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서양문명은 바다에서 시작됐다

최승노 / 2020-09-28 / 조회: 427

그리스 도시국가·로마제국은 모두 해양문명…

지중해 교역 주도권 잡으며 강력한 국가 건설


테르모필레 전투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몰라도 영화 ‘300’의 배경이 된 전투라고 설명하면 많이들 알아들을 것이다. 마라톤 전투와 함께 그리스 연합과 페르시아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을 대표하는 전투 중 하나가 바로 테르모필레 전투다.


해양 문명은 교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까닭으로 농업 문명에 비해 발전 잠재력이 높다. 해양 문명은 유목 민족처럼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프런티어 정신이 두드러져 해외 식민지를 개척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물론 로마와 카르타고도 모두 지중해의 가치를 알았고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번영을 구가했다.


기원전 480년 가을, 그리스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바닷가 협로인 테르모필레를 통과하려는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 1세의 수십만 대군을, 불과 수백 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이 저지하다가 전원 옥쇄했던 사건이 영화 ‘300’의 주된 모티프다.

페르시아 제국을 꺾은 그리스 도시국가들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항복을 권하러 온 페르시아 사신을 우물로 차 버리며 “This is Sparta”라고 외치는 부분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다. 이 장면은 허구로 가득 찬 영화 ‘300’에서 몇 안 되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부분이기도 한데, 전쟁 전 페르시아는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에 사신을 보내 그 도시의 흙과 물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타국에 자기 나라의 흙과 물을 바치는 건 그 나라의 지배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대부분의 그리스 도시국가가 페르시아의 요구에 굴복했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만은 사신을 처형하는 걸로 응수했다. 아테네는 재판을 열어 사신들에게 처형 판결을 한 다음 처형용 갱 속에 던져버렸고, 스파르타는 재판도 없이 그냥 우물 안으로 차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동서양 간의 역사상 첫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스인들은 스스로를 바다를 떠나선 살 수 없는 민족이라고 부른다. 고대 크레타 문명 시절부터 그리스인은 해양 민족으로 명성을 떨쳤다. 지중해 곳곳에 자신들의 식민지를 만들었다.


그리스의 도시는 그리스인들만큼 지중해의 산물이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의 세 대륙에 둘러싸인 지중해는 다양한 물자가 교역되는 통로였다. 섬이 많고 복잡한 지중해의 해안선은 바다에 나가기 편리하면서도 안에 위치한 항구는 폭풍으로부터 안전해 도시국가가 입지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지중해와는 다르게 남중국이나 인도의 해안선은 별다른 굴곡이 없고 대양으로 그대로 열린 바다라서 의미있는 도시국가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요컨대 다른 지역에서 바다가 거대한 물의 장벽이었다면 지중해에서 바다는 세 대륙을 잇는 친절한 가도였던 것이다.


기원전 8세기부터 그리스 반도, 펠로폰네소스 반도, 소아시아의 해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중해 교역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이 시기 주로 거래된 건 밀을 중심으로 한 곡물이었다. 인간의 활동 무대가 바다로 넓어지면서 해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도시국가 간의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졌다.


지중해 패권 차지한 로마, 해양 제국으로 성장


로마도 처음엔 이탈리아 반도 서쪽의 내륙에 있는 도시국가였다. 로마의 입지는 바다와 가깝지만 항구 도시는 아니며 테베레 강을 통해 바다와 이어져 있다. 그런 로마가 거대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해양 세력과의 경쟁 덕분이다. 지중해 패권을 놓고 해양 국가 카르타고와 맞붙은 세 차례의 포에니 전쟁이 그것이다. 카르타고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로마는 지중해 서부의 제해권과 식민지를 확보했고 지중해를 내해로 갖는 해양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해양 문명은 교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까닭으로 농업 문명에 비해 발전 잠재력이 높다. 해양 문명은 유목 민족처럼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프런티어 정신이 두드러져 해외 식민지를 개척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물론 로마와 카르타고도 모두 지중해의 가치를 알았고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번영을 구가했다.


바다를 통한 교역과 투쟁이 서양문화의 정체성 형성


오늘날 서양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적 요소는 대부분 지중해의 역사에서 물려받은 것이다. 서양 문명의 양대 축인 헬레니즘(개인주의 전통)과 헤브라이즘(기독교 전통)은 지중해를 통한 교역과 투쟁의 산물이다. 영화 ‘300’도 결국은 도시국가 스파르타가 대륙 세력을 상징하는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에 맞서 그리스 해양 문명을 지켜내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영국의 군인이자 사학자인 존 FC 풀러는 일찍이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는 유럽이라는 아기가 태어나면서 낸 소리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 전쟁에서 지중해 세계만 지킨 게 아니라 유럽, 더 나아가 서양 전체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지중해는 유럽과 서양 문명의 모태이며 그래서 바다가 인간 역사에 끼친 의의는 각별하다.


■ 기억해주세요


해양 문명은 교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까닭으로 농업 문명에 비해 발전 잠재력이 높다. 해양 문명은 유목 민족처럼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프런티어 정신이 두드러져 해외 식민지를 개척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물론 로마와 카르타고도 모두 지중해의 가치를 알았고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번영을 구가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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