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로 세상읽기]국가의 진정한 유능함이란 무엇인가?

임건순 / 2020-02-04 / 조회: 702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


법가에 대한 오해가 있다. 법과 법치를 내세우니 큰 정부를 지향할 것이라 생각하는 점이다. 법가하면 법으로 사회구성원들 삶을 하나하나 통제하려고 들고,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법가 텍스트들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려고 하는 점이 보인다.


한비자가 노자의 말을 인용해서 한 말이 있다. 국가를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처럼 해야 할 것이다(治大國者若烹小鮮).”라고 말했다.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지지듯이 해야 한다고 했는데, 석쇠에 작은 생선을 굽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너무 센 불로 하거나 젓가락으로 자주 뒤엎으면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된다. 약한 불로 그리고 최대한 다 익을 때까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은데 한비자가 생각한 이상적인 통치란 그런 것이다. 작은 생선을 굽는 것처럼 하라. 통치의 대원칙으로 한비자가 말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비자는 법령을 자주 바꾸지 말라고 했다. 국가가 자주 나서서 법령을 수시로 바꾸면,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백성들의 일이 번거로워지며 백성들이 고생하니 함부로 법과 제도를 바꾸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한비자는 애초에 법과 제도를 만들 때 간명하게 만들어야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든 법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철저히 공지하고 공포하라고 했다. 법은 쉬워야한다. 투명해야한다. 그래야 관리, 관료들이 백성을 속이거나 재량권을 휘두를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비자는 국가가 자주 나서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앙은 더 나아가서 법적 판단을 백성이 각자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의 다스림에는 몇 가지 상황이 있으니 백성의 집에서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나라는 천하의 왕 노릇하며 관리에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나라는 강하게 되고 군주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단되는 나라는 약해지고 만다”고 했다.


판단과 선택을 꼭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판단은 관리와 관료 등 공공부문이 하는 것보다 민간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고 봤는데 사적영역에서 개인이, 각자가 알아서 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상앙은 더 나아가 이렇게 민간에서, 개인이 알아서 판단할수록 생산성이 신장되어 경제도 성장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형벌과 상만이 아니라 특정한 사업을 할지 말지, 특정한 물품을 팔지 말지, 상업적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철저히 백성들 스스로가 판단해야하고 일일이 국가가 간섭해선 안 된다고 했다. 거기에 국가가 간섭할수록 나라가 약해진다고 보았던 것이다.


상앙과 한비자 법가는 모두 전국시대의 산물이다. 당시 전국시대에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상인과 공인들이 춘추시대와 달리 귀족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영하고 물건을 만들어 내다팔며 교환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어가던 시대였다. 그리고 이런 상공인들의 힘을 나라마다 국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애쓰던 시대가 바로 전국시대였는데 상공인들이 물건과 기물을 만들 때, 가게를 낼 때마다 국가에게 심사 받아야하고 허가 받아야한다면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규제에 간섭을 받는다면 어찌 경제력이 신장될 수 있겠는가? 법가하면 부국강병인데 강병은 부국이 전제되어야한다. 그리고 부국은 민간경제의 자유와 활력이 전제되어야한다. 그렇기에 법가는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반대했던 것이다.


법가, 공익제보자 보호제도를 주장하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쓸데없는 규제와 간섭을 배제하자는 법가사상을 보면 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부가 모든 일을 잘 챙기려고 하는 것이 유능함이 아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게 넘기는 것 그리고 정부가 해야 하는 것과 민간이 해야 하는 것을 잘 구분하는 것이 이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국가의 유능함이었던 것 던 같은데 한비자와 상앙으로 대표되는 법가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국가의 유능함이란 게 대체 뭘까? 어떤 국가가 진정으로 유능한 국가일까?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민간이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하고 구분했으면 넘길 것은 확실히 넘기는 것이 아닐까? 법가의 생각은 그러했는데 마침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상앙과 한비자가 말한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이다.


