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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마치 중국 비판을 위해서 모인 것 같습니다. 최종 성명서는 온통 중국 비판 일색입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에 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현재 상태를 바꾸고 긴장을 키우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도 강하게 반대한다”라는 말로 중국 주변 바다에서의 패권 추구행위를 규탄했습니다. 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 “(중국은)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허용해야 한다”, 중국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 노동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규탄했습니다.1
G7은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선진국 7개국의 모임입니다. 이번 G7 회의에는 한국, 호주, 남아공까지 초대되었습니다. 세계에서 힘 좀 쓴다는 나라 중 중국과 러시아만 빼고 대부분 다 참여했습니다. 이 G7이 중국 비판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닷새 후 6월 15일에 발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을 안보 위험으로 규정했습니다. 서유럽뿐 아니라 과거 공산권이던 동유럽 국가들까지 참여해서 반중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호주, 인도가 미국과 더불어 QUAD 4각 동맹을 이뤄 중국에 맞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바이든과의 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세계의 반중 분위기가 얼마나 짙으면 중국 눈치만 보던 사람이 그런 성명에 합의를 봤겠습니까.
세계의 반중 분위기는 경제 측면에서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경로들을 차단한지 오래입니다. 이번 G7 회의에서 합의한 'Build Back Better World(더 나은 세계 재건)’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힘을 빼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잘 되가는 듯하던 중국-유럽 간 투자협정도 좌초되었습니다. 작년 12월 30일 유럽의회는 중국과 포괄적 투자협정 CAI를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5월 20일 그 유럽의회가 이 투자협정 구체화를 위한 후속 논의를 동결하겠다며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및 티벳에서의 인권 탄압때문입니다. 찬성 599표, 반대 30표, 기권 58표의 압도적인 표차를 보면 유럽의 반중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외교의 유일한 성과라면 작년 12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다자간 무역협정을 체결한 것입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이 회원국이어서 중국이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RCEP는 개방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실효성이 별로 없는 협정이라는 말이죠.
이런 소식만 들으면 중국 경제는 세계로부터 고립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수출이 줄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올해 5월 중국의 수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서 무려 27.1% 증가했습니다.2 중국의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배가 없어 수출품을 실어 나르지 못할 정도입니다. 지난 10년 이래 최대의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유독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입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국가별 수출입액이 2019년에 비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줍니다.3 오른쪽은 증가 왼쪽은 감소를 나타냅니다. 2020년 중국은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수출 증가는 반사 이익의 성격이 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엉망이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중국 물건이 잘 팔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2016년부터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약해져 왔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이 줄다 보니 중국 제품들의 수입이 늘어났습니다. 개발도상국들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특히 위생용품, 의약품 같은 것의 수출이 많았습니다. 인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제조업 생산이 위축된 것 역시 중국 수출에 어부지리로 작용했습니다.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이 오히려 코로나 덕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의 수출 호조세는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졌고 다시 중국 돈 위안화의 강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2020년 6월 29일 위안화 환율은 1달러 당 7.08위안이었는데 2021년 6월 28일 현재 6.46입니다. 1년 동안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가 9.6% 상승했습니다. 중간에 약간의 등락은 있긴 했지만 위안화의 가치는 계속 상승해 왔습니다. 오히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걱정할 정도까지 된 셈입니다.
위안화 강세에는 미국 달러의 약세라는 이유가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달러 인덱스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기축통화 또는 국제통화라고 인정되는 선진국 6개 통화, 즉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에 대한 미국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냅니다. 같은 기간동안 달러 인덱스는 97.5에서 91.8로 떨어졌습니다. 5.8% 하락입니다. 미국 연준이 돈을 많이 풀어낸 결과입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중국 위안화의 강세는 달러 약세라는 이유가 분명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자신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이유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세계는 중국과 매우 촘촘히 얽혀 있어서 중국 물건 없이 살기 어려운 지경이 됐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아무리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되는 데 30년 걸렸으니 끊어 내는 데에는 최소 그 절반의 시간은 소요되지 않을까요? 중국은 그 힘을 믿고 여전히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위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 선진국 경제가 정상으로 회복되면 중국의 수출은 줄어들 겁니다. 서방과의 충돌은 중국에 대한 투자,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모두를 위축시킬 겁니다. 고령화도 시작됐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제를 비롯한 모든 활동에 공산당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감시를 받는 체제에서 의욕과 창의를 기대하기 힘들죠. 포린 어페어스 7-8월호는 중국 특집으로 구성되었는데요. 중국 전문가 Daniel Rosen의 'China’s Economic Reckoning(중국 경제 진실의 순간은 언제 올 것인가)’라는 논문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4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중국은 지금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경제 자유화, 특히 금융 자유화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 재정 팽창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시진핑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집권 이후 여러 번 자유화-긴축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고통과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고 번번이 통제경제로 회귀했다. 앞으로도 중국 공산당은 통제경제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존스홉킨스대의 할 브랜즈 교수는 그래서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중국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중국 지도부도 앞으로 몇 년이 절정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모험을 벌일 필요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가장 가능성 높은 모험 중 하나로 대만 침공을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죠. 바로 그 중국과 대만 옆에서 살고 있는 것이 우리입니다. 그래도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요. 우리 국민도 정신 바짝 차리고 미국,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잘 정리해야 합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1/06/13/4U4EYMUQKZFPPJRO56GPCOHJHU/
3 https://unctad.org/system/files/official-document/ditcinf2021d1_en.pdf
4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china/2021-06-22/chinas-economic-reck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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