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파괴

이선민 / 2019-11-13 / 조회: 1,193

1956년, 스물두 살이었던 이어령 박사는 <우상의 파괴>를 한국일보 전면에 발표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그의 평론은 당시 기성 문단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데 넘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우상 중의 우상으로 섬기는 대중들의 계몽을 요구했다.


63년이 흐른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다. 사퇴의 배경에는 서로 몇 백만 명의 참여를 주장하는 두 집단의 광장 민주주의 세력 다툼이 있었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마무리하고 내려왔다고 자임하지만, 악화되는 여론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어령 박사가 1950년대에 우상을 파괴해야 한다는 선언을 했지만,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무지몽매한 우상을 섬기기 위하여 그렇듯 고가(高價)한 우리 세대의 정신을 제물로 바치던 우울한 시대'는 아직 지나지 않았다. 산업화의 우상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 민주화의 우상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우상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한국 정치사는 우상 숭배의 역사다.


정치인들의 우상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연예인들의 정계 진출이 보편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도 그들만의 두터운 팬덤을 구축하며,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중도를 표방하는 이들보단, 목소리를 내고 정치 참여를 활발히 하는 지지층들을 대상으로 각국 정당들의 정책과 이념들이 급진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계나 굿즈가 화제가 되고 “우리가 조국이다",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등의 구호를 외치는 한국 정계도 이러한 추세에 무관하지 않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정치인들은 연예인이 아니며 단지 공무를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헌법에는 권력이라는 말이 딱 한 번 나옵니다. 우리가 권력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공권력이나 국가권력이라는 말을 쓰는데, 헌법에는 권력이라는 말이 딱 한 번 나와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나머지는 다 권한에 대한 겁니다”라고 했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행적과 정책을 살펴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곳간에 있는 작물들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린다’는 발언은 정치가 경제와 시민 위에 군림하는 한국의 실태를 증명한다.


전임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해 탄핵된 전임 대통령이 한국 우파의 현실이다. 진보와 보수를 위시한 수구 세력들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우리들은 조소한다. 민노총의 고용 승계, 건강보험 고갈,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북한과의 통일 부담 모두 젊은이들을 옭아매는 광기이다.


필자는 이어령 박사처럼 화려한 언변을 지니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의 글을 빗대어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2020년대 - 또다시 아이코노클라스트의 깃발은 빛나야 한다. 지금은 금가고 낡고 퇴색해버린 우상과 그 권위의 암벽을 향하여 마지막 거룩한 항거의 일시를 쏘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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