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터키, 무섭도록 닮아가는 한국

김정호 / 2020-09-01 / 조회: 830


김정호_2020-26.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NltrVk86eSc


오늘은 터키 이야기입니다. 6·25 때 유엔군으로 참전해서 우리를 도왔던 나라죠. 그런데 전혀 다른 나라로 변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는 지난 20년간 변해온 과정이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 들어선 길과 무섭도록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부터 이야기하죠.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 중입니다. 이 글을 쓰는 8월 17일 현재 터키 리라화의 달러당 환율은 7.39로서 5.95였던 연초에 비해 19%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원화에 빗대자면 달러당 1,200원 하던 환율이 1,500원으로 치솟은 셈입니다. 터키 중앙은행이 환율을 방어해 보려고 외환보유고를 다 털어가며 달러로 리라화를 사들였지만 국고만 바닥났을 뿐 환율 급등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채를 갚기도 어려워져서 터키에 돈을 빌려준 유럽의 은행들도 전전 긍긍하고있습니다.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인데 그 때와 비교하면 무려 76%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원화로 말하자면 달러당 1,200원하던 환율이 5,000원으로 오른 격입니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소득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2013년 12,500달러이던 1인당 GDP가 2019년에는 9,000달러로 줄었습니다. 소득의 30%가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 와중에 터키 중앙은행은 금 사재기에 나섰습니다. 작년까지 최대의 금 매입자였던 러시아가 유가하락으로 금 매입을 중단하자 그 자리를 터키가 메웠습니다. 미국과 사이가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경제 제재로 터키의 달러 거래를 중단시킬 경우 달러 대신 금을 주고 물건을 사기 위함입니다.



경제가 이 지경인데, 터키는 주변국들과의 적대 관계에도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동지중해에서 석유 및 가스 탐사를 시작함으로써 같은 해역에 권리를 주장해 온 그리스, 키프러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프랑스와 연합군을 만들어 해상 군사 대치까지 벌이기에 이르렀습니다. 주변국에 대한 터키의 공격적 확장 정책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듯이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카타르 등 이미 수많은 나라들에 군대를 보낸 전력이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는 그나마 가장 현대적이고 안정적이었던 터키가 이제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처럼 국제적인 이단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터키 국민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이 모든 일을 벌이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터키 국민은 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의 지지율은 52.5%로 경쟁자인 무하렘인제 의원의 30.7%보다 무려 21.8%나 더 높았습니다. 2020년 3월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8%가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국민의 지지가 이처럼 확고한만큼 터키는 이란, 북한 같은 나라로 전락해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걱정인 것은 한국도 터키와 매우 비슷한 길로 들어섰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그런지 찬찬히 따져 보겠습니다.


첫 째는 차입입니다. 2003년 에르도안은 총리가 되자 경제자유화와 더불어 해외에서 많은 돈을 차입했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쓰인 용도였습니다. 가장 많이 투자된 것이 쇼핑 센터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건설에 주로 투자한 것이죠. 전국에 쇼핑센터 건설이 늘어나는 만큼 경제성장률도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종말이 정해진 성장이었습니다. 투자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그것을 통해 구성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건설 과정에서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도 길러져야 하고 공사 수주를 잘하는 비즈니스맨들도 나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고객, 특히 해외의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를 위해 끌어들인 빚을 갚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터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투자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터키인들의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1 그저 돈만 쓴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출에 비해 수입이 크게 증가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엄청나게 쌓이게 됐습니다.



