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한 원동력은 인간의 이기심과 열정
금욕과 절제를 강조하던 중세시대에 돈 욕심과 개인의 악덕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주장한 놀라운 작품이 나왔다.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판된 버나드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 책이다. 맨더빌은 경제와 사회가 굴러가는 것은 인간의 도덕심이나 자비, 선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맨더빌이 스스로 《꿀벌의 우화》에 대해 말하기를 “사람은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서는 힘을 다하지 않는다. 잠자는 욕망을 깨워주는 것이 없다면 사람이 지닌 탁월함과 능력은 언제까지나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열정이 빠진 몸뚱이는 바람 한 줄기 없는 가운데 육중하게 서 있는 풍차나 매한가지다. 사람 사는 사회를 굳세게 만들려면 열정을 건드려야 한다”고 했다. 맨더빌이 지적한 ‘사람의 욕망과 열정’이야말로 스미스가 말한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원동력으로서 이기심’의 원형이다.
그렇기에 스미스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주장했던 것이다. “여러분은 선의의 법령과 규제가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방임하십시오.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두십시오. ‘이기심이라는 기름’이 ‘경제라는 기어’를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잘 돌아가게 할 것입니다. 계획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통치자의 다스림도 필요 없습니다. 시장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입니다.”
우리 삶의 기본질서로서 자본주의
경제는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활동을 말한다. 인간 삶을 이루는 밑바탕이 경제이며 인간 행동양식의 한 축이 경제활동이다. 따라서 경제학은 지극히 인간적인 학문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에 관심을 갖고 경제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삶이 가능한 방법을 찾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다양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역사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생활양식을 거스르지 않고,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바로 자본주의다.
현재 자본주의는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경제원리이자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하는 유일한 경제체제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가장 성공적인 경제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 삶의 원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타고난 이기심과 교환 본능을 시장을 통해 자발적으로 해결하고 인간의 경제활동을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대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생산성에 결부시켜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가장 덜 나쁜 체제’이자 ‘계속 진화하는 체제’로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자유민주주의 확산은 자본주의 덕분
간혹 자본주의를 비도덕적이고 반공동체적인 체제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다. 자본주의는 개인주의에 기초하며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재산권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개인이 얻은 정당한 결과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본주의의 보상시스템은 노력의 동기를 부여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밑거름이지 결코 부조리와 패악의 온상이 아니다.
또한 자본주의가 기초 공동체 붕괴의 원인이라는 비난 역시 잘못됐다. 경제성장에 따라 사회적 분업이 촉진되면서 가족의 단위가 3대 이상의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줄어들며 가족의 분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는 근대 이전과 현대의 생활방식과 경제활동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지,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할 수 없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통해 집단 속에 갇힌 개인을 의지적 주체로서 삶의 한가운데로 불러냈다. 공동체 원리에 따라 삶이 결정되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 개인은 경제적 자유를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는 자유민주주의가 확산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적으로 자본주의 덕분이었다. 단언컨대 자본주의야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근간이자 기본질서를 바로 세운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지점은 ‘자본주의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자본주의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 기억해주세요
자본주의는 인간이 타고난 이기심과 교환 본능을 시장을 통해 자발적으로 해결하고 인간의 경제활동을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대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생산성에 결부시켜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공동체 원리에 따라 삶이 결정되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 개인은 경제적 자유를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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