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오해와 진실
CFE Report No. 2019-01
| 발행처 | 자유기업원 (Center for Free Enterprise) |
| 발행인 |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 집필자 |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 발간일 | 2019년 6월 3일 |
| 시리즈 | CFE Report |
| 문의 | 02-3774-5000, cfemaster@cfe.org |
1. 리디노미네이션의 의미와 조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은 단순히 기존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원화를 1,000분의 1로 화폐단위를 변경한다면 현재의 1,000원은 1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히 '0'들을 떼어낸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핵심 정의: 화폐단위 변경은 단순한 '0' 제거로, 표시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단위만 바뀔 뿐 재화와 서비스들의 상대가격에는 전혀 변화가 없으며, 따라서 소득, 물가, 환율, 수출입 등 경제의 실질변수 변화도 없습니다.
성공을 위한 '3무원칙'
화폐단위 변경 성공 조건
🔄
교환량
무제한
+
⏰
교환기간
무제한
+
🔒
교환
무기명(익명)
그림 1. 화폐단위 변경 성공을 위한 3무원칙
⚠️ 경고: 3무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재산권이 침해되어 재화와 서비스의 상대가격에 변화가 생기고, 실질 변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람들이 재산상의 손해를 걱정해 금이나 실물, 외화를 구입하려 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환율도 상승하게 됩니다.
2. 화폐개혁 vs 화폐단위 변경
✅ 단순 화폐단위 변경
- 3무원칙 준수
- 경제적 영향 없음
- 상대가격 불변
- 실질변수 불변
❌ 화폐개혁과 혼합
- 예금의 지급정지
- 신구화폐 교환 제한
- 보유재산 과세
- 재산권 제한 조치
화폐개혁의 정치적 목적
화폐개혁은 인플레이션 억제, 산업자금 확보, 지하자금 양성화 등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동반하므로 경제적 충격이 수반됩니다.
673%
아르헨티나 (1985년) 인플레이션
4,145%
앙골라 (1996년) 실패 후
15%
러시아 (1997년) 성공 사례
중요: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억제는 재정지출 축소와 통화팽창 억제를 동반한 화폐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3. 한국 화폐개혁 사례 분석
우리나라 국민들의 혼동 이유
우리나라는 두 차례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화폐단위 변경을 병행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화폐단위 변경과 화폐개혁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1953년 2월
제1차 화폐개혁 - 원(圓) → 환(圜), 1/100 절하
1962년 6월
제2차 화폐개혁 - 환(圜) → 원, 1/10 절하
| 구분 | 1953년 제1차 | 1962년 제2차 |
|---|---|---|
| 주요 목적 | 인플레이션 수습, 유엔군 대여금 상환 | 음성자금 양성화, 투자재원 확보 |
| 화폐단위 변경 | 원 → 환 (1/100) | 환 → 원 (1/10) |
| 생활비 지급 | 1인당 500환 | 세대당 500원 |
| 결과 | 예금 동결 기대에 못 미침 | 33일 만에 봉쇄계정 해제 |
1차 화폐개혁 예금 동결률
10.5%
2차 화폐개혁 투자재원 확보율
4%
결론: 두 차례 화폐개혁 모두 실패했습니다. 1차는 예금 동결이 기대에 못 미쳤고, 2차는 비밀 추진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으며 33일 만에 봉쇄계정을 해제해야 했습니다.
4. 국제 사례로 본 실시 동기
화폐단위 변경의 두 가지 주요 동기
1
하이퍼인플레이션 종료 신호
2
정부 재원 확보 목적
성공 사례: 인플레이션 안정화 후 실시
터키 (2005년)
2004년 한 자리 수 인플레이션 달성 후 6개 제로 삭제
러시아 (1998년)
875% → 200% → 15%로 하락 후 3개 제로 삭제
실패 사례: 재원 확보 목적
| 국가 | 연도 | 교환기간 | 결과 |
|---|---|---|---|
| 라오스 | 1976년 | 1일 | 정부 수입 증대 |
| 니카라과 | 1988년 | 3일 | 경제적 충격 |
| 소련 | 1991년 | 3일 | 시뇨리지 증대 |
교훈: 화폐단위 변경의 성공은 인플레이션 안정화가 선행된 후 상징적 의미로 실시할 때입니다. 정치적·재정적 목적으로 교환 기간을 제한하면 반드시 경제적 충격이 수반됩니다.
5. 정책 제언
✅ 도입 시 고려사항
- 편익이 비용보다 클 때만
-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
- 3무원칙 철저히 준수
- 거래 편의성 제고 효과
❌ 현재 상황의 문제
- 시급하고 긴박한 이슈 아님
- 규제개혁·노동개혁이 우선
- 정치적 목적과 병행 시 위험
- 경제적 충격 수반 가능
최종 결론: 우리나라의 경우 현 시점에서 화폐단위 변경을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실시할 수 있겠으나,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며, 다른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병행할 경우 반드시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수반됩니다.
⚠️ 시기상조: 현재 우리 경제에서 더 긴박하고 중요한 과제는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입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화폐단위 변경을 실시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참고문헌
- 배영목(2010). "우리나라 통화개혁의 비교연구", 『경제학연구』, 113~141.
- 안재욱(2014).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국경제신문, 다산칼럼〉, 2월 10일.
- 안재욱(2017). "1962년 화폐개혁",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 55~64, 북앤피플.
- 한국은행조사부(1962), 『긴급통화조치종합보고서』, 16~18쪽.
- Bello, D.(2010). The Economics of Currency Redenomination: An Appraisal of CBN Redenomination Proposal, MPRA Paper No. 23195.
- Mosley, L. (2005): "Dropping Zeros, Gaining Credibility? Currency Redenomination in Developing Nations"