더 이상 빚을 끌어올 수 없게 되자 터키 경제에는 경고음이 켜졌습니다. 환율이 치솟았고 문제를 해결한다며 돈을 풀어내다 보니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지금 터키가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한국도 그런 길로 들어선 듯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부채의 둑을 무너뜨렸습니다. 재난지원금이니 일자리 예산이니 하는 것은 그저 먹고 치우는 돈일 뿐 그 돈 써서 한국인의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습니다.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 같은 사업에 170조원을 투입한다는데 돈만 날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45조원을 투자한다는 혁신성장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지난 3년간 도대체 무슨 결과가 있었습니까? 그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징후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도시재생 뉴딜 등등 수백조를 쏟아 붓는다지만 그 돈 받아쓰는 사람만 신날 뿐, 그 뒤에는 국가부채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터키처럼 환율과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면서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라고 하겠지만 터키도 흥청망청 돈 써서 성장률 10%를 달성하고 있을 때는 지금 같은 위기가 닥칠 것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반미-친중 외교입니다. 터키는 공화국으로 탄생할 때부터 친미, 친서방을 표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처럼 미군 기지를 두어 왔고 강력한 군대를 가진 믿음직한 NATO 회원국이었습니다. 그런 터키에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고 터키 역시 반미 노선을 걷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이견 때문입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테러 단체인 IS에 맞서 싸우는 쿠르드족 반군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터키 입장에서는 쿠르드족의 힘이 강해질 경우 자국내 쿠르드족이 독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쿠르드족 반군을 쳐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터키는 미국과 충돌하게 되었고 터키에 머물면서 쿠르드족을 도와준 미국인 목사를 구금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석방을 요구하며 터키에 경제 제재를 가했습니다.


안그래도 상승을 거듭하던 환율이 급격히 치솟았고 터키의 경제위기는 심각해졌습니다. 2018년의 일입니다. 터키가 러시아산 미사일 도입을 강행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터키는 미국 대신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국인 것처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터키는 제2의 이란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중국과의 결별을 선택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에서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한발 코로나는 세계를 더욱 친중과 반중 진영으로 갈라 놓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진영이 아닌 듯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지난 7월 1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영국 등 서방 27개국은 중국의 홍콩국가안전법과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등에 대해서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영국, 일본, 독일 등 웬만한 선진국들은 모두 여기에 서명했습니다. 한국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또 미국 국무부가 동맹국들을 연결해서 경제번영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한국은 답이 없습니다. 중국 화웨이를 축출하고 자유민주주의국가들끼리의 5G 통신망을 구성하자며 영국이 제안한 소위 D10(Democracy 10)연합체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습니다. 서방이 제안한 연합체 중 문재인 정부가 확실하게 수락한 것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G7+ 모임입니다. 기존 G7에 한국, 러시아, 인도를 추가한 모임입니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 회의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고 걱정입니다. 자칫하면 한국이 반미-친중 국가임을 선언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벌써 중국은 한국, 러시아 등이 미국편에 서지 않을 거라며 선수를 쳤습니다. 미국편에 가담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으름장인 셈입니다.


셋째, 주변국들과의 적대 관계 조성입니다. 터키는 주변국들, 특히 그리스 및 프랑스와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직접적 발단은 터키가 동지중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터키는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지만 그리스와 키프러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겹치는 해역에서의 탐사입니다. 당연히 충돌이 예상되었던 지역인데도 터키가 도발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는 프랑스와 연합해서 전함과 전투기를 파견했고 터키와 대치하는 중입니다. 이처럼 터키는 점점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가는데 터키 국민은 오토만 제국의 영광이 되살아난다며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터키가 그리스, 프랑스, 키프러스와의 대치를 통해 지지를 얻어내듯이 문재인 정권은 일본을 적으로 삼아 국민을 결속시켜왔습니다.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자산 몰수, 지소미아 폐기 시도 등을 거치면서 일본을 거의 적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럴수록 정권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지와 결속력은 강해지는 듯합니다.


