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에서 읽어낸 오늘의 경제

김가연 / 2024-05-10 / 조회: 126

[동양의 고전 속에서 경제를 발견하다]


죽기 전에 한 번은 읽어야 할 고전이라고 불리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읽어본 적 있는가? 이 고전은 궁형이라는 형벌을 받은 곤경 속에서도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 인물이 결연한 의지로 적은 역사서로만 보기보다는 과거의 기록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 읽었을 때 비로소 고전이 '고전’다워진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에서 현재를 발견하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생각의 다각화를 하기도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마천의 경제관과 부와 이익을 다룬 화식열전을 주목해볼만 한다. '화식열전(貨殖列傳)’은 특정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부를 축적한다는 행위에 대한 사마천만의 생각을 집약해두었다. 이 칼럼에서는 사마천이 생각한 경제에 초점을 두고 사마천의 사기(史記) 속 화식열전에 숨겨진 현재의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는 경제를 찾아내고 사마천의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하다]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천하 사람들은 모두 이익을 위해 기꺼이 모여들고, 모두 이익을 위해 분명히 떠난다”고 하였다. 이 말을 보면 자연스레 한 사람이 떠오르게 되는데, 바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떠오를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이익 추구’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인 것이다. 이 말은 사람들이 모두 이익을 향해 모여든다는 사마천의 주장과 상통한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제와 돈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람들의 이익 추구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부를 축적하고 상업을 하는 것보다 인의를 행하는 것을 더 중시했던 사마천의 시대에서는 획기적이고 진보적인 경제 사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자유방임주의’ 등과 같이 현대적인 경제 용어를 쓰지 않았을 뿐이지 사마천은 완벽하게 경제학의 중요한 원칙과 이치를 설명해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마천과 애덤 스미스 모두 사람들이 '이익’을 중시하는 생명체이며 '이익’이라는 목표로 인해 시장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인류가 '이익’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생긴다.


[결핍, 욕망 그리고 부귀]


사람들의 본성은 부귀를 쫓을 수밖에 없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부라는 것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얻고 싶어한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사마천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 다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부귀를 원하는 것이 사람들의 본성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부귀를 바라는 것이 왜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며 사마천은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 세상을 잘 다스리는 법이라고 하였을까. 이는 부귀가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부귀를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핍을 경험하고 본인에게 부족한 것을 갈구하는 욕망을 가지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임을 인정해야 한다. 공동체를 이루어 삶을 영위하는 인간은 비교라는 행위를 통해 남들이 가진 것 중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인식하고 '결핍’을 느낀다. 결핍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이 결핍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며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돈’이 자리 잡게 되었으며, 돈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부를 원하는 것이 사람들의 본성이라는 사마천의 주장에는 인간이 결핍과 욕망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전제가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부귀를 얻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마천의 말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결핍과 욕망이 인간에게 존재하는 이상 부를 얻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셈이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서 찾은 오늘의 경제 이치]


2100여년 전에 쓰인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경제 이치를 살펴보았을 때, 인간이 이익과 부를 추구하는 본능은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임을 깨달았다. 인간의 본성은 결핍과 욕망으로 인해 부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경제 시스템은 이익 추구에 의해 발전 및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고전을 통한 과거와 현재의 의미 있는 소통은 우리로 하여금 현대 경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통찰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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