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수사` 조국은 안되고 삼성바이오는 해도 되나

전삼현 / 2020-05-27 / 조회: 156       매일산업

[칼럼]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분식회계 공방이 증거인멸 논란으로 법정 공방

허위공시도 없고 투자자 손해도 없다보니...


분식회계를 이유로 좌파성향의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를 검찰에 고발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언제 확정판결이 날지 묘연한 상태다. 현재는 분식회계보다는 증거인멸을 중심으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해 1심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증거인멸 및 교사 등을 이유로 실형이 선고되고, 현재는 2심이 진행 중이다.


특이한 것은 처음에는 분식회계 혐의였는데, 현재는 증거인멸죄 혐의를 가지고 법정공방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별건수사의 방식으로 형사재판이 진행된다는 강한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별건수사는 특정 범죄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와는 관련 없는 사안을 조사하면서 수집된 증거나 정황 등을 가지고 원래 목적했던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수사방식을 말한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수사의 목적을 알 수 없어 자신을 변호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이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 정부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공수처설치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수가 법제정에 동의한 것도 별건수사 관행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경우도 법리적으로 보면 문제가 된 자산재평가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동의했고, 금융당국도 승인했기 때문에 피의자들의 허위자백을 받지 않는 한 유죄를 선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좌파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의도대로 삼바측의 자산재평가 행위를 분식회계로 보고 이를 기소하면서 사건이 루프홀 (loophole)에 빠진 듯하다.


사실, 삼바의 자산재평가는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부회장 뿐만 아니라 삼바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였다.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바, 에피스, 심지어 미국 바이오젠사의 주주와 채권자, 근로자, 증권사, 거래소, 회계법인, 국세청 등 모두가 이익을 보게 한 행위였다.


물론, 누군가 자산재평가로 인해 손해를 보았다면 분식회계 사건은 현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삼바 임직원은 물론이고 이 부회장 역시 분식회계는 물론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 횡령,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가중처벌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는 분식회계로 인한 유죄선고가 사실상 기각될 가설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시장법상 분식회계로 인한 유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분식회계장부에 기반한 허위공시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자들이 허위공시내용을 신뢰하여 투자한 결과 손해를 입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삼바사건은 처음부터 악의적인 정치공학자가 루프홀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든 알고리즘을 근거로 검찰이 오판하여 기소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현재 증거인멸죄로 기소되었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삼성전자나 에피스 임원들의 경우에는 별건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의자로서 예상하지 못한 조사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의도 없이 증거인멸이라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유무죄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해당 임원들의 행동을 위법하다고 전제하고 형사처벌이 정당한 것처럼 여론 몰이는 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임은 분명하다.


증거인멸과 관련해 현재는 2018년 11월 14일 나온 증선위 의결 내용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선위의 의결과 관련한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삼바측의 요청을 법원이 인용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제출명령을 받은 증선위와 금융위, 금감원, 삼정회계법인 등의 즉시항고, 법원의 기각, 재항고 등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의혹 제기 후 3년 6개월이 경과하도록 분식회계에 대한 결론은 내지 않고 부수적인 혐의만을 가지고 피의자들을 구속하여 왜 재판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삼바는 분식회계 건으로 2017년 11월 14일 주식거래가 정지되었다가 그 해 12월부터 상장유지판결을 받고 주식이 거래되는 등 정상적 영업을 하고 있다. 주식거래 정지일인 2017년 11월 14일 1주당 주가가 38만2000원 이었는데 2020년 5월 15일 현재 종가가 60만5000원이다. 주가만 30% 이상 올랐고 2017년 630억원의 영업이익이 2019년에는 91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이익도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삼바가 분식회계였으면 지금쯤은 증권집단소송으로 인해 기업의 존립이 어려워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삼바의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재판은 앞으로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오는 7월 15일부터 공수처가 설치되어 가동되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제한을 받는 만큼 과도한 수사나 별건수사관행 등의 폐해가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삼바사건의 사법절차의 진행을 보면서 정치공학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진다. 루프홀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삼바 분식회계 알고리즘을 짰다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이미 실종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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