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 평균 11년, 코로나19 백신은 9개월?

김정호 / 2020-08-25 / 조회: 12,891


김정호_2020-25.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QzK3sti9LX8


오늘은 백신 이야기입니다. 언제 나올지 그것 맞으면 정말 코로나 걱정 안 해도 되는 건지 등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면역학자도 의사도 아닌 제가 이런 내용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마땅히 볼만한 영상을 찾지 못해 국내외 자료들을 공부해서 제가 만들어 봤습니다. 그냥 가벼운 참고자료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백신은 병원체인 바이러스와 유사한 물질입니다. 그것을 인체에 접종하면 우리 몸이 그 물질과 싸우는 과정에서 항체와 T cell을 만들게 되고 그것으로 나중에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물리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살짝 속이는 셈이죠. 완벽한 백신이라면 그것을 접종 받은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아도 몸 안에 이미 생성된 항체가 막아낼 테니 걱정할 것이 없겠죠.



그러면 코로나 백신은 언제 나올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나온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영국의 옥스포드 백신 등 최소 3개의 후보들은 임상시험을 거의 마쳐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초에는 첫 백신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신 개발 레이스의 현재 상태를 간략히 살펴보기 전에 백신 출시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한미약품 사이트를 기반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1 전체 과정은 후보 물질 선정,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신약 허가 및 시판의 4단계로 구성됩니다. 후보 물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인데요. 먼저 하는 전임상은 동물실험이고 임상시험은 인체 대상 시험입니다.


인체 대상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의 3단계를 거칩니다. 단계별로 가장 큰 차이는 시험 대상의 규모입니다. 1상은 20~80명, 2상은 100~200명, 3상 시험의 대상은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릅니다. 3상 이후 허가를 받으면 새로운 백신으로 출시될 수 있습니다.



WHO에 따르면 8월 4일 현재 140개 이상의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이 시장에 나가기 위해 치열한 경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보시듯이 아직 허가를 받은 것은 없지만 마지막 단계인 3상에 들어간 것은 7개나 됩니다. 2상이 17, 1상이 25, 그리고 동물실험인 전임상 단계인 것은 139개에 달합니다. 가장 앞선 것은 옥스포드 대학 연구팀과 아스트라제네카사가 공동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 3상 중입니다. 중국의 우한연구소와 시노팜의 백신 후보, 미국의 모더나사, 화이자의 백신 후보 등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도 3상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SK 바이오, 제넥신, 이노비오가 내년 말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기존 천식치료제인 알베스코를 코로나용으로 임상중이라고 합니다.2 한편 SK 바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언제 나온다는 거야? 현재 오가는 말들, 희망 섞인 말들에 따르면 빠르면 늦가을, 또는 내년 초에 첫 제품이 출시될 듯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백신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코로나 백신 개발 상황은 비정상적입니다. 지금까지 백신 평균 개발 기간은 11년이고, 성공확률은 6%에 불과했습니다.3 가장 단기간에 성공한 것이 유행성이하선염 백신인데 4년 걸렸습니다.4 그런데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들은 빨라도 올해 1월부터 개발에 착수되었으니 올해 말에 나온다면 기껏해야 1년도 안 걸린다는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백신 개발이 급속히 진척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5 첫째는 후보 물질의 생산 방식입니다. 지금까지의 백신은 병원체를 변형시키거나 약하게 만들어서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내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그것을 통해서 후보 물질 생산 기간을 단축합니다.


둘째는 허가 과정의 단축입니다.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팀, 화이자팀은 2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팀은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1상 결과가 심사를 통과해야 2상에 착수하고 그 다음 3상을 하는데 이번에는 허가 당국이 그런 식의 임상 실험을 용인해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의 필요성이 워낙 크다 보니 어느 정도 부작용은 감내하겠다는 겁니다.


