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양적완화 정책 성공하려면

김동헌 / 2020-06-17 / 조회: 367       매일산업

경기위축 증폭메카니즘 고리 조기 차단 매우 중요

회사채 매입 자금 필요한 기업들에 적기 공급돼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세계 216개국에서 740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41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소비위축·매출절벽·글로벌공급망교란 등 경제근간을 흔들고 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 급감했고 취업자수는 47만6000명이 감소했다. 


사태 초기 소상공인 중심의 자영업자들은 소비위축의 직격탄을 맞았고 항공·해운업계를 비롯해 석유화학, 자동차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산업 등의 주요 기업들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2%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러한 수출감소와 제조업 파산이 지속된다면 한국경제는 초토화할 위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로나19발 사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재정지원과 광범위한 유동성 공급 등 대내적 거시경제 정책공조를 추진했다. 정부는 1차 및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각각 11조7000억원, 12조2000억원을 마련해 감염병 확산 방역,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피해 및 취약계층 민생안정, 그리고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내수살리기 등을 지원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까지 예측된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의 3차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다. 5월 수출은 일반기계·석유화학·자동차·철강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급감해 두 달째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해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고 제조업의 회복전망도 불투명하다. 실업률은 4월 4.2%에서 5월 4.5%로 늘어났으며 5월 일시휴직자는 102만명에 달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대상국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둔화 및 수요 감소는 지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갈등은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초기 금융시장 안정에 필요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선제적으로 정책금리를 1.25%에서 0.75%로 전격 인하했고, 곧바로 추가적으로 0.5%까지 인하를 단행했다. 또한 미국연방준비제도(미국중앙은행; 미연준)와 6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한국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한은은 광범위하고 선제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4월부터 6월까지 연 0.85% 이하 금리로 금융사들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을 한도없이 매입하는 ‘전액 공급방식의 유동성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한은은 정부와 협력해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가동에 8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여 BB등급의 회사채까지 매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한국형 양적완화’ 조치인 것이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이상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채 등의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으로서 전통적인 금리조정의 통화정책에 대응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미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0 ~ 0.25%로 조정해 이자율의 0% 하한에 도달함에도 불구하고 신용시장 위축 및 금융시장 불안이 심해짐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자산 매입(Large-scale asset purchases: LSAPs) 조치를 단행했다. 1차 양적완화(QE1)는 2008년 11월~2010년 3월 사이 1750억 달러의 정부기관 채권, 1조25억 달러의 정부기관 MBS(주택저당증권), 그리고 3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했고, QE2는 2010년 11월~2011년 6월 사이 6000억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했다. QE3는 2012년 9월~2013년 12월 사이 7900억 달러의 국채, 8230억 달러의 정부기관 MBS를 매입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이사회 의장은 위와 같은 양적완화 정책이 특정 신용시장의 유동성 공급에 따라 시장의 생산적 작동을 도모했고, 장기금리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으며, 모기지 시장 지원 및 광범위한 금융시장 여건 완화를 도모해 결국 경제를 진작시키는데 효과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 연준의 대규모 자산매입으로 본원통화는 크게 증가했으나 은행들이 과도하게 초과지준금을 보유함으로써 화폐공급은 실질적으로 크게 증가되지 않아 양적완화 정책의 경기진작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양적완화 정책 효과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나 대체로 금융시장 안정과 민간 차입자의 자본 조달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 연준은 코로나19 사태의 경우에도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하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MBS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무제한적인 자산매입을 선언하기조차 했다. 


지금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처음 시도하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에 대한 명시적인 평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내수는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해운·자동차 산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자금난은 심각하고 우량기업의 자금조달조차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목표치가 0.5%로 0% 하한에 가까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통해 금융안정과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할 여력도 충분치 않다.


이런 여건에서 한은의 양적완화 정책은 적어도 초기 금융시장 안정과 유동성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화되어 금융시장으로 불똥이 튄다면 이는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불안을 불러와 다시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간 상호작용에 따른 경기위축의 증폭메카니즘 고리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한은이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 매입까지 고려한 것은 코로나19로 매출절벽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막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누그러뜨려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양적완화 정책이 조만간에 경제를 진작시키고 장래에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작금의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에 2차 감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 개발은 임박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금융기관으로부터 RP 매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과 회사채 매입 자금이 금융기관에 머물러 있지 않고 필요한 기업들에게 잘 공급되어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기업 도산을 막고 기업 구조조정 및 경기부양에 실효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은 의미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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