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

김수연 / 2024-05-10 / 조회: 42

온라인 쇼핑은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마음만 먹으면 물건 구매를 위해 밖에 나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물건이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하다. 당일 배송이 가능할 정도로 배송 속도가 빨라졌으며, 신선 식품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할 정도로 배송 가능한 물건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쇼핑의 품목 뿐만이 아니다. 사실 가장 큰 차이는 수많은 쇼핑몰들의 물건을 모아놓은 '거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했다. 앞서 언급한 속도와 범위에서의 발전은 사실 플랫폼들의 성장으로 가능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쿠팡이 있다. '로켓 배송’으로 빠른 배송의 지평을 열어, 소비자들이 같은 물건이라도 쿠팡에서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물건의 종류를 좀 더 구체화해서 본다면, '무신사’나 '지그재그’, '에이블리’ 같은 의류 쇼핑몰 플랫폼들도 급부상했다. 이들 플랫폼은 네이버와 같은 검색 엔진에서 찾을 것 없이 편리하게 옷들을 모아보고, 플랫폼 차원에서 지급하는 쿠폰으로 할인받으며, 비교적 빠르고 확실한 배송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 기반 플랫폼들도 위기를 맞았는데, 바로 중국의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 등의 플랫폼 때문이다. 중국의 커다란 시장과 값싼 제품들이라는 특징에 힘입어,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 이용객들이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제품들이 으레 그렇듯, 제품의 질이 안 좋은 경우가 많고, 해외배송이기 때문에 배송의 안정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찾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이다. 사실 국내 플랫폼에서 취급하는 상품, 예컨대 보세 옷들은 애초에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중국산 제품을 국내 쇼핑몰에서 판매하면서 붙이는 마진이 꽤 높다. 가끔은 원가보다 마진이 더 높게 책정될 때도 있어,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중국 플랫폼과 한국 플랫폼 사이에서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굳이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 여기서 각자가 우선시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린다. 배송이 잘못되거나 불량 제품을 받을 리스크를 감수하고 낮은 가격을 택하는 소비자가 있는 한편, 돈을 좀 더 주더라도 확실하게 제때 물건을 받고 싶은 소비자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중국 플랫폼의 존재가 이득이다. 국내 플랫폼들끼리 비교하는 것을 넘어, 다른 특징을 가진 해외 플랫폼과도 비교하여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시장의 경쟁 심화는 플랫폼들이 더 낮은 가격과 더 높은 퀄리티를 보장하는 쪽으로 발전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들끼리의 가격 담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즉 이제 '물건을 사는 행위’ 뿐만 아니라, '물건을 살 플랫폼을 고르는 행위’에서도 시장 경제의 원리가 반영되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플랫폼 측은 '싸지만 위험한’ 이미지를 의식한 탓인지, 신속하고 확실한 배송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국내 플랫폼의 한 가지 우위를 무력화하는 셈이다.


한편, 중국 플랫폼에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라는 시장을 벗어난 차원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플랫폼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감수하는 또 하나의 리스크가 되겠다. 이는 분명히 많은 소비자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10대들의 놀이터가 된 '틱톡’ 또한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논란은 점점 잠잠해지고, 틱톡의 유행은 점점 거세졌다. 당장 자신에게 돌아오는 가시적인 피해가 없어서 그 위험성에 쉽게 무감각해진 결과이다. 쇼핑 플랫폼 또한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위험성을 알고 있었어도, 한 번만 똑바로 배송이 오고 자신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괜한 걱정이었다며 다시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나아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여 물건들을 구매하고 소개하는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다. 이 콘텐츠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점점 중국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국내 플랫폼들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중국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함께 성장해야 할 것이다. 그 방향성은 아마 가격을 낮추는 것, 그리고 확실한 검수로 높은 퀄리티를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예 새로운 쪽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도 돌파구가 될 것이다. 실제로 국내 플랫폼 '지그재그’가 명품, 준명품 브랜드들과 대형 SPA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뷰티’, '푸드’ 등 취급 상품의 영역을 넓힌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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