셋째는 허가 기준 완화입니다. 즉 효과가 크지 않은 백신 또는 부작용이 있는 백신도 허가를 통과해서 출시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소장인 파우치 박사의 말은 현재 심사 및 허가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그의 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98% 효과가 있는 제품을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75% 정도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50~60% 정도 밖에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안전을 포기하거나 과학적 성실성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은 합니다만 50%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면 백신을 접종 받는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Challenge Trial, 즉 공격접종시험이라는 것도 시간 단축을 위해 용납되고 있습니다. 피험자를 의도적으로 감염시키는 방식인데요. 후보 물질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피험자의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험자를 일부러 감염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생체 실험이 되는 것이어서 위험하기도 하고 윤리적으로도 문제죠. 그러다 진짜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통상적인 3상의 경우 후보 물질을 접종 받은 피험자들이 일상 생활을 하게 합니다. 수천명의 피험자 중 간혹 감염되는 사람은 몸에 항체가 T cell이 생길 수 있겠죠. 그 결과를 통해서 백신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 불확실하고 시간도 돈도 너무 많이 들겠죠.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워낙 위급하다 보니 허가 당국들이 Challenge Trial, 즉 피험자를 일부러 감염시키는 시험 방법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volunteer, 즉 희망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희망자가 넘칩니다. '1daysooner.org’라는 사이트에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Challenge Trial에 참가하겠다고 신청을 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백신의 효과를 더 잘 검증할 수 있고, 시간과 돈을 줄일 수 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는 많죠. 또 자원자들이 주로 젊은 사람일 경우 정말 위험한 노인들에게도 안전한 백신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도 합니다.


넷째는 돈 문제입니다. 제약사의 입장에서 백신 개발은 매우 위험한 투자입니다. 성공률이 9.6%이니 대부분 실패한다는 말이죠. 게다가 임상에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제품 출시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미 유행이 끝나고 바이러스가 소멸되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 표에서 보듯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정부가 제약사의 백신 개발 지원에 나섰습니다.6 또 빨리 성공만 해라, 얼마든지 사주겠다며 선계약을 하고 있으니까 제약사들의 걱정이 줄어든 거죠. 그 덕분에 많은 제약업체들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이면 백신이 세상에 나오기는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의 효능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씀드렸고요. 남은 문제는 나도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값은 얼마인데? 이 문제가 남았죠.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8.11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백신 개발 기간 평균 11년. 코로나 백신은 1년. 이유가 뭔가? 그래도 되나? 백신 개발 레이스 이야기.>의 텍스트입니다.



1 신약개발프로세스, http://www.hanmi.co.kr/hanmi/handler/Customer-AboutBioImprove

2 http://www.usline.kr/news/articleView.html?idxno=15552

3 Risk in vaccine research and development quantified, https://pubmed.ncbi.nlm.nih.gov/23526951/

4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6-03/the-keys-to-speed-in-race-for-vaccine-and-its-perils-quicktake?sref=9fHdl3GV

5 How scientists aim to make a safe COVID-19 vaccine in record time, https://www.cbc.ca/news/health/vaccine-speed-1.5673960

6 https://asia.nikkei.com/Business/Pharmaceuticals/US-China-and-other-rich-nations-chase-COVID-19-vaccine-paydays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68 중국 공산당, 기업 장악을 위해 미국 돈도 버리다! 디디추싱 사태를 보는 시각
김정호 / 2021-07-20
김정호 2021-07-20
67 수소경제, 신의 한 수 또는 악수?
김정호 / 2021-07-13
김정호 2021-07-13
66 신안 해상풍력발전 투자 48조 원, 어떻게 볼 것인가?
김정호 / 2021-07-06
김정호 2021-07-06
65 중국 고립은 심화되는데, 위안화는 왜 강세인가?
김정호 / 2021-06-29
김정호 2021-06-29
64 글로벌 최저한세, 증세 경쟁의 시작인가?
김정호 / 2021-06-22
김정호 2021-06-22
63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에 승부를 걸었나?
김정호 / 2021-06-15
김정호 2021-06-15
62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배터리 산업, 괜찮을까?
김정호 / 2021-06-08
김정호 2021-06-08
61 탈원전으로 위험 고조되는 한국 전기 사정
김정호 / 2021-05-25
김정호 2021-05-25
60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 내 투자는 어쩌나?
김정호 / 2021-05-18
김정호 2021-05-18
59 에너지 혁명: 과거, 현재, 미래
김정호 / 2021-05-11
김정호 2021-05-11
58 이건희 상속세 한국은 12조, 영국은 4조, 스웨덴은 0원
김정호 / 2021-05-04
김정호 2021-05-04
57 전문경영의 민낯: 미국형은 비정, 일본형은 무능, 한국형은 부패
김정호 / 2021-04-27
김정호 2021-04-27
56 ESG 거품론, 왜 나오나?
김정호 / 2021-04-20
김정호 2021-04-20
55 오세훈의 재건축 정상화가 넘어야 할 산
김정호 / 2021-04-13
김정호 2021-04-13
54 LH 대책에 대해서
김정호 / 2021-04-06
김정호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