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기다리며

손경모 / 2020-03-09 / 조회: 1,001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마스크를 기다리고 있지

-참 그렇지.

 (침묵)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계속해서 기다리다보니 이제는 뭘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지경이 됐다. 하루에 천만장 이상 생산한다는 마스크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 많던 마스크는 도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이 문제는 우선 수요가 폭등한데 있다. 평소 마스크를 쓰지 않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도 매일 일회용 마스크를 쓴다. 그러면 시장의 생산량은 당연히 수요를 따라갈 수 없고, 가격은 수직상승하게 돼 있다. 그러나 그런 급등한 가격은 시장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신호일 뿐이다. 내버려두면 다른 다수의 공급자가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면 마스크가격은 균형점을 찾아 내려올 것이고, 어느 순간엔 이전의 가격보다 낮아질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시장은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 시장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를 거꾸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 해결책으로 요일제 배급을 선택했다. 물론 정부는 가격 외에도 국민들의 심리나 정치적 요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마스크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요일제 배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누군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게 왔을 때, 내가 그 사람의 심경을 걱정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말은 못하고 위로만 해줬다면 그 사람은 과연 진정으로 만족을 할 수 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이기심이 지배하는 공간인 시장에 이타심이 끼어들게 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이타심의 진정한 해악은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을 계산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마스크를 배급하려는 선한 의도는 실제로는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것은 정부의 가격통제로 생산중단을 선언한 '이덴트’의 경우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이덴트는 치과용 마스크를 생산하던 업체였다. 정부는 당장 국민들의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의료용 마스크도 정부에 공급하게 했는데, 문제는 생산수량은 10배로하면서 원가는 50%만 인정해주겠다는데 있다. 정부가 시장을 힘으로 해결하려던 결과 치과용 마스크 공급도 차질이 생겼고, 이제는 치과에서도 마스크를 기다려야하는 처지가 됐다. 있던 마스크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가격은 그 자체로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서 생산자와 수요자는 그 정보를 통해 소통한다. 가격은 마치 빛과 같아서 프리즘에 비추면 일곱 빛깔 무지개가 되듯, 생산자의 눈을 통과하면 그 속에서는 여러 가지 정보가 나타난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생산자는 수요자의 요구를 읽어낼 수 없게 된다. 가격통제는 일종의 선글라스 효과를 내는 것인데, 그러면 생산자는 온 세상이 까맣게 보이는 것처럼, 수요자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밖에 알 수 없게 된다. 그런 가격통제가 점점 심해지면 빛이 선글라스를 완전히 통과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산자는 수요자에 관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앞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가격도 사라지고 시장도 사라진다.


가격은 시장에 참여한 이들이 사용하는 만국 공통의 언어다. 그 언어로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다.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생산자와 수요자가 소통하는 언어를 막는 것과 똑같다. 그러면 사람들은 표준화되지 않은 다른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면 서로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결국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긴다. 그 결과 한쪽에서는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난리가 나는데, 마스크 생산자는 마스크를 생산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가격이 서로에게 정확한 신호를 줄 수 있도록 내버려뒀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이렇게 계속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사람들의 수요를 조절하는 식이 될 수 밖에 없다. 일회용 마스크가 이회용 마스크가 되고, 하루용 마스크가 되고, 일주일용 마스크가 되는 식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을 힘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 힘으로 균형을 맞춰야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경우에 결국 사람들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마스크 5부제로 참아보라고 하겠지만, 공급이 부족해지면 30부제라고 못할 까닭이 없다.

 

지금 마스크를 배급하기로 한 것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다. 그 과정에서 아무 잘못 없는 마스크 생산업자와 유통상이 매도된다. 그러면 당장 정치적으로는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마스크 공급부족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당연했던 일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또 있다. 마스크만 공급이 부족한건 아니다. 체온계, 의약품, 의료서비스, 비상식량 등 점점 코로나와 관련된 상품들의 공급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는 것처럼 다른 자원도 배급하게 되면 일반사람들의 삶은 큰 혼란에 빠진다. 작은 혼란을 무시하기 위해서 시장을 통제하면 더 큰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그러면 더 큰 정치적 위기가 온다.

 

정부는 그간 쌓아온 신뢰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들을 믿고 시장이 부족한 물자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게 가격과 수요에 관한 통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정부도 산다. 시장에 마스크 공급을 전적으로 맡기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차 마스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될 것이다. 전에는 약국에 가면 언제나 마스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마스크를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점점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지경이다. 

 

배급이란 그런 무지막지한 기다림이다. 온다 간다는 말도 없다. 그런 말이 있어도 믿을 수도 없다. 배급이 계속되면 우리는 기다림 자체에 익숙해져야 한다. 시장이 없으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생이 짧다는데 있다. 다른 그 모든 것들을 기다리기에는.

 

가격이란 언어와 같아서 가격을 통제하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하는 것과 같게 된다. 사람은 해야 하는 말을 못하면 '화병’에 걸린다. 화병에 걸린 사람은 말 못해 억한 심정이 쌓인다. 그렇게 억한 심정이 쌓이면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가격 통제에 갑자기 생산중단을 선언한 이덴트가 그런 화병이 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정부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명심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이라면, 시장도 국민이다. 시장이야말로 국민이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보호는 국민이 자유로운 것처럼, 시장에게도 자유를 주는 것이다. 국민을 억지로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시장에게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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