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bwtf8eOj5ms
Black Lives Matter(BLM)라는 시위가 미국은 물론 유럽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흑인생명운동을 BLM 운동으로 부르겠습니다. 시애틀에서는 BLM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해서 해방구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군요. 처음에는 CHAZ(Capitol Hill Autonomous Zone)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CHOP(Capitol Hill Organized Protests)이라고도 하고, 아예 차즈인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HAZ)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사태는 11월의 미국 대선에 상당한 이슈가 될 것이고 앞으로 미국 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지만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분노가 연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BLM 시위는 2013년에 이미 시작되었는데요. 시위대의 요구 사항들이 책자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1 '경찰이 흑인을 차별하지 말라’가 가장 앞에 나오지만 그 뒤로는 대부분 경제적인 요구입니다. 백인의 차별과 착취 때문에 흑인의 처지가 가난하니까 그에 대한 보상을 해라. 모든 흑인에게 소득과 주거, 의료 교육을 보장하라. 이런 내용이 있고요. 재산의 공유화, 자유무역협정의 폐기 같은 것까지 요구사항에 들어 있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6월 4일부터 9,654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BLM 시위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지지자가 많습니다. 응답자의 67%가 BLM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2 백인도 61%가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운동이 힘을 얻어가고 있으니 흑백 격차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 내 흑백 경제적 격차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시아, 히스패닉을 비롯한 여러 인종 별 소득 격차도 곁들여서 살펴보겠습니다.
흑백 간의 1인당 소득 격차부터 살펴볼까요. 이 그래프를 보시죠. 2018년 현재 미국 백인의 1인당 소득은 42.7K, 흑인은 24.7K 로 표시되어 있죠. K는 Kilo, 즉 1,000을 뜻합니다. 즉, 백인의 평균소득은 42,700달러 아프리칸 아메리칸, 즉 흑인의 평균 소득은 24,700달러입니다. 흑인 소득이 백인 소득의 58%에 불과하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소득 격차는 오히려 양호한 편입니다. 재산 격차는 엄청난데요.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자료에 따르면 백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10만 2천 달러인데 반해 흑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6천 달러에 불과합니다. 백인의 6%에 불과합니다. 미국 흑인은 재산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축이 거의 없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격차는 미국 내 모든 소수민족에 공통된 현상일까요, 아니면 흑인에만 국한된 현상일까요? 미국의 통계청인 센서스 뷰로가 2015년 인종 별 소득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백인 소득이 3.2만 달러이고 미국 흑인이 2.0만 달러였습니다. 중남미계, 즉 히스패닉은 1.7만 달러로 흑인보다도 낮습니다. 그런데요, 놀랍게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3.4만 달러로 백인보다 소득이 더 높습니다.
아시안 중에서는 인도계가 5.5만 달러로 가장 높고요. 한국계는 3.1만 달러로 백인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계도 눈에 띄는데요. 같은 흑인인데도 에티오피아계의 소득은 4.3만 달러입니다. 백인보다도 훨씬 더 높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흑인이 차별을 받아서 소득이 낮은 거라 단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에티오피아계도 똑같이 당했겠죠. 오히려 에티오피아 사람은 영어도 잘 못할 테니 더 불리했을 텐데요.
아시아계의 높은 소득은 높은 학력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합니다. 실제 아시아계는 학력이 높습니다.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자 비율에서 아시아계는 56.5%로 모든 인종 중 가장 높습니다. 인도계는 특히 학력이 높습니다. 흑인은 25.2%, 백인은 35.2%입니다. 학력이 소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듯 보입니다.
하지만 흑인의 경우 학력과 소득의 관계는 인종에 따라 상당히 다릅니다. 같은 대졸자라도 아시아계와 흑인의 임금 차이는 엄청납니다. 이 그래프는 학사 이상 학력자의 인종 별 임금 액수인데요. 백인 남자가 시간당 32달러인데 아시아계 남자는 35달러입니다. 반면 흑인은 25달러, 히스패닉은 26달러입니다. 동일한 학력이라도 아시아계는 흑인에 비해서 40%, 백인은 28%만큼 임금이 높습니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저는 이것이 각 인종의 생산성, 또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월급 주는 사람은 외형적 학력이 아니라 결국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는가에 따라 임금을 지불할 테니 말입니다.
