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과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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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지혜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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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거의 매일 아침 맘 졸이는 편이다. 집에서 늦게 나오는 경우에 늦게 나온 대로 걱정하지만, 집에서 제 시간에 나와도 학교에 혹시나 늦을까봐 걱정하는 이유는 버스에 있다. 버스를 기다린 지 10분이 지나도록 버스는 오지 않는다.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진다. 배차시간을 보면 분명 7분에서 8분정도 걸리는 데 난 10분이 넘도록 기다려도 안 오니 불안하던 마음이 짜증으로 바뀐다. 버스가 이제 보인다 싶어서 기쁜 마음으로 버스를 탔지만…웬걸, 똑같은 번호의 버스가 뒤에 연달아 오는 게 아닌가? 안도했던 나의 마음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 두 버스가 일정한 간격을 지키며 오기만 했어도 나는 시간은 반이나 줄일 수 있고, 학교에 지각할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버스에 앉아있는데 기사아저씨가 너무 미워보였다. 조금만 신경썼다면 앞차와의 간격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정류장에 붙어있는 배차시간도 정확히 지키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차시간 좀 맞춰주시지…’ 라는 원망이 목 끝까지 차올랐을 때 경제학 시간에 책에서 본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니 버스 기사아저씨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기사아저씨는 어느 역에 얼마나 정확히 도착하는지, 승객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운전하는지에 따라 월급을 받는 게 아니다. 다만, 운전을 몇 시간 동안 했느냐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버스 기사아저씨에게 정시에 정류장에 도착하고, 승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운전하는데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버스의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선 버스 기사 아저씨들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그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있다. 칠레 버스 기사들은 보수를 근무시간이나 승객 수에 비례해서 받는데, 승객 수에 비례해서 받는 경우 운행시간의 지체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한다. 그들은 교통체증이 있을 땐 지름길로 가고, 식사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인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인센티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버스 기사들이 배차시간을 맞추려고 신속하게 운행하자 사고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어떤 승객들은 버스가 승객을 태우자마자 바로 속도를 내서 멀미가 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센티브로 인해 생기는 이러한 문제점들도 인센티브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사고의 빈도수를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요소로 만든다면 버스 운전기사들은 배차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한, 승객들의 불만사항이 들어 왔을 때 월급을 줄이는 식의 조취를 취한다면 버스 운전기사들은 또 승객들이 편안히 느낄 수 있도록 유의해가며 운전할 것이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승객들에 대한 호의 때문에 버스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에 의존해 행동한다. 따라서 아침에 버스 정차시간 때문에 마음 졸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기심을 정확히 간파해 이를 이용할 수 있어야한다. 즉, 인센티브라는 경제적 유인이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제공하고 우리에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논리로 나의 지각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장 안에서의 시장경제는 두말할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시장경제는 우리 모두의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