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로 세상읽기]문재인 정권, 권력의 대기실은 없는가?

임건순 / 2020-02-18 / 조회: 597

권력의 대기실, 권력자 옆의 실세


권력의 대기실이라는 것이 있다. 칼 슈미트가 말한 개념이다. 정치의 장에서 항상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최고 권력자 근처에 있는 거물이라고 한다. 권력자에게 통하는 정보의 창구를 담당하고, 때론 거길 통해서 권력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왜곡하고, 그러면서 권력자를 좌지우지하기도 하며 결국 정치공동체를 망쳐가는 존재인데 권력의 대기실은 항상 있기 마련이라고 한다. 칼 슈미트가 그랬다. 직접적인 권력이 자리하는 모든 공간 앞에는 간접적인 영향력과 위력을 지닌 대기실이 형성된다고. 쉽게 말하자면 권력자 옆의 실세이다. 이승만 시절 곽영주, 박정희 시절 차지철, 박근혜의 최서원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권력자 그 자신보다는 이런 대기실로 권력이 집중되기 쉬운데 결국 대기실의 주인이 권력의 주인공이 되고 그러면서 철저히 권력이 사유화되며 정치 공동체는 기울어진다. 칼 슈미트만이 아니라 한비자도 권력의 대기실 문제를 알고 있었다. 늘 왕의 옆에서 시중을 들거나 왕의 수족노릇을 하다가 아주 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존재들이 있다고 한비자가 지적했다. 한비자 역시 권력의 대기실 문제를 지적한 셈인데. 팔간(八奸)편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한비자답게 유형적으로 분류해서 다루었는데 동상, 재방, 부형, 류행 등 4가지 범주로 분류해서 그 문제를 논했다.


첫 번째, 동상(同床)이다. 귀부인과 총애하는 첩이다. 정승 여러 명이 왕후 하나 못 당한다고 했는가? 베개머리 송사를 담당하는 왕의 여자가 권력의 대기실이 되고는 한다고 보았다, 두 번째, 재방(在旁)이다. 군주 곁에 가까이 있는 자들, 광대나 난쟁이, 동성연애대상들이다. 측근의 친숙한 자들로서, 말하기 전에도 뜻을 받들고 안색을 살펴 군주의 심중을 헤아리는 자들이다. 이들도 권력을 농단하고 왕의 권력에 누수를 일으킨다고 한비자는 말했다. 세 번째, 부형(父兄)이다. 방계의 숙부나 서형제인 공자로서 정식 직함은 없지만 중요한 결정사항에 입김을 행사하고 인사권을 휘두를 수도 있다. 네 번째, 류행(流行)이다. 간신들이 불러온 떠돌이 유세꾼들이다. 말재주가 현란한데 그들을 왕 옆에 두어 자기에게 이익이 되도록 말을 시키거나 허황된 언사를 펼치게 해서 군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이렇게 4가지 유형의 권력의 대기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비자는 말했는데 우리 헌정사를 보면 권력의 대기실 문제는 사실 이런저런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은 그 문제 하나로만 해서 정권이 날아갔고 우파진영은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있었고, 정치권력의 불투명성이 심해지고, 권력이 무자격자에게 사유화되고, 그런 상황에서 국민적 분노가 일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우파세력은 아직도 정치적 재기가 불투명하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정권은 권력의 대기실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권력의 실세가 따로 있고, 정식 직함은 없지만 주요 결정사항에 끼어드는 사람, 혹은 사람들이 있고 내각과 국무위원은 소외되고 엉뚱한 밀실에서 안건이 만들어지고 문제들이 결론 나는 일이 없을까?


중요한 회의를 위한 위원회가 열린다, 공식 직함도 없는 사람이 들어와서 회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 결론까지 내린다. 그리고 청와대가 다루는 의제와 안건, 아젠다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일들이 지금 정권에서는 빈번한 게 아닌가 모르겠다. 관련해서 말들이 많다. 소문에 그쳤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지금 정권을 잡은 이들이 운동권이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운동권은 네트워크 그 자체다. 학연으로 뭉쳐있다. 거기에 왕년의 투쟁 경험과 시민사회 운동 경험이란 인연이 있다. 정말이지 운동권은 네트워크 그 자체다. 만일 네트워크가 막후에서 실세 노릇을 하고 거기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면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할까? 비선이, 막후 실세가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고, 여러 명이 조직이 된 경우라면, 이거 정말 무서운 거 아닌가? 그들에게 어떤 정식 직함과 정치적 지위도 없는데 말이다. 결정을 내리고 간섭은 하면서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되고 나라는 어디로 갈까?


민정수석제도 반드시 필요한가?


무리한 추론일까? 그렇다. 개연성과 루머만 가지고 하는 이야기이다. 본인도 사실과 팩트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묻고 싶다. 지금 정권은 정말 권력의 대기실이 없는가? 대기실에 비선들이 없으며 대기실 사람들이 부리는 전횡은 없고? 그리고 정책과 의제 등, 많은 아젠다들이 당내에서 만들어지는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들인 국회의원들이 당내에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아젠다를 세팅하고 있냐는 말이다.


이번 정권 들어 집권여당이 하는 것이 없다. 존재감이 없다. 내각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의 난맥상이 단순히 야당의 비협조 때문인가? 탄핵으로 괴멸적 타격을 입었고 심각한 내분으로 홍역을 앓는데 단순히 그들이 뒷다리를 잡아서 여기저기 국정에서 적신호가 켜지는 것인가?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서도 뭔가 강이 흐른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실제 집권여당이 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고 지나치게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이 돌아가는 것이 영 이상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질문해보고 싶다. 굳이 민정수석제도가 필요한지 말이다. 민정수석의 존재가 꼭 있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민심을 전달하고 권력자 친인척의 비위를 감찰하는 것이 꼭 민정수석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인을 커다란 권력자로 만들어내고, 선출되지 않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실력자를 만들어야만 권력자의 친인척 비위를 감시하고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생기는 것이 권력의 대기실인데 법으로써 명문화해서 권력의 대기실을 따로 만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 권력의 대기실에 있었던 조국이 지금 어떻게 되었나. 어떤 혐의를 받고 있고 국론과 민심의 분열에 얼마나 큰 책임이 있나? 이런데도 앞으로 민정수석제도를 운영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죽음의 연합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최고 권력자를 죽이는 것은 누구인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인가? 아니면 정적인가? 야당 사람들인가? 아니면 언론과 검찰인가? 역사를 봐도 그렇고 대한민국 헌정사를 봐도 그렇다. 최고 권력자를 죽이는 것은 외려 주변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대통령 근처에 죽음의 연합이 있고 그 사람들이 권력의 대기실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그 사람들이 너무 많아 권력의 대기실이 너무 기형적으로 커졌거나 여러 개가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권력의 대기실로 인한 권력의 비극적 종말은 국민들에게도 비극일 수밖에 없다. 심히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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