학력과 재산의 관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데모스와 브랜다이스 대학의 IASP이라는 연구소의 공동연구 자료에 흥미로운 자료가 나오는데요. 2013년 현재 대학 재학 이상 백인의 재산은 79,600달러인데 같은 학력의 흑인의 재산은 11,10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옵니다. 고졸 이하 백인의 재산보다 대학 이상 흑인의 재산이 더 작습니다.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저는 이것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현상이 떠올랐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왜 가난한가?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학교를 지어주고, 교육을 시켜주자’하면서 아프리카 나라들에 많은 교육 지원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월드뱅크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이스털리라는 사람이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1960년에서 1985년 사이 아프리카 나라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4% 이상이었는데요. 경제성장률은 0.5%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국가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치는데 경제는 4%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교육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미국 흑인들도 교육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LM 시위대가 요구하는 재산의 분배나 교육, 의료에 대한 지원 등이 늘어난다고 해도 흑인의 소득과 재산 격차가 크게 줄어들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유명과학잡지
터친 교수는 이 논문에서 2020년경 커다란 소유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예언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가진 예측을 한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10년 후인 2020년 실제로 그 예측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기폭제로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터친 교수는 이 정치 스트레스가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을 했습니다.
글쎄요. 우연히 맞은 예측인지 아니면 정말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만 미국에서 흑백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 사태는 미국 교포들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요. 참 신경 쓸 것이 많은 시대입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6.21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미국 흑백 소득 및 재산 격차, 조지 플로이드 사태, 미국 미래에 대한 충격적 예측>의 텍스트입니다.
1 https://neweconomy.net/resources/vision-black-lives-policy-demands-black-power-freedom-and-justice
참고 자료
BLM 운동 요구 사항 모음
https://neweconomy.net/resources/vision-black-lives-policy-demands-black-power-freedom-and-justice
BLM 운동에 대한 미국인 대상 여론 조사
미국내 인종 별 1인당 소득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ethnic_groups_in_the_United_States_by_per_capita_income
The Asset Value of Whiteness: Understanding the Racial Wealth Gap
https://www.demos.org/research/asset-value-whiteness-understanding-racial-wealth-gap
Turchin 교수의 Nature지 논문: Political instability may be a contributor in the coming decade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23 | 풍선효과는 왜 생기나? 김정호 / 2020-08-11 |
|||
22 | 흔들리는 미국, 제자리 찾을까? 김정호 / 2020-07-28 |
|||
21 | 왜 미국 달러만 기축 통화인가? 김정호 / 2020-07-21 |
|||
20 | 친중-반중으로 갈라지는 세계 김정호 / 2020-07-14 |
|||
19 | 일본 경제의 두 얼굴 김정호 / 2020-07-07 |
|||
18 | 해체 위기 넘긴 유럽,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앞날 김정호 / 2020-06-30 |
|||
▶ | 미국 흑백 소득 격차, 조지 플로이드 사태 그리고 미국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예측 김정호 / 2020-06-23 |
|||
16 | 한국은 선진국이 됐나? 환율로 본 한국 경제의 위상 김정호 / 2020-06-16 |
|||
15 | 영국을 덮친 퍼펙트 스톰: 브렉시트, 코로나, 홍콩 사태 김정호 / 2020-06-09 |
|||
14 | 홍콩 국가안전법과 글로벌 정치경제의 지각 변동 김정호 / 2020-06-02 |
|||
13 | 임박한 선택, 미국인가 중국인가? -Economic Prosperity Network의 대두- 김정호 / 2020-05-26 |
|||
12 | 코로나에 달러는 강세, 신흥국은 자본유출, 왜? 김정호 / 2020-05-19 |
|||
11 | 임박한 항공사의 파산 위기 김정호 / 2020-05-12 |
|||
10 | 왜 미국산 기름 값만 마이너스인가? WTI 슈퍼 콘탱고의 비밀 김정호 / 2020-05-05 |
|||
9 | 휘발유 가격 여전한데, 정유사는 왜 위기? 김정호 / 2020-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