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잣대 이분법적 회계 기준 안걸릴 기업 있나

배성호 / 2020-07-08 / 조회: 295       매일산업

'규칙중심' 아닌 '원칙중심' 분식 시비 제2삼바 양산

옳다 그르다 식 논리로는 적용 무리 감독기관 정리를


필자는 회계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분식회계라는 주제는 언제나 흥미롭다. 우리가 현재 배우고 사용하는 회계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수학자인 루카 파치올리의 저서 ‘산술집성’의 9장 11절의 복식부기에서부터 체계화됐다. 이후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대공황 이후에 미국에서 대공황 이전에 만연했던 분식회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욱 정교해지게 됐다. 그러한 회계의 발전역사를 돌이켜보면 엄청나게 정교할 것 같은 회계도 결국 몇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재무제표에서 사용되는 계정과목은 크게 차이가 없고, 분식회계를 하는 방법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어떠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숫자를 만들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2018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주제로 분식회계이냐 아니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재 분식회계 여부와 관련해 법적으로 논의 중이므로 그 최종 결과는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 분식회계 논쟁의 시작이자 핵심은 2011년 설립 이후 지속적인 손실을 시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투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손실이 2000억원임에도 불구하고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고하게 된다. 손실을 보던 회사가 회계처리 기준 변경 하나로 순식간에 엄청난 흑자로 전환되었으니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이 기업이 ‘삼성’이었으니 더욱 그러하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규모가 큰 기업들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Korean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적용한다. 2011년부터 전격 도입된 이 기준이 2010년 이전의 회계 기준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 기준이 ‘규칙중심’이라면 K-IFRS는 ‘원칙중심’이라는 것이다. 즉, 이전 기준은 백과사전의 규칙과 같아서 특정 상황의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집에서 찾아서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백과사전이 말해주지 못하는 경제 현실은 너무나 많다. 이에 경영자가 기업의 실질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회계처리를 하도록 ‘재량’을 인정해 준 것이 ‘원칙중심’ 회계처리기준 즉, K-IFRS 이다. K-IFRS를 도입할 때 도입비용 등의 이유로 실무계의 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은 기업가치의 증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도입했다. 그러나 ‘원칙중심’ 회계라는 특성 상 기업의 재량과 관계 당국의 규제가 종종 충돌을 빚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 그 이유는 2015년 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회사로 보았으나 2015년부터는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회사로 판단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 근거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투자한 미국의 바이오젠이라는 기업이 사전에 협의된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 수를 늘릴 것이므로 더 이상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예전과 같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평가를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했고, 산출된 가치를 근거로 영업외손익에 종속기업투자이익으로 4조5000억원의 이익을 보고하게 된 것이다.


분식회계 논쟁의 시작은 이 부분이다. 첫째, “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에 대해 판단을 하필 그 시점에 변경했느냐?”이다. K-IFRS의 ‘원칙주의’ 관점에서 답을 한다면 그 시점에 경영진이 판단을 변경하는 것이 회사의 실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회계처리만 두고 봤을 때 현재의 회계기준 상으로는 완전히 불가능한 회계처리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논쟁이 불거지기 전 이미 회계감사와 관계 기관의 감리를 받았으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은 상태였다.


둘째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한 것이 아니냐?”이다. 이 부분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과대평가를 했을 수도 있고 과소평가를 했을 수도 있다.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의 중요한 잣대는 어떠한 관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볼 것이냐이다. 중요한 것은 평가기관들이 전문가적 잣대로 공정하게 평가를 수행했느냐이며, 평가기관들이 그 기준을 충족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7일 종가 기준 시총은 49조6000억원으로, 현재 50조원 안팎을 왔다갔다 한다. 2016년 11월 상장 당시 16만원이던 주가가 이날 현재 76만7000원에 거래됐으니, 무려 4.8배나 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쟁은 시간이 지나면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겠지만 제2의 삼바사태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한국회계학회에서 116명의 회계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9명(94%)이 제2의 삼바사태와 같은 대형 회계스캔들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유는 K-IFRS하에서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가지 회계처리가 가능한데 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옳다’, ‘그르다’식의 이분법적 잣대를 적용한다면 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한 것이 나중에 분식회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삼바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K-IFRS의 적용과 해석의 범위를 기업들이 예측가능하도록 감독기관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회계투명성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도입한 K-IFRS가 분식회계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높여 오히려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배성호 경북대학교 경영학부(회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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