특히 상앙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법제화시켜 부정과 비리, 법을 어긴 사람을 주변에서 보았으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벌을 내린다. 반대로 신고하면 후하게 상을 준다. 이런 내부고발자 제도를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오해가 많았다. 연좌제와 비슷하다, 가혹한 연대 책임제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비판들을 보면 범법자와 비리대상자를 고발 했을 시 상을 주는 부분은 보지 않거나 애써 무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만 보았는데 사실 이는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였고, 요즘 우리가 말하는 공익제보자 보호제도였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비리와 부정에 대한 신고를 받아들이고 상까지 후하게 주며 보호하는 제도였는데 이 제도의 진정 빛나는 점은 무엇보다 민간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 점이다.


이른바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데 있어 민간의 힘을 빌리는 것을 넘어서서 아주 민간에다가 외주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비리와 부패를 국가가 다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당시에는 오늘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관리, 감찰, 사정이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간에 부분적으로나마 넘길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제대로 하기 힘들고 전부 해낼 수가 없으니 민간부문으로 넘길 것은 넘기며 힘을 빌렸던 것이다. 그리고 비리와 부패는 애초에 내부자와 지근거리에 있는 관련자들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그렇기에 더욱 내부자들에게 상과 벌이라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약속해 신고와 제보를 유도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한비자와 상앙의 생각이었다. 법가의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만 봐도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이 해야 한다는 그들의 사고가 보이는데 넘길 것은 넘기고 재량권의 행사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그들의 사고는 텍스트 여러 부분에서 확인이 된다.


법가의 네거티브 규제


법가는 과도한 개입을 반대했다고 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고 이야기했고, 민간에 맡길 것은 맡겼다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살짝 다른 프레임에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바로 네거티브 규제와 포지티브 규제의 문제이다. 이런 프레임으로 법가가 생각한 정부 규제와 간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단적으로 말해 법가는 네거티브 규제다. 반대로 유가는 포지티브 규제다. 그리고 법가가 사후규제라면 유가는 사전규제에 가까운데 유가가 포지티브 규제인 것은 명절 때 제사상 차림만 봐도 알 것이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 음식을 차려 어디에 두라는 것까지 규정한다. 자세히 여러 가지로 세분해서 행동규범과 몸가짐을 규정하는데 법가는 여러 가지 사항을 규정하지 않는다. 몇 가지만 지키라고 강제한다. 규정한 부분에서 위반과 어김이 일어나면 강력히 처벌한다. 하지만 규정한 사항 이외에는 모두 자유다.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유가는 너무 지나치게 규정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어겼을 시에는 큰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 무거운 벌을 잘 받지는 않지만 유가적 규제의 체제에서는 행동의 자유가 매우 제약되는데 왜 한국이 포지티브 규제의 사회이고 사전규제가 심한지 대략 이해가 갈 것이다. 아직도 유가의 전통과 관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많은 경제인들이 말한다. 바꿔야한다고.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혁신이 일어나고 파괴적 창조가 일어나고 지대의 영역이 부서지며 새로운 사업과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들 하는데 이제 정말 그러한 방향으로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법가 사상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시사점을 주고 방향성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지나친 국가의 경제개입 철폐, 관치경제의 관성에서의 탈출, 네거티브 규제와 사후 규제로의 전환만으로도 법가는 충분히 시사적이고 대안적인 생각들을 우리에게 준다고 보는데 정말 한비자의 말대로 작은 생선을 굽듯이 나라를 다스리고 경제에 개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늘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진정한 국가의 유능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챙기고 공공부문이 국민들의 어버이가 되어 모든 영역에 간섭하는게 아니라 때론 냉정한 방관자가 될 수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국가는 최소한의 일만을 하고 민간의 일은 민간에 번영은 민간에서 일구는 것이라 생각하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작은 생선을 굽듯이 나라를 다스릴 정치인이 등장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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