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차기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른지가 한 달이 넘어 가는데도 아직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기존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러 주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도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하면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11월 3일 이뤄진 투표는 선거인단 투표입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중 둘 중 하나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뽑은 것입니다. 12월 14일에는 그 선거인단이 최종적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투표를 합니다. 거기서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최종적으로 당선자가 됩니다. 트럼프는 11월 3일의 선거인단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바이든을 지지하는 선거인단 수가 더 많은 것 같고, 큰 이변이 없다면 12월 14일 바이든이 당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은 1942년생 현재 나이 78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자가 됩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고 열살 때 이주한 델라웨어에서 죽 성장하고 활동했습니다. 모두 미국 동부의 역사가 오랜 지역들입니다. 학력으로는 델라웨어대학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한 후, 시라큐스대학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바이든은 1966년 시라큐스 로스쿨 재학 시절 결혼해서 2남 1녀를 두었습니다. 1972년 연방상원의원이 된 직후 자동차 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었습니다. 1977년 현재 부인 질 바이든과 결혼했습니다.
바이든은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1972년 델라웨어에서 연방상원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당시 나이 29세로서 미국 사상 다섯 번째의 최연소 상원의원이 되었습니다. 그 후 총 6번의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법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일을 맡았습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제안으로 러닝메이트가 되어 승리했습니다. 2009년 대통령 오바마와 함께 부통령으로 재직하다가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물러났습니다. 현재는 대통령 당선인임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취임 준비에 분주합니다.
이전까지 그의 외교노선은 자유무역주의와 친중주의로 대표됩니다. 2000년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을 정상화하고 2001년 중국을 WTO의 143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데 바이든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트럼프 진영은 그를 친중주의자, 글로벌리스트, 딥스테이트 세력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2020년 대선 기간 중에 반중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그전까지와는 달리 중국에 매우 비판적인 발언들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트럼프와는 차이를 보입니다. 10월 25일 CBS 뉴스 ’60 Minutes’에 바이든 및 트럼프와의 인터뷰가 방영되었습니다.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바이든은 러시아가 첫 번째이고 중국이 두 번째라고 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가장 큰 경쟁자(Competitor)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트럼프는 중국은 경쟁자이면서 미국의 적(foe, adversary)이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이 중국에 덜 적대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은 민주당 내 온건파(centrist)로 분류됩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크게 온건파(centrist) 와 진보파(progressive)로 나뉩니다. 진보파는 부자 증세와 대기업 및 금융산업 규제 등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온건파도 경제적 평등과 증세를 통한 재분배를 표방하기는 하지만 진보파만큼 과격한 사회주의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바이든과 더불어 오바마, 클린턴 등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온건파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렌처럼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진보파들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왜 민주당 온건파인 바이든을 뽑았을까요? 에디슨 리서치가 대선 투표일인 11월 3일 미국 전역에서 15,590명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행한 출구 조사를 했는데요. 조사 결과가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줍니다.1
미국 유권자들이 지지자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원래부터 어느 당의 지지자였는지의 여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16년 선거에서 민주당 클린턴 후보를 찍었던 사람은 95%가 이번에도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트럼프 진영도 비슷합니다. 2016년에 트럼프 후보를 택했던 사람의 92%가 이번에도 트럼프를 택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의 성향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인 당락은 유동층 움직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지지 집단의 특성으로 보면 대체적으로 유색인종, 백인 고학력자, 젊은 세대는 바이든 지지성향이 강합니다. 반면 백인 저학력자와 기독교인, 고령층은 트럼프 지지 성향이 강합니다. 백인은 58%가 트럼프, 41%가 바이든을 찍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흑인은 87%가 바이든을 찍었고, 트럼프를 찍은 사람은 12%에 불과했습니다. 학사 이상 백인 중 트럼프를 찍은 비율은 48%인데 고졸 이하 백인은 67%가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고학력 백인은 바이든 지지 비율이 약간 더 높고 저학력 백인은 바이든보다 트럼프 지지자가 두 배로 많습니다.
종교별 성향을 보면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도의 60%는 트럼프, 39%는 바이든을 선택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트럼프 47%, 바이든 52%로 바이든 지지율이 더 높습니다. 회교 등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바이든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사이의 선택에는 인종, 종교, 세대 갈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입니다.
어떤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도 있는데, 바이든를 찍은 사람은 인종간 불평등, 코로나 바이러스, 보건정책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은 경제와 법질서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원래 민주당 지지자는 바이든을, 공화당 지지자는 트럼프를 찍었는데 코로나의 창궐, 흑인 플로이드 사망과 BLM 시위가 유동층을 바이든 쪽으로 이끌었습니다.
2016년에 비해서 바이든 쪽 지지가 늘어난 대표적 세력이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입니다.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는 정치인별로 선거자금 모금액수를 공개하고 있습니다.2 11월 17일 현재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기부액은 1,800만 달러인데, 바이든에 대한 기부액은 7,400만 달러입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의 4배가 넘는 대선자금을 월스트리트에서 기부 받은 것입니다.
2016년 대선에서도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트럼프보다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더 많이 기부했습니다. 클린턴은 5,900만 달러,3 트럼프는 2,000만 달러를 월스트리트에서 모금했습니다. 2020년 대선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네요. 바이든에게 클린턴 때보다 25%를 더 기부한 반면, 트럼프에게는 오히려 10%를 덜 기부했습니다.
정책만으로 보면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바이든보다는 트럼프의 정책이 그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감세와 규제완화가 주된 경제정책입니다. 반면 바이든은 법인세를 올리고 부자증세를 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또 대기업,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월스트리트는 왜 바이든을 더 많이 지지한 걸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정성과 확장적 재정정책 때문입니다.
그동안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해서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주가가 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매우 불안정해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투자계획을 세우기 힘들 정도로 불안정성이 극심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적극적 코로나 대책과 안정성을 약속한 바이든을 선택했습니다.4
또 다른 이유는 바이든의 확장재정에 대한 기대입니다.5 바이든과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돈을 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자증세와 국채 발행으로 돈을 만들어 코로나 피해도 메우고 인프라 시설, 태양광, 풍력 발전, 반도체 등에도 적극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증세와 규제 강화는 달갑지 않지만 돈이 풀려 주가가 오르는 것은 이익이 됩니다. 또 그 돈들이 투자되는 곳에 많은 투자 기회들이 생겨날테니 그것 역시 투자자들에게는 좋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월스트리트의 바이든에 대한 기부가 늘었고, 그렇게 마련된 대선 자금은 바이든의 승리에 기여했을 것입니다.
바이든을 당선시킨 힘은 그의 온화하고 온건한 이미지에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강한 주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중도의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당선자로서의 메시지도 미국을 다시 화합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의 약속대로,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기대대로 미국이 다시 하나로 화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극심한 분열로 치달아 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아무쪼록 미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다시 자유세계의 수호자로 되돌아오길 바랍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https://edition.cnn.com/election/2020/exit-polls/president/national-results
2 https://www.opensecrets.org/2020-presidential-race/industry-totals?highlight=y&ind=N07
5 https://www.nbcnews.com/business/economy/why-wall-street-warming-biden-despite-his-policies-n124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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