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은 `전 국민 고용보험`...노동유연성 확보 병행이 관건이다

자유기업원 / 2020-05-15 / 조회: 487       펜앤드마이크

노동유연성 확보 병행되지 않고선 '정년연장-청년실업 악화'와 같은 부작용 초래

매달 1조원씩 감당해야 하는 실업급여 만으로도 기금고갈 우려...세금 인상은 불가피

"전국민고용보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대안으로 '안심소득제' 도입" 주장도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취지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데에 있어 재원 문제는 물론이고, '보험료 강제 납부'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만 가중, 일반 직장인들의 기여에 비례하지 않는 수급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나아가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의 밑바탕엔 양대 노총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해고금지'도 함께 묶여 있어, 노동유연성 확보가 병행되지 않고선 경직된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먼저 재원 문제를 살펴보면 고용보험기금으로 한 해 동안 거둬들이는 금액은 2018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2016년(1조3769억원), 2017년(6755억원)엔 흑자를 유지했지만, 2018년 -8082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19년엔 무려 -2조877억원으로 적자가 폭증했다. 누적 고용보험기금은 7조2458억원(2020년 3월 기준)으로 아직 양호한 상태지만, 이대로라면 계속된 적자로 인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만으로도 기금이 바닥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실업급여에 대한 수급조건을 완화하고, 수급기간을 늘림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해 2월(7819억원), 3월(8982억원), 4월(9933억원)까지 3개월 연속으로 폭증하고 있어,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구직급여 지급액 9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이에 따른 여파가 보험료 인상, 세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고용보험료율은 1.3%에서 1.6%로 인상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상률만으론 현 고용보험제도를 유지하지 못할 뿐더러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은 언감생심이란 지적이다. 최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언론을 통해 "고용보험 확대에 필요한 증세와 기존 지출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하며 그에 대한 해법으로 "부가가치세(소비세)를 안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가입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의 문제 또한 거론된다. 최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자영업자 66.8%가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2020년 3월 기준, 자영업 종사자 548만3000명 중 2만4731명만이 고용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다. 가입률로 보면 0.2%에 불과하다. 만약 정부가 이를 강제가입으로 전환할 시, 설문조사와는 다르게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정부가 고용보험료를 부담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지만, 역시나 추후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나아가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일반 직장인들의 불만도 간과하기 힘들다. 기여에 따른 수급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험에 기여한 만큼 급여로 되돌아와야 하는 것이 보험의 원리이지만, 특수고용직이나 자영업자와 같이 취업 상태가 불안정한 대상을 강제가입시키면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큰 일반 직장인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은 수치로 나타내기 힘든, '근로의욕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보험료를 지불하는 사람과 수혜자가 다르고, 이를 선심성으로 관리하는 정부기관에 의해 독점화된 사업구조를 가진 상태에서는 부실이 커지고 국민의 세금부담만 늘리게 된다"며 "특히 단기간 일을 하고 실업급여를 받는 수혜층이 반복적으로 제도를 악용해서 이익을 얻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전 국민 고용보험'은 노동유연성 확보가 병행되지 않고선 경직된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것이란 문제점도 제기된다. 해고가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까다롭기로 손꼽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비용 증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처럼 결국 고용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당초 '전 국민 고용보험'은 양대 노총에서 주장했던 바, '해고 금지' 또한 함께 법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 논의부터 하길 바란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에 앞서 '해고 금지'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고용보험 확대, 해고 금지 등은 그 부담이 사업자 혹은 고용주에게 지워지는 만큼 노동유연성 확보가 선제적으로 타결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하고, 노조의 직장 내부 점거를 사실상 용인하는 등의 상황에선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은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노동시장 유연화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며 "2013년 당시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데 합의만 하고 반드시 병행해야 할 임금피크는 고사되면서 부작용을 낳았듯이 둘은 같이 가져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전임정권에서 정년연장을 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아 청년실업이 악화된 정책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전국민 고용보험의 재정부담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으론 사회안전망 강화, 복지에 대한 해법으로 '안심소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심소득제는 연소득이 일정액에 미달하는 가구에 미달 소득의 일정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4인가구의 연소득 기준을 6000만원으로 상정할 경우 연소득이 1500만원일 시, 4500만원(6000만원-1500만원)의 50%인 375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는 소득에 따라 선별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점과 근로 의욕 저하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기존 복지제도의 대안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안심소득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라며 "사회안전망 강화에 대한 해법으론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 아닌 '안심소득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박 교수는 "안심소득제는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해 GDP를 증가시키고 개인이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사용 가능한 '처분가능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며 "소득 격차 완화를 비롯해 행정 비용 절약을 통한 예산 누수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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