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로 세상읽기]리더는 부하의 충성에 의지하지 않는다

임건순 / 2020-01-28 / 조회: 686

주인과 대리인 문제 혹은 주인과 대리인 모순


한비자를 보면 경제학적 통찰이 보인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주장을 보는듯한 부분이 많은데 주인과 대리인과 관련한 주장들이 있다. 경제학, 경영학 관련 서적에서 많이도 나오는 문제이자 딜레마가 주인과 대리인 문제인데 그 문제를 한비자도 많이 이야기를 했다.


한비자는 사실 군신관계를 이야기할 때 주인대리인 오류, 주인 대리인 문제로 설명을 하는데 그는 유가와 군신관계를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사 가족 내지 부자관계, 혹은 조건 없이 충성을 바쳐야하는 관계, 당위와 의무만이 관철되는 사이? 그렇지 않다. 한비자는 이익을 매개로 해서 만나는 사이고,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군주의 덕망과 신하의 충성이 행복하게 만날 수도 있는 관계? 한비자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전혀 현실적이니 않으니 생각지도 말라는 것이 한비자의 생각이다.


주인이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리인을 두기 마련이다.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대리인을 불러와 일을 시키는데 그때 발생하기 쉬운 모순과 문제들이 있고 그게 바로 주인과 대리인 문제, 주인과 대리인 이론, 딜레마란 것이다.  자신이 직접 일을 할 수 없기에 주인은 대리인을 고용하는데 거기서 생기는 대리인의 행위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기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되라는 법이 없다. 주인의 기대는 늘 배반당하기 쉽다. 


국왕은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고 국력을 증진시키고 부국강병을 위해 신하를 고용한다. 신하가 예뻐서 고용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신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록을 먹고 영지를 하사받고 명예라는 무형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출사를 하고 왕에게 고용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한비자는 철저히 군주와 신하, 이 둘이 이익을 매개로 해서 만난 사이이고, 일종의 계약관계라고 보는데 문제는 신하들이 이익만 취하고, 즉 받기만 하고 계약의 한쪽 당사자에 주는 것이 없다든가 속인다든가 이런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리인이 되어 주인에게 이익을 받지만 주인의 기대를 배반하고 주인에게 이익을 주지 않고 때론 주인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침해하기도 한다.


한비자가 보기에 나쁜 대리인으로 보이는 신하들이 많았던 것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쁜 대리인, 무능하고 불성실한 대리인에게 법가도 유가처럼 신하니까 신하된 도리를 하라면서 왕에게 충성하고 때론 아버지 섬기듯이 하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대리인이 주인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즉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해야 할까? 한비자는 그런 생각과 주장 모두 해본 적이 없다. 유가처럼 신하된 도리로 충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라, 아니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나라의 궁중사회의 주인인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라는 요구와 기대를 말해본적이 없다. 한비자는 인센티브를 말했다. 제대로 일을 하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줘야한다고 했다. 즉 인센티브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주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면 대리인에게 큰 상을 내리고, 공익을 위해서 일하면 큰 사익을 가지게 한다, 공동체를 위해서 힘을 발휘하면 역시나 대리인이 원하는 것을 주고 반대로 공익을 해치고 주인에게 해를 주고 공동체에게 해악을 끼치면 벌을 그렇게 해서 절로 대리인이 주인을 위해, 공동체와 나라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한비자는 인간이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 있고 그것이 인간의 본능임을 인정했다. 그래서 단순히 공익을 위해서 일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일하면 자신의 사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그런 확신을 가지도록 인센티브를 짜라고 했다. 또 실제로 대리인에게 약속한대로 인센티브 체계를 실행하면 얼마든지 대리인들이 즉 신하들이 군주를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비자의 생각에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신하의 충성심이 문제가 아니라 인센티브, 인센티브의 체계와 제도의 문제일 뿐이다. 왜 사람을 믿는가? 왜 사람에게 충성을 요구하는가? 사람을 믿지 말고 충성을 요구하지 말아야한다. 주인을 위해 일할 때 반드시 사익을 주고 주인의 이익을 배반하면 반드시 벌을 내리고 인센티브 체계를 만들고 신상필벌을 행하고 그걸 믿어야한다. 더 나아가 충성을 구걸하는 사람에게 리더의 자격이 있을까? 부하의 충성에 의지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부하가 충성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게끔 상황과 조건을 만들어내야지 않을까. 


현대사회에 바로 적용 가능한 통찰


한비자에게는 이렇게 군신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신하를 빈틈없이 관리,  통제, 이야기해볼까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 단순히 말하자면 신하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는데 한비자를 읽자 공부하자고 할 때 혹은 한비자를 가지고 강의할 때 그런 식의 질문이 종종 나온다. 요새는 민주주의 사회인데 군주와 신하가 있는 것이 아닌데 왜 한비자를 공부하고 군주가 신하를 다루는 법을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시냐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는 민주화된 사회고 우리나라는 분명히 공화국이다. 하지만 한비자의 군신관계에 대한 통찰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유가처럼 신하의 충성을 말하고 신하된 도리를 말하면서 군신관계를 이야기하고 그걸 고전이란 권위를 빌려서 역설하면 시대착오적인 것이 분명하다. 쓸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비자는 분명히 군신관계를 유가와 다르게 말한다. 주인과 대리인 이론으로 설명하는데 정말 주인과 대리인 간에 있을 수 있는 갖가지 모순과 이해관계의 대립에 대해 이야기하면 군신관계의 본질을 말한다. 자 여기서 잠깐 물어보자. 대통령은 우리의 주인일까? 아니다. 주인 정도가 아니라 아주 왕으로 모시는 사회가 한국사회지만 그는 우리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가 주인이고 대통령은 임기제 대리인일 뿐이다. 장관이하 모든 관료들도 마찬가지고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주인이고 그들은 대리인이다. 대리인으로서 그들은 우리를 위해 일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을 수 없게 해야 하는데 그래서 한비자의 군신관계에 대한 통찰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효한 것이다.


그는 단순히 군신관계가 아니라 주인-대리인 문제를 말했고, 오늘날 우리는 정치의 장에서도 그렇지만 숱하게 그 주인 대리인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살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이다. 또 사원은 경영자의 대리인이다. 종업원은 사장의 대리인이다. 모두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게끔 해야 하고 성실한 대리인은 자신의 권리와 사익을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어야한다. 주인과 대리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한비자, 고전을 단순히 표면적 가르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면적 교훈에 집중하면 얼마든지 현대사회의 제() 문제에 적용 가능한 통찰의 힘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한비자가 생각한 군신관계의 문제가 그러하다. 한비자의 통찰을 빌어보자. 그러면서 우리의 대리인이면서 주인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일하게 해보자. 주인인 우리를 위해서 부지런을 떨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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