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리스크 눈감고 오너리스크만 잡겠다는 `공정경제3법`

김정호 / 2020-09-15 / 조회: 240       매일산업

반도체 키운 삼성오너경영 성공사례

노동자 기업 기아 적자 눈덩이 숨겨


소위 '공정경제3법'이라는 것이 지난 8월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어떻게든 통과시킬 것이 예상된다. 문제가 많아서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법률안인데 이번에는 밀어붙이기 식으로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경제3법이란 다음 표에서 보듯이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을 말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사연과 논리들이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대부분 재벌 오너의 권한을 견제하는 수단들이다. 내부거래 규제. 강화,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강화,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관련 의결권 제한 등이 모두 오너의 소위 전횡과 사익 편취를 견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의 재벌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 없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재벌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문제가 많다. 국회도, 청와대도, 시민단체도, 대학도 모두 문제 투성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재벌 기업은 우리나라의 많은 조직들 중에서 그나마 좀 나은 것 아닐까.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관찰되는 오너 파워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 파워는 때로 부당한 지시나 사익 편취에 동원될 때도 있다. 계열사간 내부거래 역시 관련 또는 비관련 업종 간의 협업을 통해서 시너지를 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때로 사익편취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 문제를 잡아 내라고 검찰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공정경제3법은 오너 체제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오너의 파워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고 한다. 그로 인해 오너 체제의 폐해가 줄어들 수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배주주, 소위 오너의 결단력 있는 결정은 한국 글로벌 기업들을 키운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막대한 적자를 무릅쓰고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그룹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적자가 쌓이게 되었는 데도 투자는 계속되었다. 대다수의 임직원들은 어떻게든 말려 보려고 했지만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 반도체는 삼성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 주었다.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그것을 통한 품질의 혁신도 오너 파워가 있기에 가능한 개혁이었다.


현대차와 SK 역시 오너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을 통해 도약을 이뤘다.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 계기는 1999년 미국에서 현대차 구매자에게 10년-10만 마일 무상 보증을 제공한 것이었다. 엄청난 모험이었다. 형편없는 수준이던 기존 현대차의 품질 상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수리비를 감당 못해 회사가 망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현대차가 살려면 수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품질 개선해야만 했다. 정몽구 회장은 적극적 품질 경영에 나섰고 결국 이뤄냈다. 오너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모험이었다.


SK 가 법정관리 중이던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 역시 오너의 결단이었다. 누구도 인수하고 싶어하지 않던 하이닉스를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했고 세계적 반도체 기업으로 키워냈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본 기업들은 회의만 하다가 결국 한국 기업, 중국 기업에게 시장을 내주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그렇게 되어 갈 것 같다. 공정경제3법이라는 것으로 오너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고 대기업들은 앞으로 과감한 결정은 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기업을 일종의 공기업 처럼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너의 권력이 줄어든 공백은 빈 채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 빈자리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메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좌파 이념의 실천을 위해서 그 권력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오너 리스크 대신 노조 리스크, 정치 리스크가 등장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 지는 과거 기아자동차를 통해서 뼈아프게 경험했다.


1980년 노동자 기업으로 재탄생한 후 초기에는 잘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차츰 노동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들었고 임원들은 노조와 결탁했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적자가 발생했지만 장부 조작으로 숨겼다. 1997년 더 이상 적자를 숨길 수 없게 되자 결국 부도를 냈다. 1998년 외환위기의 단초가 된 사건은 이렇게 오너가 사라진 기업, 노동자들이 주인인 기업에서 벌어졌다.


공정경제3법이 통과되면 대기업들은 점점 더 과거의 기아자동차를 닮아 가게 될 것이다. 기업으로서의 야성은 사라지고 편하고 월급 잘 주는 기업, 또 여기 저기에 선심 잘 쓰는 기업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런 기업에 혁신의 동력이 있을 리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한국에서 가장 현대화된 조직이다. 불법행위가 있으면 검찰이 나서서 그것만 골라내면 된다. 대기업을 고치겠다며 시민단체와 국회의원과 청와대가 나서는 것은 넌센스다. 그야말로 3류가 2류를 고치겠다고 나서는 셈이다. 너희들이나 잘하라고 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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