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의 몰락

박채빈 / 2023-11-29 / 조회: 357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다양한 소비 유행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다른 국가로 이동이 어려워지자, 억눌려 왔던 소비 심리가 터져 나오면서 사치재를 중심으로 보복 소비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치재 중에서도 명품이나 고급 파인 다이닝 등 특정 상품에서의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소비 유행은 이른바오마카세라고 불리는 파인 다이닝 소비이다. 파인 다이닝은 고급 원료를 사용해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생산자가 일반적인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오마카세는 재료의 신선도가 중요한 일식의 특성상, 주방장이 그날마다 엄선한 식재료와 창의적인 레시피를 이용해 손님에게 최적의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일반적인 파인 다이닝의 일식보다도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오마카세 코스는 일반적인 식사의 몇 배에 해당하는 가격이지만, 20·30세대의 호응에 힘입어 코로나19 시기 동안 급격하게 성장했다. 심지어 유명한 오마카세 전문점은 예약조차 힘들어 일명티켓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피 튀기는 경쟁 끝에 예약에 성공하기도 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몇시간씩 기다려서라도 가게에 방문하려는 손님들이 줄지어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오마카세 전문점들이 줄줄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 포스트 팬데믹 시기를 맞아 해외여행이 가능해졌고, 고금리 기조 속에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소비가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지금은 엔화의 가치가 이례적으로 낮아진 데다, 일본으로의 여행도 가능해져 오마카세에 대한 수요가 더더욱 감소하고 있다.


유명한 식당 예약 앱에 들어가면 오마카세 코스 예약 시, 대다수의 오마카세 전문점이 할인을 제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스시야는 디너 오마카세 가격을 기존 18만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잠실에 위치한 한 오마카세 전문점은 모든 코스메뉴에 10%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메뉴 가격 할인 외에도콜키지 프리를 내건 식당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마카세 전문점들은 재료 수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마진율이 높은 주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사 시에 개인 주류를 반입하려면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콜키지 프리는 무료 주류 반입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주류 판매를 포기하고 무료로 주류 반입 혜택을 제공하면서까지 손님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 파인다이닝임에도 불구하고가성비 오마카세라는 모순적인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마카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일반적인 스시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으로 코스메뉴를 제공한다. 사실상 높은 가격에 퀄리티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는 오마카세의 본 취지와는 다른 듯 보이는 상품이다. 코로나 시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파인 다이닝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고 있는 모양이다.


오마카세의 유행은 한때 특정 세대들의 비정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뉴스에서 소개되기도 하였다. SNS에 오마카세를 먹는 인증사진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며 젊은 세대들의 허영심을 반영한 소비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에서 한국의 오마카세 유행에는한국인의 허세가 깔려있다며 비판적인 시각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원리를 알면 이러한 소비 유행도 이해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자유경쟁 원칙에 의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다시 말해, 시장의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자유 의지 하에서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고, 경쟁의 과정을 거쳐 균형으로 수렴하는 가격이 설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비정상적인 소비라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경젱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상품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존재한다. 젊은 세대들의 오마카세 유행이 기존과 다른 소비 양상으로 보일지라도, 언제나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시장경제의 작동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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