성을 직면하더라도 정부의 비대화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이 좌절을 극복하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끊임없이 변동하지만 정점과 저점을 지나 결국 안정적인 경기에 도달하는 경기 순환처럼 좌절을 또 하나의 기회로 여기고 사회가 스스로 아파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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