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LA타임스`의 기사 쓰는 로봇 기자

최승노 / 2020-05-11 / 조회: 109

인공지능 발전하면 인간 영역은 업그레이드 돼

…어떤 일자리는 없어져도 더 나은 일자리가 생겨


2014년 3월 미국 LA타임스는 로봇 기자가 작성한 지진 속보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인간의 모습을 본뜬 휴머노이드 로봇이 키보드 자판을 두드린 것은 아니다. LA타임스의 로봇 기자는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로봇 기자가 나타났다


‘퀘이크봇’이라고 불리는 이 자동화 프로그램은 정해진 알고리즘에 맞춰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그 속에서 쓸 만한 기삿거리를 찾는다. 그런 뒤에 어떤 각도로 기사를 쓸지 결정하고 수집한 정보를 배열한 뒤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 언어로 기사를 작성한다.


아직까지 로봇 기자들은 스포츠, 날씨, 증권 분야의 기사를 작성하는 데 국한돼 쓰인다. 하지만 로봇 기자의 등장이 실제 ‘인간 기자’들에게 미친 충격파는 이미 꽤 큰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래의 10대 몰락 직종’에서 우체부, 농부, 계량기 검침원에 이어 4위에 신문 기자를 올리기도 했다.


인간은 기계와 경쟁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이 경쟁에서 어떤 승부가 날까? 더구나 단순한 기계가 아닌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기계라면 어떻게 될까? 이미 물리적인 힘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앞선 지 오래됐다. 이제는 꽤 복잡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일에서도 기계가 인간을 앞설지 모를 일이다.


러시아 출신의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의 체스 게임에서 패배한 사건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인간이 지능을 사용하는 게임에서 기계에 패배한 사건으로 당시 무척 화제가 됐다. 조만간 SF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기계 군단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벌어진 체스 게임에서 최고의 고수는 인간도, 컴퓨터도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인간과 컴퓨터가 함께 팀을 구성했을 때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인간만으로 구성된 팀이나 컴퓨터만으로 구성된 팀보다는 인간과 컴퓨터의 혼성팀이 가장 나은 성과를 냈다는 말이다.


자동화, 기계화 시대에 성공하는 길은 기계와 대립하는 게 아니라 기계와 협력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창의력과 직관력이 부족하다. 사전에 설정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공감과 영감을 불러내는 일, 문제 해결과 비판적 사고를 요하는 일 등은 기계가 접근할 수 없는 분야다. 하지만 인간은 컴퓨터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인간만의 창의적인 능력을 선보일 수 있다.


자동차가 나타났을 때


도로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의 출현에 세상 사람들 모두가 환영했을까? 물론 대부분은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차를 모는 마부나 인력거꾼의 생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 괴상하고 시끄러운 기계가 자신들의 직업에 어떤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하고 걱정했을 수 있다. 불행히도 그 예상은 현실이 됐지만 말이다. 인류는 이제 자동차가 없었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화와 기계화는 거의 언제나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구글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할 배리언은 “접시 닦는 기계가 손으로 접시 닦는 일을, 세탁기가 손으로 세탁하는 일을, 진공청소기가 손으로 청소하는 일을 대신해 줌으로써 인류가 불행해졌는가? 이런 일자리의 박탈은 언제나 환영받아 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노동의 수고를 덜어준 것이다”라며 자동화가 인류 생활사에 미친 의의를 잘 정리해 표현했다.


자동화된 기계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일자리의 구조를 바꾼다. 그리고 일자리의 구조를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개편한다. 단순 작업보다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 업무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하면 인간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특정 업무를 기계가 대신하면 인간은 새로운 노동 욕망을 만들어 낸다. 이 새로운 욕망은 새로운 산업과 고용을 창출시킨다.


인간 영역은 줄어들지 않을 것


로봇 기자에게 단순 정보성 기사 업무를 내준 인간 기자는 이제 세상을 보다 섬세히 관찰하며 깊이 있는 기획 기사를 쓰는 데 자신의 노동력을 투자할 수 있다.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인력거꾼은 당장은 실업자가 됐지만 곧 운전기사라는 더 나은 직업이 창출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들이 복잡한 세무와 물류 업무 등을 처리해 기업가의 업무를 상당량 절감해준 덕분이다.


첨단 기술이 고차원으로 발전을 거듭해도 인간의 영역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간이 가진 고유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1997년 이후 딥블루를 뛰어넘는 슈퍼컴퓨터가 숱하게 개발됐지만, 오히려 수학자의 직업적 위상은 점점 더 공고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학은 기계적인 계산보다 고도의 상상력이 필요한 학문으로, 인간만이 그 깊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인간만의 고유한 호기심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는 길일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첨단 기술이 고차원으로 발전을 거듭해도 인간의 영역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간이 가진 고유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1997년 이후 딥블루를 뛰어넘는 슈퍼컴퓨터가 숱하게 개발됐지만, 오히려 수학자의 직업적 위상은 점점 더 공고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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