넷째는 국가의 근본을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터키의 국부인 케말 아타튀르크는 1923년 건국을 하면서 신정 정치를 버리고 터키를 서구식 세속 국가로 세웠습니다. 3권 분립과 법치주의를 확립했고 이슬람 성직자들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터키인이 몸담고 살아왔던 오토만 제국은 일종의 신정국가였습니다. 터키는 과거를 버리고 종교에서 분리된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터키 국민들도 지도자의 결정에 따랐지만 서구식 세속국가는 이슬람 신도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국민의 마음을 잘 아는 현재의 지도자 에르도안은 터키를 다시 신정국가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박물관으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던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한 것은 그것을 위한 큰 걸음으로 보입니다. 서방 국가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터키 국민들을 환호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터키와 비슷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출범했습니다. 보통선거와 법치주의, 시장경제를 선언했습니다. 임금이나 지도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투표로 선출된 임기제 대표자에게 행정과 입법을 맡기는 제도입니다. 임금의 보살핌을 받다가 스스로 책임지는 체제로 전환한 것입니다. 터키인들이 그랬듯이 대다수의 한국인도 얼떨결에 그 체제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승만과 미국은 한국인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안겼고, 박정희는 자기 책임주의와 개방경제를 떠안겼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그 자유와 책임과 개방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의문입니다. 자유는 좋지만 책임은 싫었습니다. 개방보다는 보호가 좋았습니다. 힘겹게 내 힘만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나라님이 나를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들의 삶을 책임져 주겠다는 구호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만백성의 어버이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국민은 그 대통령이 자기 삶을 책임져만 준다면 반대파에게 무슨 탄압을 해도 표를 주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무덤까지 파내면서 건국의 기초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신정체제로 회귀하는 터키의 현재 모습은 머지않아 한국의 것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인과 터키인이 같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을 바라보는 태도는 굉장히 다릅니다. 터키는 국민 자체가 매우 반미적입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2014년 터키 성인 1,001명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이 미국에 대해 우호적이라 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습니다. 73%는 우호적이지 않다고 답했습니다.2


반면 한국인은 매우 친미적입니다. 2019년 아산재단의 한국인 1,000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 정부는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78%가 미국이라고 답했습니다.3 그만큼 한국인은 미국에 대해서 우호적 태도를 가졌습니다. 문제는 행동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미적 행보를 취할 때 그 78%가 안된다며 거리로 나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재난지원금 몇 푼 쥐어 주면 그냥 모른 체하며 조용히 표를 주게 될까요. 돈 몇 푼에 철학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 터키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8.20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위기의 터키, 무섭도록 닮아가는 한국>의 텍스트입니다.



1 Why Can't Turkey Stop Its Economic Nose-Dive? By Constantine Courcoulas, Onur Ant, and Tugce Ozsoy,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8-08-08/why-can-t-turkey-stop-its-economic-nose-dive-quicktake?sref=9fHdl3GV

2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14/07/30/turks-divided-on-erdogan-and-the-countrys-direction/

https://www.thechicagocouncil.org/publication/cooperation-and-hedging-comparing-us-and-south-korean-views-china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33 바이든이 된다면
김정호 / 2020-10-20
김정호 2020-10-20
32 글로벌 금 시장의 큰 손들
김정호 / 2020-10-13
김정호 2020-10-13
31 코로나 확산의 8·15 집회 책임론은 틀렸다
김정호 / 2020-10-06
김정호 2020-10-06
30 브렉시트, 그렉시트, 다음은 이탤렉시트?
김정호 / 2020-09-29
김정호 2020-09-29
29 방역은 있는가? 한국-일본의 코로나 사망 통계 비교
김정호 / 2020-09-22
김정호 2020-09-22
28 국제 유가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김정호 / 2020-09-15
김정호 2020-09-15
27 인플레이션인가, 디플레이션인가?
김정호 / 2020-09-08
김정호 2020-09-08
위기 맞은 터키, 무섭도록 닮아가는 한국
김정호 / 2020-09-01
김정호 2020-09-01
25 백신 개발 평균 11년, 코로나19 백신은 9개월?
김정호 / 2020-08-25
김정호 2020-08-25
24 99년 달러 패권, 영국 파운드의 105년 넘길까?
김정호 / 2020-08-18
김정호 2020-08-18
23 풍선효과는 왜 생기나?
김정호 / 2020-08-11
김정호 2020-08-11
22 흔들리는 미국, 제자리 찾을까?
김정호 / 2020-07-28
김정호 2020-07-28
21 왜 미국 달러만 기축 통화인가?
김정호 / 2020-07-21
김정호 2020-07-21
20 친중-반중으로 갈라지는 세계
김정호 / 2020-07-14
김정호 2020-07-14
19 일본 경제의 두 얼굴
김정호 / 2020-07-07
김정호 20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