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자유를 허하라: 시장이 할 수 있는 일

조범수 / 2020-05-13 / 조회: 473

정치가 헤맬 때 시장은 해내고 있었다


정책입안자들이 사교육을 악마화하고 '밤 10시 이후 수업 금지’와 같은 얼토당토않은 국가주의적 규제로 그를 옥죄어도, 한국의 사교육은 진화를 거듭하며 자유시장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입증해왔다. 사설 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 소속의 수학 강사 현우진만 보아도 그렇다. 수천억 원의 연매출 기록을 매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는 이 젊은 강사 한 명은 사실상 수천 명의 공교육 수학 교사들을 대체하고 있다. 또, 그가 집필한 수학 교재인 <뉴런>이나 <수분감>은 수만 권의 수학 교과서를 대체한다. 현우진의 강의는 소수의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다.


아무리 허울 좋은 구실을 내걸어봐야 공교육은 수학 1타 강사 한 명의 파급력 앞에서 그 무지막지한 비효율성을 감출 수 없다. 물론 한국에서 사교육은 공교육에 기생하고 있는 형태를 띤다. 국가에서 공인하는 교육과정의 내용이 있고 또 평가의 형태가 정해져 있는 이상, 사교육의 내용은 그와 유리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관치교육이 교육시장에 눌러앉고 있는 한 사교육의 내용은 '공교육 제도에서 성공하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


공교육도 아니면서 그와 대체 관계에 있는 사교육도 아닌, 독립적인 비제도권적 교육시장도 간과되어선 안 된다. 예컨대 온라인상에 얼마나 많은 양질의 교육 컨텐츠가 산재해 있는지를 떠올려보자. 스마트폰 한 대만 손에 쥐어져 있다면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지성사에 발자취를 남긴 역사적 인물들의 지혜와 통찰을 아무런 제한 없이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하듯 시장경제가 얼마나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자유시장 교육론에 대한 상투적 비판에 답한다


자유시장 교육론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김용택 시인의 표현을 빌려 요약하면 “교육이 상품이 되면 … 고급 상품인 교육은 비싸고 저질 상품인 교육은 싸구려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시장화는 고소득층만이 좋은 교육을 독점적으로 누리게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공교육의 폐지된 환경에서의 교육이 어떠할 지를 정확히 묘사해보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아래는 이런 류의 비판들에 대한 답이다.


(1) 고소득층의 자녀는 이미 값비싼 교육 서비스를 누린다


“교육이 자유시장에 맡겨지면 고소득층의 자녀만 좋은 교육을 받게 된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한다. 바로, 공교육 시스템하에서도 고소득층은 여전히 그들의 구매할 수 있는 최상의 교육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 '최상’의 의미는 오직 공교육 제도의 평가방식에 의해 정의되는 '최상’이다. 예컨대 한국의 공교육 제도하에서 수험생에게 최상의 교육 서비스란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 된다.)


대다수의 고소득층 자녀들은 주중에 7교시의 '공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고액 과외를 받거나 명문 학원을 갈 것이다. 학생들을 24시간 365일 감시해 모든 형태의 과외를 원천 금지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해내지 못한 “과업”을 달성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러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일반적인 서민들이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기제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자유시장이다.


(2) 싸구려 교육은 공교육 제도 하에서만 산재하게 된다


그러나 김용택 시인의 주장과 같은 비판은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가장 잘 향상시키는 기제가 자유시장이라는 점조차도 간과한다. 많은 진보 교육이론가들은 보수는 '자유와 경쟁’을, 진보는 '평등과 협력’을 강조한다는 교묘하고 근거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 시장주의자들이 학생들의 '무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매도해왔다.


하지만 자유지상주의, 시장주의의 교육 담론에서 정작 강조되는 경쟁은 학생들 간의 경쟁이 아닌 교육서비스 제공자들 사이의 경쟁이다. 이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 상반된다. 공교육의 인력은 공무원들로 충원되고, 이들은 국가가 보장하는 울타리 내에서 서로 경쟁하지 않고 외부의 경쟁으로부터도 보호받는다. 그리고 그 울타리 밖의 사교육 시장에선 울타리 '내부'의 규칙으로 기형적인 경쟁이 이뤄진다. 노동시장에 이중구조가 있듯 교육시장에도 나름의 이중구조가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중구조를 타파하여 교육의 자유시장이 확립된다면 교육의 전반적인 품질은 향상되고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따라서 김용택 시인이 말하는 “싸구려 교육”은 오직 교육의 독점시장, 즉 관치교육 시스템 아래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3) 공교육의 부재가 모든 정부 개입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공교육의 부재가 교육에 대한 정부의 모든 개입을 소멸시키는 것도 아니다. 여타의 산업에서 그리하듯이 정부는 시장의 질서를 크게 교란시키지 않는 선에서 교육 시장에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저소득층이 양질의 교육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바우처를 제공할 수 있다. 학교의 투명한 운영을 관리하는 감사 기관을 설치하거나, 소비자들이 학교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아카이브를 운영할 수도 있다. 비리나 횡령, 사기와 같은 범죄는 기존의 형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이윤-손실의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다른 학교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면 공립학교를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자유시장에 맡기는 것이 여러 가지 애로를 낳는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경쟁을 철폐하고 교육을 탁상공론적이고 강압적이며 획일적인 관치에 일임하겠다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며 아이도 함께 버리겠다는 격이다.


(4) 자유시장은 소비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혹자는 교육이 자유시장에 일임된다면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교육을 받게 될지를 묘사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위보다 구체적으로 교육 시장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어떠한 혁신이 등장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을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장은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기호를 끊임없이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을 찾아나가는 탐색적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유시장의 존재 없이는 교육에 어떠한 혁신이 있을 것이고 어떠한 교육 방식이 성공적일지를 하나하나 묘사해낼 수 없다.


따라서 자유시장에서 제공될 교육서비스의 구체적 모습을 설명하라고 하는 것은 시장과정에 대한 몰이해를 내보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를 들면,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신선한 샐러드 재료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마켓컬리의 유통혁신을 누군가가 예측했기 때문에 유통산업을 시장에 맡긴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유 시장은 소비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맺음말


흔히 '교육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은 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는 먼 앞날을 내다보며 그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정책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클리셰다. 하지만 이 표현에도 역시 국가가 '계획’을 통해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짙게 녹아있다. 사회 발전을 위해 백년 앞을 내다보고 구상한 국가의 '계획’이 성공적이려면, 그 계획은 항상 '무계획’이어야 한다.


문명 발전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정부 개입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공교육이라 답할 것이다. 공교육이 국가의 거시 경제 정책이나 여타 반자유주의적 정책보다도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교육은 끊임없이 공교육 필수불가결론을 재생산해 스스로의 존립 토대를 강화할 수 있다. 공교육의 세계에서 공교육에 반기를 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연유다.


발티모어의 현자라 불리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헨리 멩켄은 공교육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공교육의 목적은 계몽이 아니다. 공교육은 가능한 한 많은 개개인들을 똑같은 '안전 수준’으로 강등시키고, 표준화된 시민을 길러내고 훈련시키면서 반대 의견과 독창성을 억누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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