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다. 생산을 담당하고 경쟁하는 데 뛰어난 경제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이 더 나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계약체이다. 서로 이렇게 하자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얻는 협력체인 것이다. 본질이 계약체라서 서로 약속한 것을 지키는 신뢰가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사회 일반에 비해 약속과 신용을 중시하는 공동체인 셈이다.
개인은 최종 소비의 주체이지만, 생산과 판매 단계에서는 기업을 통해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은 자발적 협력을 통해 기업 법인체와 관계를 맺는다. 일정기간 일하거나 무언가를 빌려주면서 그 대가를 받기도 하고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거래를 통해 서로 이익을 얻기도 한다.
사람들은 기업을 당연히 존재하는 경제 주체로 여긴다. 하지만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기업의 존재 이유에 주목한 사람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였다. 그는 기업의 본질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코스는 '거래비용’의 개념으로 기업의 존재이유를 밝혔다. 경제 주체들이 거래할 때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느 가게에서 살 것인지 정하고, 비슷한 물건 가운데 어느 제품이 가장 좋은지 살펴보는 것도 비용이다. 이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도 있지만 구매 대행을 이용한다면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면 배송료도 내야 한다. 이처럼 상품 가격 말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거래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모두 거래비용에 속한다.
코스는 이 거래비용의 절감이야말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즉 기업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개인이 시장을 통해 거래를 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가구를 생산하고 판매한다고 해보자. 나무를 구입해야 하고 이를 가공하고 디자인하여 팔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를 탐색하고 다른 이들과 거래하는 일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그러나 생산의 각 단계를 개별 생산자들이 나눠 맡지 않고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원료 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내부화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구의 생산비용이 훨씬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최종 완제품 가격도 확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거래비용을 절감해 제품을 적은 비용에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시장거래를 조직에 내부화하여 거래비용을 낮추게 된다.
기업은 그런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수단이라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한다. 더구나 기술발달처럼 환경변화가 빠르면 기업문화와 사업방식도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환경변화는 기존의 기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요구한다.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라서 기업은 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능해진 새로운 기업방식을 찾아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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