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칼럼을 쓰면서 드는 생각

김도영 / 2024-05-09 / 조회: 43

수업을 마치고 다음 일정으로 향하기 전에 나는 자주 카페를 방문한다. 시원한 카페에서 편한 자세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면 그전 일정에서 쌓였던 피로가 풀리고 새로운 힘을 얻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이나 끝마쳐야 할 과제가 있어도 자주 가게 된다. 한두시간 내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보다 더 오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 지인들도 카페 방문을 자주 하는데 이에 대한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나를 포함한 시장경제를 체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카페 이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이 타당함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카페 특성상 메뉴 주문은 소비자의 결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카페 이용금액이 얼마인지 또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기가 힘들다. 보통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가격이 음료를 가지고 나가는 가격보다 비싼 이유는 자릿세를 이미 지불한 탓이지만, 문제는 관리자의 평균 예상 이용시간을 초과한 경우이다. 대부분의 카페의 경우 손님 개개인의 이용 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시간 매장 이용을 하는 소비자가 많을 경우 관리자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계속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과 관리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요즘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정 시간당 의무적으로 소비량을 명시하는 카페도 많이 생겼다. 이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자칫 소비자 의사결정의 폭을 좁히고 불필요한 소비를 강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시간을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가 2시간마다 새로운 주문이 의무인 카페에 방문했을 때, 소비자는 카페 이용에서 합리적으로 느끼는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마시고 싶지 않은 음료와 그에 따른 음료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선 카페 이용의 장점을 느끼기 힘들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장기적으로 이는 카페 관리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후불로 가격을 지불하는 카페는 어떨까. 카페 입장 후 관리자는 음료 주문과 동시에 카페 이용 시작 시간과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주문번호, 이용 소비자 수가 적힌 티켓을 소비자에게 발급한다. 관리자의 예상 이용 시간을 초과해 카페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카페를 퇴장하면서, 구입한 음료의 가격에 더해 관리자의 예상을 초과한 시간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만약 중간에 음료를 새로 구입하면 카페 누적 이용 시간을 다시 초기화한다. 이러한 이용방법을 도입하면 소비자는 추가적인 음료 구입 여부를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관리자의 눈치 볼 필요 없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관리자 또한 추가 금액 지불 없이 장시간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며 미워할 필요가 없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사항도 많고 이 방법도 완벽하게 합리적인 방법이 되기가 어렵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졸리지 않지만, 두 잔의 커피를 마시며 칼럼을 쓰는 나는 ‘만약 이러한 방법이 도입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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