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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실험이 주는 교훈

글쓴이
박진형 2015-11-04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미셸 박사는 1966년 4~6세 어린이들 653명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미쉘 박사 연구팀은 “지금 마시멜로를 먹으면 1개만 먹을 수 있고, 15분 기다리면 2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바로 먹거나, 참다 참다 중간에 먹거나, 끝까지 참고 기다리거나. 연구팀은 15년 뒤 그 아이들을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오래 참은 아이일수록 가정이나, 학교 등 삶 전반에서 참지 못한 아이들보다 우수했고, 대학입학 시험(SAT)에서는 또래들에 비해 뛰어난 성취도를 보였다.

 

이번엔 그리스 얘기다. 부유층은 세금을 탈세하고, 공무원은 뇌물을 받고 곳간을 열어줬다. 정치인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권력을 유지했고, 국민은 각종 복지혜택과 연금을 받는 조건으로 진보 정당의 장기집권을 도왔다. 재정악화로 그리스는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처럼, 그리스 국민은 현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를 보면 아찔해진다. 2011년 민주당이 시작한 무상복지 공약이 그리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여·야할 것 없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주택 등 다양하다. 이에 국민은 열광했다. 달콤하게 포장되어 있는 복지공약을 쉽게 뿌리치기 어려웠을 터다.

 

이러한 무상시리즈는 보편적 복지로 설계됐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인 만큼 재정의 부담성도 커진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복지 예산 평균 증가율(8.1%)은 예산증가율(6.1%)보다 높다. 이러한 추세가 몇 년간 이어진다면,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다. 복지 지출은 한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성질이 있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새로운 복지 항목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20년 뒤에는 재정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보편적 징세를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연말정산 대란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소폭의 조세 부담에도 홍역을 치리는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복지국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요원하다.

 

스웨덴, 독일 등 선진 복지국가조차 보편적 복지로 재정적자에 시달리다가 선별적 복지로 회귀한 상황이다. 과잉복지는 재정파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후대에게 회복 불가능한 짐을 떠넘겨서는 안된다. 미래 산업을 위한 연구비, 통일 대비 비용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현재의 문제에만 사로잡혀 앞날의 일에 소홀할 순 없다.

 

답은 복지개혁이다. 보편적 복지를 축소하고 선별적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필연적으로 취약계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를 형성시킨다. 이렇게 복지의 수요는 증가한다. 복지가 복지를 낳는 구조이다. 또 이러한 복지정책에 도덕성이 있는지도 의심해봐야 한다. 멀쩡한 사람이 가난한 자의 밥그릇까지 나눠먹겠다는 논리가 아닌가!

 

그러므로 취약계층을 우선순위로 복지 지출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과도한 복지지출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복지의 수준은 경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속되어야 한다. 누군가 “성장 없는 복지는 사상누각이고, 성장이 곧 복지임은 만고의 진리”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파이가 커져야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는 것이다.

 

마시멜로 실험 결과가 주는 교훈이 있다.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꼬마들은 비만, 약물중독, 사회 부적응 등 문제를 가진 어른으로 살고 있었다. 반면, 인내력을 발휘한 꼬마들은 성공한 중년의 삶을 살고 있었다.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현재의 고난을 잊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무시한 보편적 복지는 시정되어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먼발치에서 국가의 명운을 걱정해야 한다. 2016년 4월 19일과 2017년 12월 20일에 치러질 선거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