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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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민정 201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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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각종 포털 사이트의 뉴스란에 유독 자주 눈에 띄는 기사 내용이 있었다. 바로 ‘여름철 별미이자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냉면을 유명한 집에서 먹으려면 1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서민들이 힘들다.’라는 것이었다. 기사에는 서울 소재 유명 냉면집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이 게시되었다. 이런 기사들은 며칠 간격으로 계속해서 쓰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많은 누리꾼들이 기사에 대해 ‘냉면 가격을 내려야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냉면 가격 논란’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정부의 대응방식이다. 먼저 정부는 외식업체를 상대로 ‘고발’, ‘지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후 개최된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소비자단체와 함께 가격 조사를 벌여 이를 공개할 계획이며 가격이 저렴한 ‘착한 가게’를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말했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일까?
시장경제에서의 가격은 자유경쟁의 원칙에 의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경제주체의 소비활동과 생산활동은 자유롭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탄력 있게 결정된다. 가격은 ‘공급>수요’의 관계에서 하락하게 되고, ‘공급<수요’의 관계에서 상승한다. 전통적으로 공급자의 가격결정은 비용이나 시세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대에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도 가격결정의 한 요소가 된다. 공급자는 제품의 가치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여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는 공급자가 제시한 가격이 합당한지 판단하여 구매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럼 이제 냉면의 가격에 대해 생각해보자. 시중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냉면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각 냉면의 가격은 공급자에 의해 비용과 가치 등의 요소가 반영되어 결정되었을 것이다. 냉면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값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면 계속해서 소비를 하면 되고,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구입하지 않으면 된다. 가격이 부당하다고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다면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냉면 가격 논란’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자. 한 누리꾼은 “유명 냉면집의 비싼 가격은 명성 값인 듯, 차라리 싸면서 맛도 있는 시장 냉면이나 먹겠다.”라고 말했다. 이 누리꾼에게 값비싼 냉면은 그만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누리꾼은 유명 냉면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시장 냉면을 선택하면 된다. 아무도 그에게 비싼 냉면을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무슨 냉면 따위가 이렇게 비싸냐. 조미료 팍팍 들어간 싸구려 냉면이나 먹을 수밖에.”라고 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대로 된 맛을 내는’ 냉면에 대한 가치는 인정한다. 하지만 가격은 그만큼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누리꾼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정도의 가격인 조미료 냉면을 먹어야 한다. 역시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냉면 가격에 대해 많은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비단 냉면에 대해서만 발생된 것도 아니어서 결국 정부 차원에서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냉면 가격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그래서 냉면 값이 내렸는가? 개인적으로 나의 가족은 비싸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유명 냉면집인 ‘우래옥’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논란이 시작되기 전과 비교하여 가격이 내리지도 않았고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도 않았다. 시장경제에서의 가격은 시장이 아닌 다른 외부환경, 즉 정부나 불만을 가진 개인에 의해 변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미 계획경제국가에서 밝혀진 일이다.
‘제값’은 공급자에게서 소비자로 전달되는 가치를 반영하여 형성된 가격이다. 물론 가격결정에 있어 담합과 같은 부정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이상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에 따라야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제품의 가격, 가치에 불만이 있으면 소극적으로 불평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동해라. 그것에 대한 소비를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