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동시장의 등장: 플랫폼 노동

김민식 / 2019-12-24 / 조회: 695

지난 주 늦은 저녁 친구와 함께 들린 동네 맛집에 헬멧을 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 가게였지만 줄을 선 사람들 모두가 포장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배달노동자 분들이었다. 요새는 과거와 달리 배달노동자의 상당수가 배달중개 어플리케이션 업체를 통해 임시고용형태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플랫폼을 통한 단기고용형태의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53만 8000명이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둘 이상의 일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잡족’이었다. 중개 플랫폼 역시 단순 배달부터 운송, 강의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처럼 최근 들어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한 것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늘어난 저녁여가시간을 추가소득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여가시간을 이용해 둘 이상의 생산활동을 병행하는 모습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이지함은 포천 현감을 지내던 시절 가난한 백성들로 하여금 짚신 삼기를 부업으로 장려했다. 실제로 당시 농가에서는 바쁜 농번기가 지나면 짚신, 삼베, 왕골 등 부업활동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비단 농민들뿐만 아니라 승려들도 가을이나 겨울에는 짚신을 삼아 생계를 꾸렸고, 선비들에게 짚신을 선물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심노승의 ‘삼천일록’이라는 책에 나오는 송세흥이라는 자는 낮에는 품팔이, 밤에는 짚신 삼기를 통해 93세의 나이까지 노동을 쉬지 않은 덕분에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제정을 통해 플랫폼 노동을 노동제도권 안으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주 52시간 근로조건과 최저임금, 그리고 사회보험제도 등 기존 정규노동에만 해당되었던 법규들이 특수고용직에서도 지켜지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 노등의 경우 이러한 움직임이 자칫 등장하게 된 이유를 무색하게 할 우려가 크다.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로 여가시간을 활용해 더 일하고, 더 벌고자 하는 욕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플랫폼 노동의 대부분이 단기적인 노동수요다보니 고용주 입장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조건을 제공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 존재한다. 더 나아가 경업금지의무 등 회사 내규에 따라 겸직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직군들도 존재한다. 만일 플랫폼 노동이 종사하는 업무와 무관한 것이더라도 경업금지의무를 지는 피고용인의 경우 근로활동 내역이 당국을 통해 공개된다면 추가근로활동을 꺼리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해당 피고용인뿐만이 아니라 해당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혹은 개인도 마찬가지다.


일하고 싶어하는 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가 시장경제의 올바른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저임금, 4대 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 역시 사회구성원의 최저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전체 노동시장의 2%에 못 미치고 그 중 절반 가까이가 부업의 형태로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시장에 기존 정규근로자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자칫 노동플랫폼 시장 전체의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플랫폼 노동은 피고용인 간에 임금, 근로여건 등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덕분에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정보비대칭성을 일정부분 해소해주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과거 경험을 토대로 어림짐작하여 제도권 틀에 묶어놓기보단 향후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여건 실태조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보완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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