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

김범진 / 2024-05-10 / 조회: 21

칼 맑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진 모순점, 경제가 순환할수록 자본가들의 부는 많아지고, 노동자들의 수입은 감소하는 빈부격차의 확대로 인해 노동자 중심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에 따르면 당시 자본주의적 산업체제가 가장 발달한 곳인 영국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났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제정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원리는 여전히 자본주의이며, 공산주의는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그 한계가 증명되었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행위의 가장 큰 동기를 인간의 이기심으로 설정했다. 소유 재산, 사업 확대 등의 자기애적 집착이 합리성의 준칙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사회적으로 이윤추구, 효용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적 특성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쓰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의 특성, 욕구와 욕망이 자본주의의 원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욕구와 욕망이 나쁜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저마다 다른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그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이 생기고 이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련되고 정교한 시장경제 체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사회주의는 인간의 욕망과 욕구를 무시하는 정치 철학에서 시작하였고 결국 인간의 보편적 특성을 무시한 결과로 체제가 무너지거나 중국의 개혁·개방, 북한의 장마당,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 같이 일부 자본주의적 제도들을 도입함으로써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역시 기본적으로 상호 간의 경쟁을 촉발시키는 제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집중화 현상을 권장하는 특성이 있다. 즉, 사회적 불균형이 촉발된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의 자본을 흡수해 비대해지는 것이다. 경쟁에서 뒤떨어진 자들, 경쟁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무시하게 된다면 체제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경쟁에서 뒤떨어진 자들을 돌보는 정신적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의 구축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독교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를 선도한 국가는 중서부 유럽국가들을 포함해 영국과 미국으로 간단히 치환할 수 있는데, 이 국가들의 특징은 개신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구절이 있는 만큼, 기존의 가톨릭에서 개개인의 사적 소유는 신앙적인 이유로 경시되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을 거치며 직업 소명설 운명예정설과 같은 칼뱅주의의 확산이 부의 축적이 허락되자, 프로테스탄티즘의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정치 공영체(Commonwealth), 신앙 공동체가 구성되며 공동체 내에서 상호 호혜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기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기사도 정신은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합쳐져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이 공동체의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자선적인 경향이 일어났고, 본인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 상호 신뢰와 기독교적 윤리관을 통한 공평성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우린 모두 하나님의 자녀’라는 담론이 형성되면서 비영리적 성격의 공유경제 활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현대 복지제도의 기반이 되었으며, 점차 발전하고 분화되어 이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리적 성격을 띠는 공유경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와 ESG 경영과 같은 사회 정치적 흐름으로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는 수준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시장경제체제가 유지되며 지속적인 번영을 해 온 이유에는 기독교적 가치관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며,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진 것은, 신앙이 가져올 수 있는 파급효과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통찰하기 위해선 프로테스탄트 정신의 발원과 분화과정을 빼놓고 연구할 수 없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종교와 신앙은 정치제도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나, 사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은 대다수가 종교, 특히 기독교적인 기반 위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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