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2022년 6월부터 다시 부활시킬 예정이다. 보증금제는 과거에 시행됐을 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해 14년 전에 폐지된 제도이다. 실패한 정책을 반성하기는커녕 소비자와 기업에게 부담을 늘리는 내용을 추가해 내놓은 정책당국의 태도가 놀랍다.
보증금제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되었지만 실익은 없고 불편만 크다는 여론에 폐지된됐다. 실패의 원인은 분명했다. 실질적인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 기업 모두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회수율은 37%에 불과했고, 나머지 63%는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을 포기했다. 소비자들은 금전적 손해를 봐야 했고, 기업들은 소비자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정책당국은 회수율을 억지로라도 올리면 이 제도가 성공한 것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실행하는 보증금제도에서는 다른 매장의 컵도 다른 사업자의 매장에서 반환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강제하고 있다. 정책실패의 이유에는 관심도 없이 그야말로 소비자와 사업자를 모두 골탕 먹이는 오기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 감량과 순환성 강화의 필요성을 느껴 이 제도를 재도입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전시행정이다. 일회용 컵 반환이 실제로 환경친화적인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일회용컵 사용시 개당 300원을 자원순환보증금으로 또다시 내야 한다. 사업자는 외부에서 버려진 일회용 컵을 가져와도 이를 받아야 한다. 매장이 외부에서 들어 온 쓰레기로 넘쳐난다면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보건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다. 환경당국은 국민의 위생과 안전을 위협하면서 행정편의주의에 매몰된 듯하다.
국민의 위생이 먼저이다. 환경 구호를 위해 국민의 위생을 저버리는 것은 잘못이다. 매장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만들려 해서는 안된다. 환경 보호에는 과학과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현실적합성이 요구된다. 환경당국은 환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의 보건과 위생을 희생시키는 규제를 실행하기보다 선진국의 합리적 제도를 참고해야 한다.
독일은 재활용 활성화를 위하여 플라스틱 반환 정책인 ‘판트’ 제도를 만들었다. 판트 제도는 유리병, 페트병, 캔 등의 다양한 용기를 무인 회수기에 넣으면 개수에 따라 돈을 환급해 주는 것이다. 다만 판트 인증 마크가 훼손되었거나 공병이 재활용될 수 없는 상태로 변형되었다면 불가하다. 하지만 독일의 빈 용기 수거 시스템조차도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일회용 컵을 회수하고자 한다면, 독일의 경우를 참고하여 일회용 컵 등을 반납할 기기를 공공의 장소에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독일과 다르게 무인화 기기가 아닌 매장 내 직원을 통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 매장은 공공이 제공한 것이 아니며, 그 인건비와 관련 비용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막막한 상황을 맞이했다.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은 일회용 컵 반납을 허용할 경우 영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매장 내에서 쓰레기 반환과 처리를 위해 별도의 인력을 써야 한다면 이는 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보증금제가 도입된다면 매장은 다른 업체의 컵을 받았을 때 세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일회용 컵 세척 및 관리를 위한 물, 세제, 인건비 등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문제다.
탁상행정의 결과로 소비자와 기업의 희생만 강요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 숨어있는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강제하는 것은 환경 보호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보증금제 실행을 중단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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