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을 부르짖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뭐래도 '기업천하지대본’ 시대다. 기업은 자본의 총화이며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이윤을 추구하려면 '사람, 노하우, 돈’이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기업은 기술과 사람과 돈이 서로 콤비네이션을 이루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로 진화해왔다.
기업은 자본이 가장 발휘되기 좋은 형태로 성장해왔고 현실에 맞게 계속 구조조정해 왔다. 한순간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재구성하며 발전해온 것이다. 경영자들은 어떤 부분을 보완했을 때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구조 더 개선되는지 판단하고 보완했다.
기업에는 자율성과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람, 기술, 돈이 현실에 맞게 변화해 나가면서 적응하게 된다. 자본이 가장 고도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발휘되어야 가치가 높아지고 사회적 편익이 커진다.
수익성 높은 기업들은 자연적으로 고소득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전반적인 소득수준이나 후생 수준이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수익성 높은 대기업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기업이 나오지 않는 건 경쟁을 막았거나, 통제하고 있거나, 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자본축적이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규제를 풀어 자본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대기업이 나오고, 고소득 일자리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이 많은 게 장점이었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을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재벌기업이라는 프레임과 반기업 정책을 통해 대기업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1990년대 말부터 대기업 비중이 뚝 떨어지면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심해졌다. 미국과 영국은 고용의 40%가 대기업에서 일어난다. 일본은 20%가 대기업에서 일한다. 한국은 10% 정도만 대기업 소속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20%가 대기업에서 일했다. 외환위기 때 재벌 해체가 이뤄지면서 대기업 종사자가 전체의 10%대로 하락했다. 고수익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동자의 삶이 불안정해진 면이 있다.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IMF 때 대기업이 해체되기도 했지만 이후 제도적으로 대기업에 불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남아있으면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되었다
우리나라는 빠른 시간 내에 대기업 억제정책과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기업 억제정책이 과해 대기업으로 점프할 수 있는 회사들이 중소기업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규모가 커지면 회사를 팔거나, 작게 분할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더 자본화되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건만 자본이 더 이상 크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를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든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편애할 필요가 없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화될 수 있도록, 자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저절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지원을 다 없애야 한다. 기업의 크고 작은 건 아무 관계가 없다.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기업 스스로가 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벤처비즈니스가 자본을 빨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질 때는 순식간에 자본이 투입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벤처비즈니스는 대기업, 중소기업, 신생기업 할 것 없이 모두가 시도하는 일이다. 유연한 경제환경으로 자본이 막힘없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뀔 수 없는 기업들도 있다. 그럴 때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승자기업이 더 커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위적인 조정으로 남아있게 하면 안 된다. 도태된 기업의 자원이 새로운 벤처비즈니스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라져야 할 것들이 남아서 좀비처럼 헤매면 사회적으로 해롭다.
어딘가에 형성된 자본이 영원해야 하고, 자본은 그 역할만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 안 된다. 자본과 인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되고 결합되어 나가야 한다. 자본의 총화인 기업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바뀔 수 있는 게 바람직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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